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만 아니면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군대를 거부하고 대신 감옥에 간 병역거부자가 1,700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옥살이가 끝나고 나면 더 큰 고통이 시작된다고 한다.
비록 내가 다칠지라도 폭력은 쓰지 않겠다.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열어 달라!
웬만한 전과자보다도 더 죄인 취급이다
향토예비군 설치법.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문제는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훈련시간이 소멸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예비군 연차가 늘어날수록 받아야 하는 훈련은 더 많아지고, 불참할 경우 매번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은성 씨 曰 어딘가에 소속된 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현재 노점상을 하고 있다.
박은성 씨 어머니 曰 재판석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는 것만도 괴로운 일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세월만 지금 6년째다.
몇 백만 원씩 나오는 벌금도 부담인데다, 전과자가 되어 사회생활조차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여름부터 한 대기업에서 인턴을 시작한 유낙원 씨는 산학협력에 따라 대학 3학년 때부터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학비도 지원 받았기 때문에 입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꿈이 갑자기 산산조각 나 버렸다. 병역 기피를 이유로 입사가 취소된 것.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역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던 김명철 씨는 올해 3월 4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교통안전관리공단에 합격했다. 그런데 병역거부로 징역을 산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합격이 취소됐다. 출소한 건 8년 전. 규정대로라면 평생 이 기업에 지원할 수 없다.
김명철 씨 曰 범죄자라고 해도 5년이 경과된 이후에는 전과 기록에 상관없이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병역 기피 사실이 있는 자'라는 조항은 나를 평생 구속하는 거다.
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 기피'와 '고의적 병역 기피'를 구분하지 않았다며 개정을 공고했다. 직업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인권위원회의 지적 이후, 병무청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는 관련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런 지침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단은 인권위의 공고대로 관련 규정을 삭제했지만, 명철 씨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규정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은 여전히 많다.
애써 자격증 따고 일자리 구했더니 국가가 직접 해고하라고 나선다
전성진 씨는 공중보건의가 되는 데 필요한 4주 간의 군사훈련을 거부해 현재 재판을 받다 구속된 상황. 치과의사 전성진 씨가 근무하는 병원 앞으로 병무청이 공문을 보냈다.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성진 씨를 해고하지 않으면 병역법에 따라 고용주를 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여호와증인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10년 간 여호와증인과 관계없이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50명이 넘는다. 김 씨는 군대를 가는 것만 아니라면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군입대를 거부한 뒤 일하던 초등학교에서 해고됐고 고된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김훈태 씨 曰 2006년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불교 신자, 현 대안학교 교사 曰 이라크의 아이들이 폭격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전쟁은 길이 아니구나, 군인이 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학교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현실로 닥치니 그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인권, 다수결 아닌 가치관을 반영할 문제다
2007년 국방부는 매해 700~800명씩 전과자를 양산해 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국방부는 발표 1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병무청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대체 복무를 반대했기 때문이란다. 유럽 대다수 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안보 상황이 심각한 대만, 이스라엘에서도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 믿음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 이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그 후에 사회생활까지 옭아매는 데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 복무 실시 방안>
기간: 현역병의 2배 | 업무: 위험도 높은 사회 서비스 | 거주: 시설에 합숙
이발래 인권위원회 법제개선팀장 曰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들도 대개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2/3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치 판단'의 문제다.
전쟁에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군입대를 거부한 둘째 아들의 면회를 가는 길이다. 2001년 4월, 그때는 삼형제 가운데 둘째가 아닌 첫째 아들이 감옥에 있었다.
양지운 씨 성우 曰 이 길을 수없이 걸었다. 큰아들 3년, 둘째 아들 1년 6개월, 한 달에 6번씩. 이제 그만 오고 싶다.
양지운 씨의 아내 曰 23살의 나이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그런데 감옥에서 면회 온 엄마, 아빠를 오히려 위로하고 있다. 참 기특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다.
당시 10살이었던 양지운 씨의 막내아들도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 씨는 첫째, 둘째에 이어 셋째 아들까지 감옥에 보내야 한다.
※ 어떤 낙인 | 2012-11-18 | 시사매거진2580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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