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주민 싸움에 서민들만 울상
행복주택 공급자인 정부, 건립 예정 지역 거주자인 주민, 양자 간의 팽팽한 대립. 전혀 얼토당토않은 주장들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엔 '수요자'인 '서민'의 눈초리가 너무 따갑다.
널 위해 준비했어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미분양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집값 하락 추세로 아파트 매입을 꺼리던 분위기에서, 기회는 이때다 싶어 '생애 최초'로 내 집 한번 마련해 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선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이 분명 큰 몫을 했다. 올 초 개시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부터 시행 계획을 밝힌 '무주택자 대상 초저리 장기 대출'까지. 이래저래 '돈 빌려 줄 테니 집들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문제점을 눈치 챘나 모르겠다. 집 없는 중저소득층이 원하는 건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거다. 무리해 가며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숨 좀 쉬면서 살 수 있는 집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 월세는 매달 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월세' 때문에, 전세는 때마다 들리는 주인의 '전셋값 올려 달라'는 성화 때문에 숨을 돌릴 수가 없다.
정말 날 위해 준비한 거 맞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긋지긋한 전·월세에서 벗어나 보자! 짱구를 굴린다. 나라가 제공한 절호의 기회를 틈타 드디어 내 집을 마련했다! 집이 있어 좋긴 한데, 불안하고 쫓기는 심정은 여전하다. 조금이나마 빚에 대한 중압감을 빨리 떨치고 싶다. 거치 기간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10년이나 지나야 자유의 몸이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자 내는 날'. 월세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전세에서 매입? 갑자기 월세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매달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내 가며 살 수가 있나. 멀쩡한 아파트에 들어앉아 한숨만 쉬고 있다.
요리조리 따져 보니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뉴스, 인터넷, 연신 최저금리를 외쳐 대지만, 꿋꿋하게 버틴다. 한 달쯤 지났을까. 번지르르한 TV 속 인테리어에 눈이 번쩍 뜨인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국민행복기금', '국민주택기금'을 검색하고 있다. 계산기를 두들기다 도로 포기한다. 주위에서도 난리다. 남의 집 '주머니 사정'도 모르고 한다는 소리가 '그 정도면 거저네. 이 참에 장만해.'다. 지나가는 이삿짐센터 차량을 보고도 마음이 들썩인다. 기대와 포기를 반복하는 신세. 머저리가 따로 없다.
근데 왜 쟤들이 신났지!?
정부의 공치사에 힘입어 내 집을 마련한 이들도, 아직까지 갈팡질팡 고민 중인 이들도, 가시방석이긴 마찬가지다. 혜택은 애먼 데로 돌아간다. 건설사와 금융권. 절망적이던 아파트 분양율이 서서히 늘고 있다. 은행은 정부와 손을 잡고, 고객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며 상품을 팔고 있다. 웃어야 할 사람은 여전히 울상인데, 엉뚱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음흉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 버린 꼴. 가계 대출은 늘어나고 미분양 가구수는 줄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2008~2009년 자료는 최근의 정권 교체 시기를 비교하기 위해 함께 첨부한다.)
규모별 미분양 가구수 (전국) 가계대출 (억원) 월 12~13년 < 60㎡ 60∼85㎡ 85㎡ < 12~13년 08~09년 7 8 9 10 11 12 1 2 3 4 5 6 7
67,060
5,372
27,672
34,016
397,997
302,590
69,511
5,673
30,343
33,495
398,921
304,258
71,552
5,650
32,462
33,440
398,901
306,089
72,739
5,488
33,952
33,299
399,149
307,262
76,319
5,911
36,591
33,817
398,976
309,107
74,835
5,509
37,013
32,313
404,183
311,158
75,180
5,693
37,303
32,184
401,782
311,891
73,386
5,407
36,632
31,347
400,721
314,397
70,633
5,109
34,795
30,729
401,254
316,518
70,201
5,210
34,348
30,643
401,125
317,795
66,896
5,240
31,730
29,926
403,096
320,566
65,072
5,173
30,615
29,284
406,793
324,506
67,672
5,816
32,167
2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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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년대 리플레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미국에서 1950년대에 이미 실행해 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대규모 임대주택 정책'을 2010년대인 지금 왜 우리나라가 그때 그 정책을 따라하냐는 거다. '프루이트 아이고'의 신화는 얼마 못 가 무너졌다. 얼마나 큰 부작용이 있었으면 그들이 신화라고까지 불린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폭파'시켰겠나. 경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건가. 열심히 지었다가 폭파시켜 봐야 속이 후련할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천만의 말씀이다. 부지 선정 소식만 듣고도 들고일어나는 사람들이다. 장담컨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거다.
※ 국토교통통계누리 미분양 주택 현황 Link
※ 국가통계포털 KOSIS 가계 대출 추이 Link
※ 전국 미분양 5개월 연속 줄어 | 2013-07-25 | 경제투데이 Link
※ 국민주택기금서 최저 연 1% 장기대출 | 2013-08-28 | 한겨레 Link
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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