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생각 - 모야모야 7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카와 예민한 직업으로 손꼽히는 의사 매형, 강남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목동 아파트. 누나네에서의 출퇴근이 하루하루 나와의 동거로 변해 가고, 그 김에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 우리가 결혼하기 1년 전 상황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놀랍게도 매형의 전문 분야는 신경과.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를 다루는 과다. 지인 중에 전문가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상대 집안 사람 중에 내 병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니 순간 불안감이 스쳤다. 결혼 전이기에 더욱.
이유는 하나다. 의사는 약간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선에서 최악의 경우에 이르기까지 예상 가능한 징후를 알린다. 동시에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환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겁을 주는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 조심할 테고, 병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는 당연한 입장이다.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의 입김이 오히려 오해를 부르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였다. 당연히 숨길 마음은 없었다. 다만 의사를 통해 먼저 전해 들을 때 어른들이 가질 수 있는 우려가 실제보다 크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이다.
결과는 'OK'였다. 이렇게 감사할 때가! 부모님의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버님은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한쪽 팔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수영도 다니고 운전도 하실 만큼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어머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버님을 대신해 생계와 살림을 도맡아 왔는데 아들도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거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으니, 당연히 마음이 편했을 리 없다. 쿨하게 허락하신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병에 대해 물은 적이 없다. 이후로도 쭉, 너무도 쿨하시다! 심각한 마비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가도 간간이 아들에게만 묻는다. 현명하고 감각적인 송 여사의 배려다. 감사한 것은 물론, 감탄을 자아내는 지혜를 수시로 발휘하신다. 두 분이 본래 가지고 계신 매력이다. 모야모야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그 매력을 절감한다.
사전은 병을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 이것이 사전에서 정의하는 '병'이다. 그런 병에도 찾아보면 좋은 점이 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병과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혼꾸멍날 만한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가 틀렸다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나와의 궁합에서는,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야모야는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태어난 지 3~4년 만에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병이기도 하고, 30~40대에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예방할 수도 없고 현재로선 완치도 불가능하다. 나 역시 한때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병으로 인한 자괴감이 컸다. 모든 병이 그렇듯, 모야모야도 수만 가지 양상을 보인다. 권장할 만한 생활 방식, 주의 사항 등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핵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긍정적인 측면은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각자의 입맛이 다른 것처럼, 본인에게 맛있는 음식은 본인이 제일 잘 아는 것처럼, 주어진 상황이나 함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각자의 취향 및 성향에 따라 다른 발상이 가능하다. 본인의 행복은 스스로가 계발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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