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민주주의를 잡아먹다
1일은 민주주의, 364일은 자본주의
선거는 분명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민주적으로 치뤄진다. 그런데 종국에는 다수의 '불만'만 남는다. 선거 결과, 당선인의 향후 의사결정은 국민 대다수의 뜻과 엇나간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정책상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에 비해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일 당일에만, 그것도 형식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후보 등록부터 선거운동까지 매 단계마다 자본주의가 침투해 있다. 선거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치르기 위해 물밑으로 벌이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행태는 모두 민주적인 것으로 포장된다. 오가는 로비, 그로 인해 형성된 인맥, 인맥들과 머리를 맞대고 꾸미는 공약, 언론 플레이 등은 전부 자본주의적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자본으로 짠 시나리오에 속아 엉뚱한 번호를 찍고 만다. 더 이상 자본을 들여 시나리오를 짤 필요가 없는 당선인들. 그들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을 지지한 국민들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표. 민주주의로 포장된 자본주의는 국민들을 어쩌지 못하게 옭아매는 수단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수의 결정에 따른다는 민주주의는 비대해진 자본주의 앞에 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다수'가 아닌 '거액'에 의한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건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일들이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 신념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는 건 어떻게든 부를 축적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부를 통해 힘을 얻고 난 뒤라야 더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리고 그 부와 힘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니가 그 자리에 올라가서 바꾸라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당한 방법만으로는 불가능한 시대에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많은 사람들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특권이나 마찬가지다. 돈이 최고이다 보니, 돈에 신념을 팔고 돈 때문에 불의를 눈감는다. 자본을 가진 소수의 눈에 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양심을 판다. 어느 새 기준은 도덕적이고 원칙적인 것이 아닌, '소수'의 뜻이 돼 버린다. '다수'는 나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이 있다면, 나에게 힘을 실어 줄 돈이 생긴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적당히 양심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작은 돈은 이들의 양심을 사기 어렵다. 문제는 큰 돈이다. 크면 클수록 불가능한 일이 적어진다. 부익부 빈익빈이 극대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말 많이 가진 자만이 한 사람, 한 집단,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기회는 잠재력이 아닌, 돈으로 쌓아 올린 실력, 이력을 갖춘 이들에게만 집중적, 편향적으로 주어진다.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많은 돈은 법 제정 및 개정은 물론 '적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법이 가진 자들에게는 달리 적용되고 있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존재해야 할 변호사가 가진 자들의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 주기에 바쁘다. 가진 자들이 법망을 피해 그들의 부를 더욱 더 증식할 수 있도록, 편법을 모색하는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호사들이 먹고사는 방식이다. '자유 경쟁'이라는 타이틀 아래 자본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 지식인도 전문가도, 그 안에서 놀고들 있다.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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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특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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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에 대하여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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