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생각 - 섭리교 - 우주의 섭리
20대 중반까지 인적 사항에 종교란이 있으면 늘상 '기독교'로 채웠다. 부계(父系)의 반(半) 기독교와 모계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유아세례, 주일학교를 거치면서 철저한 개신교도로 자라서다. 이젠 명실공히 무교, 그중에서도 한국 목사들의 교묘한 수법을 줄줄이 꿰고 있는 무교인이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름의 주관을 갖게 됐고 한국 기독교의 교리 또한 탐탁치 않았기 때문에, '무교'로의 전환은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
특정 종교를 비방할 마음은 없다. 모든 개인을 존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와 신앙, 교리를 존중한다. 다만 훌륭한 가르침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사람들을 우롱하는 행위가 볼썽사나울 뿐이다. 종교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닌, 종교를 제 잇속 차리는 데 이용하는 악덕 종교업자들에 대한 불복이란 얘기다. 내 경우, 사람에 대한 관심은 행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행복은 심리학, 철학,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흘렀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자질이 있다고 믿는다. 종교 또한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그 존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종교가 모든 일을 신이 주관한다는 주의라면 난 현재 종교가 없다.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신앙을 의미한다면 분명한 믿음의 대상이 있다. 바로 '섭리'다. 남편과 나는 우주의 섭리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믿음을 가리켜 일명 '섭리교'라 부르곤 한다. 섭리(攝理)의 사전적 의미는 ① 대신하여 처리하고 다스림, ②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이다. 기독교에서는 ③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뜻을 섭리라 표현하는데, '하나님의 뜻'만 빼면 ①, ②와 같은 의미다. 결론적으로, 섭리교는 평소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말이다.
섭리(攝理) 일이 돌아가는 원리 ≒ 이치
세상만사를 다스리다, 바로잡다, 벌하다, 가다듬다, 보살피다
Providence : A force to arrange the things that happen to us
교(敎) ≒ 종교 :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
섭리에 대한 우리의 사상에서 핵심은 두 가지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과 인간은 뛰어나다는 것. 풀어 말하면 이런 얘기다. 모든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값 지불을 하게 되어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 같은 일에도 득이 되는 점과 해가 되는 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인간은 모두가 다 훌륭하다.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게 있고, 같은 기질도 호재가 될 때가 있는가 하면 때에 따라서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를 깨달으면 당연히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 좋은 일, 자신을 포함한 남들의 약점과 같은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병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 외모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 부모의 기대 때문에 선택해야 하는 진로, 월세살이 때문에 나가는 비용 등 부정적인 면만 보자면 한도 끝도 없다. 남들 얘기를 잘 들어 주고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언변이 수려한 사람을 부러워한다거나 행동이 재빠른 사람이 침착성이 부족하다며 자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장 동료의 안 좋은 점에만 주목하면 정작 불행한 건 동료 이전에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이를 본받는 것도 본인의 재량에 달렸다. 업무에서의 능력 발휘, 원만한 동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 짓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핵심이 되는 두 가지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모든 면에서 뛰어날 수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일이 잘될 수도 없다는 논리다. 여기서 성공과 행복의 조건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두 가지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일의 좋은 점과 사람의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울림을 이룰 수 있고,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에서 성패, 행불행을 가르는 건 단연 '어울림'이다. 가진 재능이 보다 많이 요구되는 직업을 택하면 즐기며 성공할 수 있다. 한 개인은 완벽할 수 없지만, 강점과 약점이 조화를 이루는 상대를 만나면 완벽한 한 쌍의 커플을 이룰 수 있다. 행복한 인생, 성공한 인생은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아 갈 때 가능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섭리교'에는 우리 부부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주의 섭리는 실로 완벽하다. 사람이나 일이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갖게끔 하는 것이 섭리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행복과 불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다거나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남들 보기에 완벽한 능력이나 배경,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도 반드시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가능하지도 않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돌아가질 않는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인생 최대의 행운 같지만 실제 당사자 입장에서는 전혀 딴판인 경우도 허다하다. 로또 1등만 봐도 그렇다. 몇 년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복권 당첨 이후 오히려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한 적이 있다. 그간 연락 한 번 없던 사람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어려운 사정을 늘어놓는 통에 한동안 곤욕을 치뤘다는 사람부터 당첨금 때문에 사돈에 팔촌까지 전부 의가 상해 버렸다는 사람, 재차 1등을 노리고 로또에 더 목을 매 상당액을 날렸다는 사람, 이혼으로 가정이 파탄 났다는 사람까지.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차라리 당첨이 안 됐었으면 더 좋았을 거다. 할 수만 있다면 당첨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호재로 여기는 복권 당첨이 악재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개중에 당첨금을 유익하게 쓰고 사람들이 기대하듯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기대가 여전히 로또 기계 앞에 사람들을 줄 세우는 이유다. 기억해야 할 점은 하늘이 주신 기회가 하늘이 내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어떤 일도 행복이나 성공, 불행이나 실패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일만 계속해서 일어날 수도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행복할 순 있다. 나쁜 일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 이를 찾아내는 현명함을 키운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행복계발 시트콤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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