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쪽
사망 공동체
[저희 저승에서는 사망자 두 배 정책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이승의 인간들은 영혼의 짝 한 명과 무작위로 맺어지게 될 겁니다. 둘 중 한 명만 사망하여도 나머지 한 명이 함께 사망하는 겁니다.]
..... 사회를 정글로 보자면, 그동안 권력과 부를 독점한 사람들은 먹이사슬 상위권에 존재하고 있었다. 덕분에 목숨을 잃을 위험이 현저하게 낮았다.
하지만 이제 목숨의 값이 평등해졌다. 돈 한 푼 없는 노숙자 한 명이 죽는 것으로 수백억 부자가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이었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가진 자들이 그러지 못한 자들보다 훨씬 더 떨었는지도 모른다.
유명 인사들의 급사가 몇 번 일어나자,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곳간을 풀었다. 그 돈은 모두 사회안전망을 위해 투자되었다.
"한국의 청년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학교 폭력! 그동안 왜 이렇게 손 놓고 있었던 거야?
"노인복지가 이게 뭡니까? 언제까지 폐지를 줍고 다니시게 할 거야?"
"경찰은 뭐 하는 거야? 어제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잖아! 치안에 신경 좀 쓰라고!"
326쪽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
이 지옥을 버티게 해주었던 유일한 희망의 배신. 그것은 사람들이 이 지옥에서 겪은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이었다.
추천의 글 - 김민섭
349쪽
그러면서 나는 그의 글이 '이전에 없던 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김동식 작가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국문학이나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기는커녕 대학에도 진학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오염되지 않은 자신의 세계를 거침없이, 그리고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 독자들 역시 댓글로 "작가님, 이 맞춤법은 틀린 것 같은데요?" 하고 지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 김동식 작가는 실수나 착각이었다고 말하는 대신, 자신이 잘 몰랐으며 다음부터는 틀리지 않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는 같은 맞춤법을 두 번 이상 틀린 일이 없다.
...... 댓글의 유형은 응원과 소감이 주를 이루지만, 작품에 대한 제안도 꽤 많다. 오타를(맞춤법을) 지적하는 것부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서사 전반에 대한 개연성을 문제 삼는 데까지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김동식 작가가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는 단 한 번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하고 답한 일이 없다. 언제나 "아, 그게 더욱 좋겠네요"라거나 "제가 그 부분을 항상 지적 받아서 신경 쓰고 있는데 아직도 잘 안 되네요,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네이버 책] 회색 인간 - 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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