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 해리 G. 프랭크퍼트


22쪽
그는 미국사와 관련하여 사람들을 기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애국자로, 조국의 기원과 사명에 대해 깊은 생각을 지닌 사람으로, 미국 역사의 위대함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신 앞의 겸허함을 겸비한 사람으로 여겨주기를 바라고 있다. 

34쪽
비트겐슈타인이 파스칼을 꾸짖은 것은 바로 이 '생각 없음' 때문이다. 그가 역겨워했던 까닭은 파스칼이 심지어 자기의 발언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 파스칼의 잘못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37쪽
그녀(파스칼)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46쪽
대변은 영양분의 시체, 즉 음식에서 필수 요소가 다 빠져나가고 남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변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재현이다.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대변을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가 대변을 그토록 혐오스러워 하는 건 죽음을 너무도 친숙하게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50쪽
위조품에서 잘못된 점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이다. 이것은 개소리의 본질적 속성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근본적인 양상을 시사한다. 비록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관심 없이 만들어지지만, 그것이 꼭 거짓일 필요는 없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진상을 꾸며낸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반드시 그것들을 왜곡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52쪽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 거짓말은 종종 모욕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개소리에 대해서는 불쾌하거나 거슬린다는 표시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54쪽
거짓말쟁이는 불가피하게 진릿값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그것(개소리)이 의존하고 있는 창조성의 양상은 거짓말에 동원되는 것보다는 덜 분석적이고 덜 정교하다. 개소리쟁이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임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공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다. 따라서 '개소리 예술가bullshit artist(헛소리를 잘 믿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옮긴이)'라는 친숙한 개념이 나온다.

58쪽
정직한 사람이 말할 때, 그는 오직 자신이 참이라고 믿는 바를 말한다. 거짓말쟁이는, 이에 상응하게 자신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여기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지만 개소리쟁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무효다. 그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개소리를 들키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데 있어 사실들이 그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한, 그는 자신이 말하는 내용들의 현실을 올바르게 묘사하든 그렇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 

63쪽
그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 사실을 전달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은 실제로 어떤 식으로든 확정적이고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고 가정한다. 

64쪽
어떤 진술이 참이고 어떤 진술이 거짓인지를 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오직 두 가지 대안만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진실을 말하려는 노력과 기만하려는 노력 모두를 그만두는 것이다. ...... 두 번째 대안은 상황이 어떠한지를 기술하려는 주장, 그러나 개소리밖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다. 

65쪽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할 기회나 의무들이 화자가 가진 그 주제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을 넘어설 때마다 개소리의 생산은 활발해진다. 이 불일치는 특히 공인의 삶에서 일반적이다. 

67쪽
개인들은 주로 공동 세계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하기를 추구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전달해보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


옮긴이의 글 - 이윤

73쪽
개소리에 대해서 정색하고 달려들면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역공을 받는다. 사람들은 개소리가 실패의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깨닫고는 개소리의 무책임을 누리기 위해 말에서 진리치를 희석한다. 개소리로 돌파할 수 있는 곳에서는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해제 - 강성훈

87쪽
민주 시민으로 우리나라의 중대 사안 모두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진 사람은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자기위안으로 삼고 자신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이러저러한 발언을 하고 또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은 십중팔구 개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책] 개소리에 대하여 -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Posted by 몽자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