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씨 대우조선해양 직원  월급에서 26.4%의 세금을 내고 있다. 100을 벌면 26 4천 원을, 500을 벌면 132만 원을 세금으로 떼는 거다. 언론에 잘사는 사람들의 탈세 얘기가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그런 뉴스를 접하면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일한 만큼 나는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런 떳떳한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그냥 흘려버린다.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P 씨의 자부심에 흠집을 낼 심산이다. 이에 대해 미리 사과부터 하고 시작하겠다. 당신의 평온한 마음을 후벼 파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세금 체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극명하려 한다

 

대박 간접세와 쩨쩨한 직접세

 

대박 간접세

 

직장인 O 씨가 이날 하루 동안 낸 간접세는 3만 원 정도. 한 달 치를 합하면 40만 원이나 된다. 직접세인 근로소득세로 낸 세금 30만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O  LG전자 대리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할 때마다 매번 10%씩 빠져나가는 세금을 일일이 직접 확인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간접세를 참 많이 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012
 

간접세는 소득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간접세는 2007년 이후 해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53%를 기록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들의 평균인 39%보다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진적인 성격의 간접세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고소득층이 세금을 덜 내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쩨쩨한 직접세

 

반면에 버는 만큼 내는 세금, 즉 소득세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6%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경우, 일부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그 차액에 대해 면세 혜택까지 주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경우 면세 혜택을 주는 구조. 당연히 불릴 자산이 많은 부유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유리지갑으로 해 대부분 다 과세를 하지만,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

 

결국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돈을 불려서 번 자본이득에도 제대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세 중심의 '자산이득'에 대한 과세만 있을 뿐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증권투자, 채권투자를 통해 막대한 소득을 얻은 이들이 아닌, 일을 해서 아주 적은 소득을 얻은 근로소득자에게 큰 조세 부담을 가하고 있다는 거다.

 

정부의 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간접세 부담이 높은 이유가 저소득층 세금 감면 때문?

비과세 감면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소득세 기능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근로소득자 가운데 40% 가까이는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까 봐 불공정 과세제도 유지?

일각에서는 자산소득에 대해 전면 과세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지금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면 과세를 하게 되면 자칫 주식시장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바보?

 

그렇다면, 세계에서 주식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어떻게 세금을 물리고 있을까?

 

크리스토퍼 로우  뉴욕 FTN 파인낸셜 경제분석위원  올해 초 주식을 팔아 약 3만 달러( 3,400만 원)를 벌었고, 그중 4,500달러( 500만 원)를 세금으로 냈다. 미국에서 주식투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내는 것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아버지도 자본이득세를 냈었기 때문에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을 해서 번 돈과 주식투자로 번 돈을 모두 소득으로 합산해 이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 1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면 세율을 15%로 낮춰 주고,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경우에는 나중에 이득을 봤을 때 일정액을 공제한다. 미국 세무당국이 이렇게 주식투자에 철저하게 과세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니콜 젤리나스  맨해튼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근로자가 일해서 번 돈은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투자로 번 돈은 고스란히 갖는다? 그건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불공평한 처사다. 사람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자들은 세금을 면제 받고, 중산층은 이를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때문에 30 OECD 국가 가운데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그리스, 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한술 더 떠서,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렌 버핏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나는 6천만 달러의 소득 중 17%를 세금으로 낸다. 내 비서는 나만큼 열심히 일하고 내 세율의 두 배인 34%를 낸다. 이건 말도 안된다. 미국 국민들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다.

 

it 부유세

 

아름다운 부유세

 

이곳 프랑스 남부의 고급 휴양지에는 멋진 요트들이 가득차 있다. 이런 요트를 보유하면 배를 세워놓는 데만도 연간 12,000유로, 우리 돈 약 1,700만 원을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이런 요트를 사게 되면, 모든 재산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부유세를 내야 한다. 요트, 자동차, 부동산은 물론 값비싼 보석주식보험까지도 전부 부유세 과세 대상이다. 재산을 모두 합쳐 80만 유로, 11 4천만 원이 넘으면 해마다 재산의 0.5%를 부유세로 낸다. 그리고 재산이 늘면 세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져, 240억 원이 넘으면 해마다 1.8%를 부유세로 내야 한다.

 

장 마크 다니엘  ESC 그랑제꼴 교수  지금 프랑스의 금리가 2%니까 최고 세율 1.8%를 납부해야 할 만큼 재산이 있다면,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0123

노력이 아니라 재산으로 재산을 늘리려는 부자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취지다. 또한, 휴면상태로 방치되기 쉬운 부유층 자산을 끌어내 경제 활성화에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무거운 부유세 부담을 지고 있는 프랑스의 부자들이,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지난해 8,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16명의 부호들이 자신들과 같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는 청원을 낸 것이다.

 

창 페를바드  전 크레딧 라이오네 은행장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프랑스 부유층의 헌신 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 부자들이 소외된 이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리스티앙 피에르 모리  EDHEC 경제학과 부학장  프랑스만큼은 다른 나라들처럼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큰 부가 편중되는 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덕분에 1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4억 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이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프랑스와 더불어 네덜란드, 노르웨이도 현재 부유세를 징수하고 있다. 지난해 부유세 신설로 대열에 합류한 스위스에 이어, 부유세를 강력히 비판해 왔던 영국도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부유세를 도입하고자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노동기구 ILO한국도 부유세를 도입하면 한 해 예산의 15 64조 원 규모의 추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며 부유세 신설을 권고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그러나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선진국의 흐름과는 반대로, 한국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마저 폐지하기로 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등의 자산시장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본이득에 대해 제대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우리나라의 취약점이다. OECD조차도 한국의 경우는 누진세 구조가 취약해서 소득불평등 완화 효과가 뒤떨어진다고 진단했. 고소득층의 누진세율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유층에서 많은 세금을 거둬 이 돈을 사회 약자 계층을 위해 지출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이같은 조세와 정부 지출로 빈부격차를 68%나 줄였고, 미국도 32%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빈부격차를 고작 9% 줄이는 데 그쳐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세금 불공정 보고서 | 2012-09-25 | 시사기획 Link

 

Posted by 몽자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