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찮은 자본주의, 그래서 더 알아야 하는 자본주의 - 자본주의에 접근하다

 

한 명이 빚을 갚으면 다른 한 명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는데, 물가가 오르면 무슨 소용?' 이란 의문에서 출발해, 대출에 의해 물가가 상승하게끔 짜여져 있는 자본주의의 구조에 대해 살펴봤다. 대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A가 빚을 갚으면 B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잔인한 사실. 빚을 청산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인데 다른 누군가의 파산을 발판으로 해야만 가능하단다. 자본주의, 갈수록 태산이다. 대출과 물가에 이어, 상환과 파산은 또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알아봤다.

 

<파산의 발생>

이해를 돕기 위해 범위를 좁혀 생각해 보자. 단일한 통화 체제를 가진 한 섬이 있다고 가정한다.

섬에는 은행가 A와 시민 B, C, D, 이렇게 네 사람이 살고 있다.

시민 BA에게 100원의 대출을 요청한다.

A 100원을 발행한다.

B1년 뒤 105원을 갚기로 A와 약속한다. 연이율 5%100원을 빌린다.

B100원을 주고 C에게서 배를 한 척 산다.

B는 구입한 배를 타고 열심히 고기를 잡는다.

 

경우

1년 뒤. 많은 고기를 잡아 팔았지만 B가 벌 수 있는 돈은 C가 가진 100원이 전부다.

B5원이 부족해 A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파산에 이른다.

 

경우

그사이 D A에게 5원을 빌린다. 역시 연이율 5%. 1년 뒤 5.5원을 갚기로 약속한다.

B C에게 100원어치, D에게 5원어치의 물고기를 팔아 총 105원을 번다.

105원을 모은 B A에게 약속한 금액을 갚는다. B는 파산을 면한다.

A로부터 5원을 빌린 D는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만다.

D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 돈을 벌려고 해도, 섬 내 사람들이 가진 돈은 더 이상 한푼도 없다.

A가 가진 은행의 105원은 누군가가 대출을 받아야만 사람들 간에 거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은행이 돈을 불리는 이유다. 누군가에게 대출해 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은 또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대출해 줄 수밖에 없다. 이로써 통화량은 늘고 통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 정도가 지나칠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통화팽창;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경제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끔찍하다. B가 이자를 갚을 수 있으려면 A 5원을 더 찍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5원을 D가 대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섬에 있는 돈의 총액이 105원이 되고, B가 섬에 있는 돈을 전부 벌어 A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 핵심은 B A에게 약속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동시에, C D는 불행을 맞는다는 것. C는 빈털터리가 되고, D는 진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경우 처럼 A 자신이 파산하거나 경우 처럼 D를 파산시키고 A가 파산을 면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뿐이란 얘기다.

 

대출과 파산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결론이 좀 애매하다. '다큐프라임'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본주의 통화 시스템에는 이자 자체가 없기 때문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본주의에서 누군가의 파산은 필연적이다.

수입이 적고 빚은 많고, 경제 사정에 어두운 사람이 파산을 맞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위대한 체제다.

제작진이 만나 본 전문가들 중 자본주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향을 잃은,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쳐 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복지 정책을 다져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완하는 것만이 유일한 돌파구다.

 

'다큐프라임'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쉽게 풀어 설명했다. 몰랐던 내막을 상당 부분 깨닫게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본주의의 매력, 자본주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세계적인 석학들이 현재까지 알려진 체제 중 자본주의를 가장 훌륭하다고 여기는 근거에 대해서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제작한 방송이기에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다양한 철학적 의견을 담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일 가려웠던 부분, 이를 긁어 줄 또다른 정보를 찾아나서야겠다.

 

꾸준히 대출과 상환을 반복함으로써 원만하게 돈이 돌아야만 개개인의 파산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돈이 잘 돌게 하기 위해 개인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에 힘을 기울이고 어떤 걸 경계해야 하나?

자본주의를 고쳐 써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마지막에 강조한 복지의 필요성. 복지란 파산한 개인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일 뿐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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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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