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쪽
행복이 좋은 기분과 좋은 삶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좋은 기분으로서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까지 균형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굿 라이프'로 정했다. 굿 라이프, 즉 좋은 삶의로서의 행복은 좋은 기분과 함께 삶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삶을 향한 품격 있는 자세와 태도까지 포함한다.
35쪽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긍정적인 감정, 예를 들어 감사, 희열, 뿌듯함, 경외감, 평화로움, 고요함, 이런 것들 말고 행복이라는 또 하나의 개별적인 감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감사를 느끼고, 삶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자연과의 조화가 주는 평안함을 만끽하면서도 여전히 '행복'이라는 감정의 결핍을 경험한다. ...... 무엇보다 행복은 '행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단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52쪽
행복은 비장한 전투에서 얻어내는 승리가 아니다. 행복은 우리 삶에 우연히 찾아와준 것들에 대한 발견이다. ...... 정복의 대상, 추구의 대상, 그리고 설계의 대상이 되어버린 행복이 우리에게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기에 '행(幸)'이라는 글자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 幸 다행 행
1. 다행(多幸), 행복(幸福), 좋은 운(運)
2. 요행(僥倖ㆍ徼幸), 뜻하지 않은 좋은 운(運)
3. 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52쪽
내게 일어나는 우연을 내가 설계할 수는 없지만, 타인에게 일어나는 우연은 내가 설계할 수 있다. ...... 이처럼 누군가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우연을 선물한다는 의미다.
94쪽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보다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분석해보려는 시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부터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103쪽
행복은 역할, 의무, 책임, 조심, 경계, 현상 유지로 대표되는 당위적 자기의 브레이크보다는 꿈, 비전, 이상, 열망으로 대표되는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달고 전진하는 사람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116쪽
책장이라는 물건을 사면서 '지식을 저장하는 경험'을 산다고 의도적으로 프레임할 수도 있고, 명품을 사면서 '독특한 디자인을 경험'하는 행위라고 프레임할 수도 있다. 우리 연구팀은 소유물을 경험으로 프레임화하는 작업이 경험을 사는 것만큼의 행복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 경험하기 위한 소유, 관찰하기 위한, 소유, 시간을 사기 위한 소유로 프레임하기 시작하면, 소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소유와 달리 경험은 '지금 여기'의 심리 상태를 강하게 유발하기 때문에 경험하는 그 순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경험은 우리를 비교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경험의 삶이 곧 무소유의 삶인 이유는 무소유의 본질이 소유가 유발하는 비교로부터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소유를 모두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소유의 삶이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경험의 삶은 아주 좋은 대안이다.
134쪽
분석 결과,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더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48쪽
학자들이 정의한 의미의 의미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의미란 중요성(significance)이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모두 의미다. ...... 만일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식이 새를 사랑했다면 날마다 새에게 모이를 주는 행위는 그 엄마에게 세상 어떤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 의미는 유용성(usefulness)이다. 자신의 행위가 쓸모 있다고 느낄 때 그 일은 의미를 갖게 된다. ...... 셋째, 의미는 이해(understanding)다. 인간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는 세상을 이해하려는(sense-making) 욕구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지 못할 때, 우리는 '의미 없음'을 경험한다. ...... 넷째, 의미는 정체성(identity)과 관련이 있다. ...... 의미 있다는 것은 곧 자기다움을 뜻한다. ...... 의미 추구는 엘리트 도덕주의자의 강압적 명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우리의 본성이다.
152쪽
의미의 발견이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있다면, 의미의 부재는 쾌락을 고통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 이처럼 의미의 부재는 우리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157쪽
의미 있는 삶이란 자기다움의 삶이다.
168쪽
다시 말해, 굿 라이프가 '즐거움을 경험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역설적으로 즐거움과 만족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굿 라이프가 '자기를 성장시키고 타인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크고 긍정 정서도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의미주의의 힘은 나이와 함께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81쪽
기분 좋은 삶을 산다는 것(쾌락)과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의미)은 분명 서로 중첩되는 지점이 많지만, 동시에 미묘하게 다른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즐거움과 의미 모두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184쪽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거리'가 인간의 심리에 만들어내는 극적인 차이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거리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시간적 거리와 관계적 거리도 포함한다. ...... 자기 일인 경우에는(즉 거리까 가까운 경우) 여러 가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려를 하게 되지만, 다른 사람의 일인 경우에는(즉 거리가 먼 경우) 우선순위와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206쪽
남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발견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의 일상성을 회복해야 한다.
229쪽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정상과 상식적 인간에 대한 욕망은 관계 편중성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 많이 가진 자, 높이 오른 자, 많이 배운 자 들과만 평생을 어울려 산 사람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여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격이란 관계의 편중성이 가져오는 의식의 편중성을 인식하고,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에 있다.
[네이버 책] 굿 라이프 - 최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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