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쪽
어떤 채소가 신선하고 먹을 수 있으며 맛이 있는지 읽어내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 채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랐는지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 없다.
23쪽
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인간은 주로 과일을 먹는 과식동물인 침팬지와 주로 잎사귀와 줄기를 먹는 엽식동물인 고릴라와 사촌지간이다.
23쪽
진화 과정에서 대체 음식은 선호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
37쪽
...... 서양의 테이블 매너는 주로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역겨운 소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일본에서는 국수를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도록 권장한다. 식당 주인과 매니저들은 식당 안의 음악 소리나 음향 환경에 따라 손님의 식사량과 식사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38쪽
...... 유명 요리사들은 손님이 자극에 순응하여 음식에 싫증내지 않도록 다양한 요리를 조금씩 장시간에 걸쳐 내놓는 코스 요리를 개발하려고 애쓴다.
79쪽
인간은 초잡식동물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의 식단이 인간에게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의 식단은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인간의 식단은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다. 여러 문화권에서 특정 음식을 불결하다고 간주하거나, 적이 먹는 음식이라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금지한다.
84쪽
맛이라는 감각은 미각과 후각뿐 아니라 촉각, 시각, 청각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맛은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가족 환경과 문화 환경까지 반영한다. 간단히 말하면 맛은 생물적 감각이다.
86쪽
치안 당국은 국민들이 예술과 과학 논쟁에 빠지면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덜 신경 쓸 것이라고 기대했고 그중에서 음식과 식사는 당국이 인정한 '쾌락' 토론 목록에 포함된 주제였다.
96쪽
특히 포도당액이 MSG, IMP(이노신산, inosine monophosphate)보다 많은 쾌락을 유발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포도당액은 두뇌에서 동기, 감정과 관련된 고도의 인지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대상피질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왔다.
96쪽
롤스의 연구팀은 MSG와 IMP를 함께 섭취한 사람이 각 조미료를 따로 섭취한 사람보다 큰 쾌락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다시 말해 두 가지 맛이 시너지를 일으킬 때는 맛의 쾌락을 평가하는 두뇌 부위가 훨씬 더 활성화된다.
...... 맛의 시너지는 인간이 초잡식동물이 된 원인을 설명해주는 요인일 수 있다.
110쪽
다른 침팬지와 고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수컷 침팬지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고기를 나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 침팬지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컷 침팬지가 암컷 침팬지에게 사냥감을 나누어 줄수록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수컷 침팬지는 새끼 침팬지를 먹여 살리는 데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컷 침팬지가 암컷 침팬지에게 고기를 나눠 주는 목적은 엄밀히 말하면 짝짓기에 있다.
112쪽
일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감정을 오르가즘에 비유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감정을 가리키는 신조어도 있다. 'Urban Dictionary'라는 인터넷 사전에서 여러 번 정의된 '푸드가즘foodgasm'이란 단어다. 이 사이트에 나온 푸드가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일어나는 현상. 보통 신음, 한숨, 비명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소음을 수반한다. 또한 얼굴 표정도 무작위로 바뀐다." 또 다른 정의는 이렇다. "놀랍도록 맛있는 음식을 맛볼 때 느끼는 희열." ...... 아쉽게도 푸드가즘이 일어날 때 두뇌를 촬영해 연구한 학자는 없다.
122쪽
고고학자 마틴 존스는 축제의 기원을 거대한 동물을 사냥한 뒤에 벌어지는 고기 분배 과정으로 보았다. 농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냥한 고기를 나누어 먹는 의식은 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나누어 먹는 의식으로 바뀌었고, 이후 축제는 세계 각지 문화권에서 공동체의 문화 정체성과 결속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공동체 활동이 되었다.
인류는 축제를 통해 한 가족이라는 느낌과 문화적 유대감뿐 아니라 영양학적, 심리학적 보상을 얻었다. 축제에서는 으레 포만감을 느끼는 섭취량보다 20퍼센트 많이 먹는다. 수백만 년 전부터 내려온 축제의 경험을 통해 인류는 배부르게 먹는 경험을 사회적 결속감과 연결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127쪽
언제나 음식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려는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도 음식을 먹게 되었다. 사람들은 슬픔을 달래거나 행복한 기분에 빠지고 싶어서, 혹은 지루함에서 벗어나거나 그냥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서 먹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고 식습관이 형성된다.
154쪽
인간의 사회성을 이루는 기본 중 하나는 식이 행동이다. ...... 반면 식욕부진증 환자는 잘못된 완벽주의를 혼자서 잘못된 방식으로 추구하다가 음식을 거부하는데, 이는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측면을 거부하는 것이다.
234쪽
토마스 켈러는 자신의 요리책에서 요리의 독창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드는 요리를 독자가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 단지 비슷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자가 자신의 느낌과 열정이 담긴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리는 내가 만든 어떤 요리보다도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256쪽
요리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chef'는 원래 '지도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132쪽
다이어트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소비하는 열량보다 적은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공식은 지금까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 진화사와 문화사, 때로는 개인사와 역행하는 것이기에 실천하기 어렵다. 칼로리 섭취량이 감소하면 그에 맞게 신진대사도 바뀌지만 인체는 딱히 몸무게를 줄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140쪽
하나는 확실하다. fMRI를 이용한 두뇌 연구로 사람마다 음식을 인지하는 방식과 식이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이 알려지면서 모든 사람에게 통할 보편적 다이어트 법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141쪽
앞서 살펴봤듯이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은 자기통제와 시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두뇌 부위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활성화된다. ...... 다이어트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신체의 변화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쉽지만 태도, 감정, 정보 처리 네트워크 같은 정신적인 변화는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살을 뺄 수는 있지만 정신적 변화를 이루기 어려워 곧 예전 상태로 돌아간다.
278쪽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식 이론은 성장기의 음식 환경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식단을 채택하는 것은 실제로는 음식 이론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마치 성인이 된 후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아니, 모국어 대신 외국어만 쓰는 것과 같다.
...... 흔히 다이어트란 말을 음식 섭취량 제한과 동의어로 쓰지만 의미를 더 넓혀 말하면 다이어트는 식습관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들과 다른 기준을 준수한다. 이들은 자신의 음식 이론을 확장해 음식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책] 미각의 지배 - 존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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