성직자와 세금 | 2013-01-15 | 현장21 Link

 

납세 교회 

 

더함공동체는 십자가가 없는 독특한 교회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이곳을 만든 이진오 목사가 꼬박꼬박 소득 신고를 한다는 것. 두 가지 모두 2년 전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 믿지 않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충격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 } 공원에 가서 전도지를 돌리던 때다. 대개 요즘은 잘 안 받는데, 어떤 분이 받고는 내가 보는 앞에서 확 찢어 버리더라. 이분이 교회나 혹은 목사에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또 분노할 일이 있었으면 나에게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도할 때가 아니라 회개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교회 공간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다른 종교인이 거북하지 않도록 십자가도 치웠다. 자진해서 소득 신고도 했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교회의 동료 목사들 반응은 달랐다. 이 목사의 노력 때문인지 처음 6명이던 신도는 현재 100명으로 늘었고, 교회가 조금 커지면서 이 목사도 현재 월급으로 160만 원을 받는다. 다섯 가족이 생활하는 이 목사는 소득 신고를 했지만, 실제 소득세는 내지 않는다. 국세청 과세 기준인 '4인 가족 소득' 1,832만 원에 못 미쳐서다.

 

성직자의 70% 이상은 이 목사와 비슷한 수준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사실 소득 신고를 해도 부담할 세금이 적거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국가가 나서서, 종교인들의 소득세를 걷지 않고 있다.

 

<소득세 납세교회 리스트 (출처: 교회재정 건강성 운동)>

너머서교회 안해용 목사 | 남서울교회 홍정길 목사 | 다니엘새시대교회 박희명 목사 | 부천예인교회 정성규 목사 | 부천평안교회 원영대 목사 |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 빛과소금교회 신동식 목사 | 서울영동교회 정현구 목사 | 열린문교회 윤여성 목사 | 전주안디옥교회 박진구 목사 |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 한영교회 김낙춘 목사 | 장충동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일부 대형 교회를 포함한 20여 개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소득 신고를 하고 있다. 조사 내용에는 없지만 영락교회, 사랑의교회 등도 소속 성직자가 소득 신고를 하고 있고, 조계종 총무원이나 승가대학 소속 승려들도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성직자들에 대해 국세청이 다른 근로자들처럼 낸 세금들이 정확한지 제대로 검증하지는 않는다. 모든 국민이 납세의 의무가 있지만 종교인들은 법적 예외 대상이 아니면서도 내고 싶은 사람만 소득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득세를 내는 종교인들이 하나둘씩 늘고는 있다. 천주교는 지난 94년부터 교단 전체가 소득 신고를 하고 있고, 성공회는 지난해부터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납세의 의무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면세의 특혜를 누리는 종교인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악용 교회

 

관행적으로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누구도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는 성직자들의 수입. 종교 단체는 아예 비영리공익법인으로 지정돼 합법적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다.

 

<종교 시설 부동산 세무 특혜>

1. 재산압류 금지  2. 법인세 감면  3. 이자소득의 과세표준 신고특례 및 납부  4. 특별부가세 면제  5. 부가가치세 면제  6. 특별소비세 면제  7. 주세 면제  8. 관세 감면  9. 상속게 면제  10. 취득세 비과세  11. 등록세 비과세  12. 면허세 비과세  13. 주민세 비과세  14. 재산세 비과세  15. 농지세 비과세  16. 사업소세 비과세 

 

종교 단체가 종교 시설 용도로 부동산을 살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 받고 재산세를 내지 않으며, 증여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부동산을 소유할 때 받는 혜택만 16가지에 이른다. 그런데 일부 대형 종교 단체들은 이런 특혜를 이용해 부동산 보유를 지나치게 늘리거나, 종교 시설로 쓰겠다고 신고한 건물에서 영리 목적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사례 1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상가. 이곳은 한 교회가 2006년 종교 시설로 쓰겠다며 건물 전체를 샀던 곳이다. 당시 토지와 건물을 산 뒤 예배당 용도로 신고해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면제 받았다. 그리고는 일부를 사우나와 식당 등으로 임대해 수익을 챙겼다. 그 뒤 700억 원에 상가 전체를 팔았는데, 뒤늦게 서울시가 용도에 어긋나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세금 18억 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해당 교회는 추징 세금을 내지 않고 체납해, 현재 체납 세액이 29억 원까지 불어난 상황. 세금은 체납하면서도 150억 원 상당의 지상 8, 지하 3층 규모의 교회는 신축 중이다. 교회 측은 취재진에게 자금난 때문이지 일부러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례 2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강남의 한 교회. 아트홀 등 부속 기관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 시설로 분류된 아트홀 내부에 영리 시설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려 놓곤 세금을 내지 않다가 지난해 강남구청으로부터 추징 당했다.

