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의무

 

강해야 한다

 

누명을 쓴 상만은 억울하다. 현장 검증이 있던 날, 건물 옥상에서 한바탕 자살 소동을 벌인다. 종식은 막무가내다. '억울하면 뛰어내리든지, 직접 범인을 데려오라'는 식이다. 옥신각신하던 중 종식은 난간에 매달리고, 상만은 종식을 구한다. 자신의 목숨을 구한 상만. 종식은 상만에게 고마워했을까? 고마워서 누명 씌우기를 포기라도 했을까? 전혀 아니다. 자기 목숨을 구해 준 게 고마워 딸의 수술비를 축낼 순 없다. 상만은 원래의 계획대로 수감된다.

 

해당 사건은 일개 해프닝이 아니다. 종식이 얼마나 악질인지 보여 주려는 것도 아니다. '자기 목숨 따윈 딸 앞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모의 절실함을 시사한다. 자식은 부모를 강하게 한다. 문제는 '옳고 그름에 관계 없이 강하게 한다'는 데 있다.

 

나빠야 한다

 

12년 형을 받은 상만. 교도소에서 기복은 '한종식 형사는 범인을 못 잡겠다 싶으면 무조건 갖다 끼워맞추는 놈'이라고 말한다. 그런 놈 목숨을 왜 구해 줬냐며 상만을 원망한다. 기복은 출소 후 종식에게 앙갚음할 생각에 이를 간다. 종식은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누명을 씌워 실적을 올리고 범죄자들과도 손을 잡았다. 그 탓에 여기저기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득실거린다. 결국 종식은 기복의 칼에 찔려 숨진다.

 

이식 수술을 마치고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민지. 민지를 살리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지만, 정작 민지가 깨어났을 땐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저지른 잘못이 종식과 딸을 갈라놓는 화근이 되었다. 자신과 딸의 목숨을 맞바꾼 셈이다.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긴 매한가지다. 종식의 마지막 내레이션. '나는 아빠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나의 어린 딸을 두고 먼 길을 떠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아빠다.'

 

사실 종식은 딸이 아프기 전부터 걸핏하면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실적을 올이곤 했다. 처자식을 더 '잘먹고 잘살게' 해 주기 위해서. 의도만 보면 참 훌륭한 가장이다. 결과적으로는, 어리석은 가장이다. 살인 사건 현장에 짜장면 배달을 갔단 이유로 감옥에서 7년을 보낸 남자. 그가 원한을 품고 종식의 아내를 살해했다.

 

영화상 민지의 심장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없다. 원인도, 병명도 모른다. 이식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 외에는. 집에 침입해 아내를 해친 ''을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 대는 종식. 민지는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신을 잃는다. 민지의 병 역시 '내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희생적인 동시에 이기적인 부모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영화에는 두 명의 아빠가 등장한다. 종식과 상만. 안타깝게도 종식과 상만은 둘 다 가족을 많이 사랑하지만, 여지없이 비극을 부른다. 종식은 꽤 '현실적' '공무원'이다. 목숨 바쳐 열심히 일해도, 고속 진급, 보너스 다 합쳐도, '비리'만큼 돈 되는 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면 양심쯤은 개나 줘 버리라는 생각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비리에 도를 트게 한 원동력이다. 덕분에 어느 순간까지는 잘먹고 잘살았다.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상만은 이상적이다. 종식과 완전히 대비되는 가장이다. 직업은 마술사. 꿈과 희망, 예상 밖의 놀라움으로 기쁨을 주는 게 ''이다. 교도소에 면회 온 아내에게도 마술을 선보일 정도다. 현실이 괴로울수록 비현실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 살인자라는 놀림에 시달리는 딸과 그 탓에 수차례 이사를 다녀야 했던 아내. 상만은 가족의 현실적 고충도 모른 채 해맑게 면회 장소에서 마술쇼를 하고 있다. 현실적인 종식은 '지나친 가족주의'로 화를 불렀고, 이상적인 상만은 '철없어 보이는 희망'으로 아내의 좌절을 자살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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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2011)

5.5
감독
전만배, 이세영
출연
김승우, 손병호, 임하룡, 최정윤, 천성훈
정보
액션, 드라마, 범죄 | 한국 | 99 분 | 201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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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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