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 김탁환


181쪽
수색과 수습의 문제점을 논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 나는 여전히 침몰 직후 구조 방기부터 실종자 수습까지, 정부의 무능함과 안일함을 생각하면 치가 떨려. 하지만 바지선에서 만난 잠수사들은 아냐. 나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을 맹골수도에서 잃은 국민이고, 내 앞에 앉은 사내들은 억울하게 숨진 내 아들을 찾고자 매일 잠수하는 국민이라고. 국민과 국민이 만난 거야. 유가족과 잠수사가 서로 사과를 주고받아선 안 돼. 오히려 우린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상처를 입힌 자들을 찾고 그들에게 공개 사과를 받아야 해.

224쪽
법대로 한다면, 저나 잠수사들이 맹골수도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징집 대상이 아닙니다. 법 때문이 아니라 돕겠다는 마음으로 간 겁니다.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진 이들을, 시신이라도 찾아 가족 품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 작업을 마침 내가 할 수 있으니 돕겠단는 마음, 내 몸이 힘들더라도 조금 더 빨리 실종자를 찾겠다는 마음! 잠수사들이 마음으로 한 일을 정부는 법으로 판단한 겁니다.

307쪽
"보상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게 아냐. 국가가 먼저 보상금을 유가족에게 지급하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해서 이미 지급된 돈을 받아내는 거니까. 구상권이란 '타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을 자기의 출재로써 변제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한 경우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야. 이 방식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에서 먼저 제안했고, 성수대교 붕괴나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재난 때도 같은 방법을 썼어. 정부는 해운 회사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뒀고, 회사가 들어 둔 보험이나 자산을 압류해 둔 상태야. 여기까지 이해하겠어?"
......
"하나만 더 묻자. 다른 참사에 비해 이번에 유가족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건 맞는 말이야?"
"새빨간 거짓말이지. 우선 보상금을 받는 건 유가족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야. 이번 참사의 보상금은 일반 교통사고 수준으로 책정되었어. 희생 학생들의 경우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되었다고. 아이들의 재능과 꿈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괄 정리한 거야. 그러니 다른 참사와 비교해 봐도 보상금이 많을 수가 없어. 유가족이 받은 돈은 이 보상금에 희생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금과 국민들이 낸 성금을 합친 거야. 다른 참사 때도 보험금과 국민 성금은 있었고. 잊을까 싶어 다시 지적해 두자면, 이 보험금과 성금에도 세금 한 푼 나간 게 없겠지?"
"왜 그런 소문이 돌까?"
"교묘하게 숫자로 장난치는 놈들이 있어. 예전 참사의 경우엔 보상금만 제시하고, 이번 참사엔 보상금에 보험금과 성금을 모두 합쳐 놓곤 비교하는 식이지. 눈속임이야, 야비한."

331쪽
"정두야! 작년 봄 맹골수도로 내려오란 권유를 받고 내가 무슨 생각한 줄 알아? 간단해. 이게 옳은 일인가 아닌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지금도 마찬가지야. 옳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난 할 거다."

작가의 말
381쪽
김관홍 잠수사는 산을 오르는 인간이 아니라, 바다로 내려가는 인간이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면, 보통은 경쟁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산꼭대기에서 세상 풍경을 내려다보는 즐거움보다는 수면 아래에서 홀로 잠영하며 뛰노는 자유가 더 좋다고도 했다. 누가 더 깊이 내려가는지 경쟁하는 영화를 본 적도 있지만, 그는 그런 시합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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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 거짓말이다 - 김탁환

 

거짓말이다

깊고 차가운 바다 밑 좁고 어두운 선실 안으로 내려갔던 잠수사들, 그들은 지금 누구의 꿈을 꾸는가.작가 김탁환이 2014년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후 데뷔 20주년을 맞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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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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