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다섯 번쯤. 내가 모텔을 이용하는 횟수다. 배우자 외에 딸린 식솔이 없는지라 여행지에서의 숙박은 모텔을 으뜸으로 친다. 저렴하고, 예약 없이 부담 없이 드나들기 편하고, 전국에 널렸다. 해변보다는 항구 쪽을 즐겨 찾는데, 이땐 민박이 별미다.

 

여행지의 숙박시설 놀이터에 들어서면 하나는 맘껏 즐기고 하나는 필히 지킨다. 여름에만 해당하긴 하지만 에어컨 가동. 전기세 잡아먹는 귀신으로 유명하던 20년 전 에어컨을 얼마 전까지 사용해 온 탓에 에어컨 알레르기가 있다. 반나절 가동? 살 떨리는 일이다. 그러다 모텔에 발을 들이면 에어컨부터 온. 주인장과 지구에 미안한 마음은 고이 접어두고 모텔방 안 작은 벽걸이 에어컨이 선사하는 소중한 바람을 만끽한다. 과감하게 22도! 습관은 무서워서, 23, 22도를 두어 번 왔다갔다하다 큰 결심을 해야 22도에서 리모컨 내려놓기가 가능하다.

 

필히 지키는 한 가지는 화장실에서의 뒤처리. 화장실을 냄새와 오물로부터 깔끔하게 지킬 수 있는 건 양변기 덕분이다. 정작 양변기는 숙여서 보고 열어서 보면 인간이 쏟아낸 오물에 적잖이 오염돼 있다. 안타깝다. 일을 치른 장본인이 일을 치를 때마다 직후에 한번씩만 살펴본다면 비교적 쉽게,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행위'는 뒤이어 사용할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청소 담당자가 한번이나마 인상을 덜 찌푸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이러면 변기에뿐 아니라 내 이미지에도 오물이 남지 않는다. 이쯤은 습관으로 새겨 두길 추천한다. 물 내린 변기 들춰보고 다시 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보다가 내 습관 하나, 셀프 칭찬하고 넘어간다.

거제시 궁전모텔 _경남 거제시 거제중앙로13길 4_20230803

 

2023-10-27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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