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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사회

 

엇갈리는 잭과 테리

 

잭은 일자리를 구하면서,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잔인한 소녀 살해범'이 아닌 '단순 절도범'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보호관찰관 테리의 지시를 따른 것이다. 테리는 잭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과거의 잘못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잭을 돕고 싶다. '니가 받아 마땅한 죄값은 이미 다 치뤘다'며 잭을 격려한다. 출소한 이후만큼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청년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테리의 진심 어린 생활 지도 덕분에 잭은 꿈에 그리던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들처럼 직장에 다니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한다. 평범한 일상 속의 소소한 기쁨이 잭에겐 눈물 나리만치 감사하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상. 기쁨이 커질수록 마음 한 켠에 묻어 두었던 죄책감이 되살아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여자친구 미쉘을 볼 때마다, 진정한 친구라 말해 주는 크리스를 대할 때마다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지난 과거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만 같다.

 

테리의 생각은 다르다. 잭은 헛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친구와 연인이 보내는 지지가 영월할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테리는 과거를 밝히려는 잭을 설득한다. 끝까지 비밀을 유지하라고 말한다.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어서다. 전과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기 때문이다.

 

전과자를 대하는 자세

 

테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고 차량에서 꼬마의 목숨을 구해 냈을 때, 회사 사람들은 일제히 모여 잭에게 박수를 보냈다. 언론에서도 그의 훈훈한 선행을 칭찬하기 바빴다. 미쉘도 잭을 자랑스러워 했다. 사람들이 등을 돌린 건 순식간이었다. 진정한 친구 운운하던 크리스도 잭에게 한마디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회사에선 더 이상 나올 필요 없다는 전화 한 통뿐이었다. 잭을 취재하러 왔던 언론사 사진 촬영 당시 회사 로고가 박힌 모자와 차량을 동원해 잭을 카메라 앞에 못 세워 안달하던 오너다.

 

잭은 꼬마를 구했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바 없다. 사람들이 잭의 과거를 아는지의 여부만 달라졌을 뿐이다. 같은 잭을 두고, 그들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 크리스와 함께 한 일이긴 하지만, 사고 차량을 발견하고 먼저 돕고자 나선 건 잭이었다. 크리스도 그런 잭이 믿음직스러웠다. 잭에게서 느꼈던 따뜻함. '전과'가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둘이 나눈 진심은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렸다.

 

크리스와 미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에게는 잭의 과거보다 잭의 침묵이 더 아팠을지 모른다. 잭이 먼저 둘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잭을 지금처럼 외면하지 않았을까. 전과자의 출소 후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중요한 건 '전과'가 아니다. 지금의 '마음가짐'이다. 형량을 마쳤다고 해도 평생 뉘우치는 마음으로, 더 베풀고 감사하며 살아야 마땅하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대도 그런 전과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맞다. 진심과 선행은 그 자체로 인정 받아야 한다. '''법의 처분'만으로 할 도리 다한 양 정신 못 차리는 놈들도 수두룩하다.

 

재범을 막는 길

 

범죄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 결국 잭은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다. 무작정 기차에 올라 종착역에 내린다. 그곳에서 집을 나서기 전 받은 편지를 확인한다. 얼마 전 그가 극적으로 구한 꼬마로부터 온 편지다. 자길 구해 줘서 고맙다고, 잭은 '칼을 든 천사'라고 썼다. 칼로 안전벨트를 끊고 차에서 구해 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은 상징적이다. 과거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에 가담했을 때도 잭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때는 사람을 해치는 데 썼지만, 최근엔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데 썼다. 잭은 더 이상 칼을 흉기로 쓰지 않는다. 과거와 대비되는 현재의 잭을 부각시킨다.

 

과거는 분명 본인이 감당할 몫이다. 전과에 대한 책임은 죽을 때까지 어쩌지 못한다. 다만 '전과''진심 어린 선행'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선행으로 전과를 지울 순 없다. 전과 역시 선행을 뭉갤 수 없다. 선행은 선행으로서 인정 받고, 과오는 과오대로 비난 받는 것. 이는 전과자들을 아우르자는 허풍이 아니다. 그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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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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