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쪽
병과 장애가 사람 가려서 오지 않지만, 사람만이 그것들을 가려 금 밖으로 내몹니다. 그 몸을 내치는 것이니 병과 장애가 아니라 사람이 나동그라집니다.
29쪽
어떤 병이든 진단 후에는 이제껏 접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감정 상태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36쪽
아픈 사람이 스스로를 격려하는 방식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것은 그 안에서 요동치던 시간의 산물이어서 외부의 어떤 판단도 그보다 단단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41쪽
병이 깃든 몸만 치료하고 나면 병에서 자유로워질 거라 여기지만 환자는 발병 이전과 이후 삶이 달라지기도 하고, 후유증을 앓는 정도도 저마다 다르며, 재발하거나 혹은 앓던 병 외에 다른 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질병 경력ilness career이 쌓이는 겁니다.
48쪽
신체 기능에 별다른 이상이 없을 때 우리는 외부 세계의 견고함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적응력이 뛰어난 우리의 몸이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환경에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을 의지대로 부릴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무력해진 몸은 위협적인 주변 환경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68쪽
학교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accomodation이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상관없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시설은 젊고 병이 없고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은 활동과 참여가 불가하거나, 제약을 받거나, 참여하더라도 '배려'라는 미명 아래 시혜의 맛을 볼 뿐입니다.
87쪽
캐나다 토론토대학 리사 리골트 박사는 주변 환경이 사람들의 편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 A그룹에게는 '편견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를 읽게 한 반면, B그룹에게는 평등의 가치를 설명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왜 좋은가'라는 책자를 준 것입니다.
결과는 A그룹이 B그룹에 비해 인종이나 성에 대해 편견을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8쪽
사회적 편견이 지독한 병에 걸린 사람들은 차라리 암에 걸렸으면 합니다.
187쪽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면 순간이 아닌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내일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은 당장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들'에만 급급하게 됩니다. 미래를 꿈꿀 여유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꿈의 크기와 종류에 스스로 제한을 둡니다. 그런 이유로 가난은 반드시 인권을 침해합니다.
199쪽
낮은 생활수준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인간의 위엄과 존중에 대한 모욕으로 작동하기에 더 큰 문제입니다. 한번 넘어진 사람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회가 아닌, 이웃이 건네는 손을 잡고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믿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런 곳에서만이 우리는 '내일을 위한 시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196쪽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취약계층이 복지제도를 누리기엔 정보는 너무 멀리 있고, ...... 당사자에겐 넘기 힘든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청서들(당사자 신청주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복지의 대상이 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부정수급자를 한 명이라도 더 잡아내겠다는 처벌의 기세로 사람들의 기운을 꺾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나랏돈을 주면서 까다롭고 치사하게 군다고 느낄 수밖에요.
229쪽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관할권 내의 정부와 비정부 주체들이 인권법을 준수하며 행동하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국가는 건강에 대한 권리기반적 접근rights-based approach을 해야 합니다. 권리기반적 접근이란 보건정책이나 프로그램 또는 보건 관련 법률을 설계하거나 제정할 때 권리가 밑받침된 접근을 한다는 것으로, 인권을 필수 요소로 상정해 두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네이버 책] 아픈 몸 더 아픈 차별 -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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