 

사례

강남의 또다른 대형 교회. 이 교회는 신사동 노른자위 땅에 부동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이 교회 역시 종교 시설로 비과세 혜택을 받은 건물 1층에서 영리 목적의 카페를 운영해 수익을 올렸다가 지난해 구청으로부터 세금이 추징됐다.

 

사례 4

한 대형 교회는 교회 지하에 외부인들을 위한 헬스클럽까지 운영하다 적발됐다종교 시설로 취득해 비과세 혜택을 받고서는 헬스클럽을 운영해 오다 구청으로부터 11,500만 원이 추징됐고, 지금은 영업을 중단했다.

 

교회 외에도 사찰 등 다른 종교 단체가 소유 시설에서 본래 목적과 달리 영리 사업을 하는 경우는 다른 지역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제작진이 확보한 서울시 문건에 따르면 종교 시설로 취득한 부동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가 적발돼 부과된 세금을 체납한 종교 단체가, 지난해 기독교 37, 불교 6개 등 43개였다. 이 가운데 부동산 압류 방식 등으로 체납 세금을 일부라도 확보한 곳은 단 10곳뿐. 종교 단체 가면세 혜택을 받은 뒤 영리 목적으로 임대를 해 오다 적발됐어도 부동산을 팔고 종교 단체를 해산해 버리면 징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구청은 종교 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는 실정.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강남구청의 지난해 세금 추징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그들의 변

 

좋은 일에 쓰는데

 

일부 종교 단체들은 수익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이 다시 대부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세금 추징은 과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 교회에서 조금이라도 물질적 이익을 취했다면 과감하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 금액이 전부 복지 및 선교 활동에 쓰이는데 세금을 내라니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성스러운 종교 활동은 '근로'가 아니니까

 

수입 내역은 공개하고 있지만, 봉은사를 비롯한 불교계는 승려들의 소득 신고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근로소득세라는 단어에 대한 종교적 거부감 때문이다. 일부 종교 전문가들은 근로소득세라는 명칭과 종교적 신념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복지 단체처럼 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반론 

 

복지 단체도 감사 대상

 

같은 비영리 공익법인이라 해도 복지 단체는 별도 사회복지법에 따라 외부 감사를 받는다. 이에 비해 아무런 감사를 받지 않는 종교 단체가 좋은 목적이라고 해서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 수익금이 수익 사업에서 나오더라도 순수한 영리법인에 비해서 50%, 최고 80%까지도 세금을 안 내는데, 이것을 좋은 데 쓰기 때문에 발생된 금액을 다 취한다고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일반 상인들은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종교인 과세의 방법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차기 정부 출범 전에 시행령을 개정해 종교인 과세 원칙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 과세를 제대로 해도 세수 증대 효과는 천억 원 안팍 정도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공평 과세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세계 유일 성직자 면세의 나라

 

<성직자 과세 찬반 여론>

출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  } 전 세계에서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안 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것. 미국,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주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우리나라 목회자들이 해외로 나갈 경우? 당연히 그곳에서는 세금을 낸다. 전 세계에 종교인이기 때문에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나라는 없다.

 

<종교인 과세 논란>

- 1992   '월간목회'의 지면 논쟁, 손봉호 교수 vs 고 한명수 목사

- 1994   천주교 주교회의 납세 결의

- 2006   시민단체(종비련: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국세청장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

 

하나님 앞에 모든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21년 전 종교인 납세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손봉호 교수를 만났다. 손 교수는 종교인들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근로라는 명칭 때문에 종교인들의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종교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손봉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사례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그게 폭로되는 게 두려워서, 혹은 성직자는 특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기독교에서 '노동'이라는 건 참으로 신성한 것이다. '근로'를 왜 천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하든지 간에, 모든 노동은 하나님 앞에 신성한 것이다. 목사의 노동을 '노동'이라 칭한다고 해서 비천한 것이 되는 게 아니다. 마틴 루터는 모든 정직한 일은 성직과 같이 거룩하다고 강조했다. 성직자들이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납세가 곧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세금을 거둬 학교, 교육시설, 복지시설, 도로 등 모든 우리의 편의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목회자들도 예외 없이 그 시설들을 이용한다. 그런데 그분들은 세금을 안 내고, 오히려 그분들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이건 전혀 공평성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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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엇박 몽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