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와 김제동, 그들을 지지하는 이유
김미화, 김제동, 하면 뭐가 떠오르나. 맞다. '쉽게 보기 힘들어진' 코미디언이다. 쉽게 보기 힘들어진 코미디언들은 많다. 유머 코드가 심심해지면 당연히 슬슬 밀려난다. 도박이나 탈세, 성폭행 사건에 휘말려도 인터넷에선 검색어 1위에 오를지언정 공중파에선 한동안 보기 어렵다. 그런데 김미화와 김제동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법을 어긴 바도 없고 여전히 대학 강단, 콘서트장, 인터넷라디오를 누비며 신나게 웃기고 있다. 그러나 TV엔 뜸하다. 왜? 행복한 사회를 꿈꾸다 누군가의 눈에 거슬려 저만치 치워진 것이다. 아웃사이더는 아니다. 그저 '인간적'일 뿐이다. 상선의 마음에 들기 위해 요리조리 눈치 보는 얌체보다 백 배는 멋진, 배포 두둑한 입담꾼들이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와 김미화가 쓴 '웃기고 자빠졌네' 중 공유하고픈 몇 마디가 있다.
정치적인 코미디언?
언론에선 그들을 '정치적'이라 표현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김제동 曰 뭐만 하면 빨갱이란다. 뭐만 하면 좌파란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 주자'해도 빨갱이라 그러고, 구룡마을 가서 수해 복구 하고 있는데 와서 빨갱이라 그런다. 수해 복구 중 어떤 기자가 와서 묻는다. 왜 자꾸 정치적인 행동을 하냐고. 정치하려고 그러냐고. 정치하지 말라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정치하는 줄 안다. 정치가 코미디를 그만둬야, 코미디가 정치를 그만둔다.
김미화 曰 폴리테이너. 정치적 성향의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 대가로 연예활동에 이득을 챙기는 연예인을 폴리테이너라 하면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럼 너는?'이라고 물으신다면, 진행하는 시사프로의 특성상 정치를 다루기는 하지만, 내가 정치적인 건 아니다. 심형래 씨가 영구 역할을 하고 땡칠이 흉내를 낸다고 진짜 바보가 아니듯.
다양성의 가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내가 김미화, 김제동을 지지하는 데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
김제동 曰 YB가 평양에 가서 방송을 했는데 다음날 길거리에 나가니까 평양 시민이 다 알아봤다더라. 왜냐, 시청률이 98%였다.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거다. 하나의 목소리만 나간다. 이게 진짜 빨갱이 나라다. 그런 나라 만들지 말자는 얘기다. 진달래가 장미보고 뭐라 하지 않듯이, 장미가 진달래를 질투하지 않듯이, 소나무가 전나무보고 넌 왜 그렇게 생겼냐 하지 않듯이, 각자의 생각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자!
김미화 曰 얘들을 캐고 나면 며칠 뒤 다른 풀이 성하고, 저 풀을 캐고 나면 또 이 풀이 어느 새 새로 한 무리고. 한 2년 씨름했을까? 결국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다. '마당에 꼭 잔디만 있어야 하는 법은 없잖아!? 공생 마당으로 가자!'
김제동 曰 다트를 10번 던져 10번 다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 10번을 다 맞히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던져 놓고 거기에 과녁을 그리면 된다! 남이 그려 놓은 과녁, 남이 10점이라고 정해 놓은 데다가 내 생각, 내가 던진 화살을 맞혀 넣을 필요는 없다. 너무 자신을 틀에 가둬 놓고 생각하지 말자. 좀 풀어져도, 돌아이 소리 좀 들어도 괜찮다. 오히려 행복하다. 주변의 돌아이들을 한번 생각해 봐라. 자신들은 늘 행복하다. 주변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자신은 항상 행복하다!
승려와의 인연
종교, 종파를 막론하고 교리를 몸소 실천하는 종교인이라면 존경 받을 가치가 있다. 김제동과 김미화는 특히 '스님'과의 연이 깊어 보인다.
김제동 曰 나보고 자꾸 빨갱이라 그러는데, 나 북한 안 간다. 북한에 이번에 새로 나온 애는, 더 이상하지 않나? 한 번도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처음에 보고 텔레토빈 줄 알았다. 해님하고도 대화할 거 같다. 김정은 만나면 할 얘기가 많다. '정은아, 형이니까 내가 말 놓을게. 너 이러다가 죽는다. 너... 살 빼라. 인민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너 혼자 살쪄서 되겠냐.' 북한 아기들이 죽어 가고 있어서, 법륜 스님과 같이 북한에 분유, 두유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있는 것들, 빼돌릴 수 없는 것들, 미사일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을 보내는 거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미사일로 분유를 만들 수 있겠나?
김미화 曰 명진 스님이 내게 해 주신 말씀이다. '국민들이 MB를 선택한 것은 MB가 부도덕한 줄 몰라서가 아니다. 부도덕하더라도 잘살게 해줄 거라는 환상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찍은 거다. ... 비록 실패하더라도 옳은 길을 가야 한다. 정말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빛나는 성공이다.'
생각해 볼 문제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도 둘의 이야기는 귀 기울일 만하다. 의식을 깨우는 재치가 일품이다.
김미화 曰 'You are not alone.' 영어는 내가 좀 해 봐서 아는데, 이게 그러니까 이런 뜻이지 아마. 넌 언론도 아니야.
김제동 曰 과연, 개는 사람이 키우는 걸까? 둘 중에 누가 주인일까? 산책할 때 한번 잘 봐라. 개가 앞에 가고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간다. 사람은 개 똥오줌도 치운다.
그들이 풍기는 '사람 냄새'가 좋다.
가치관에 대하여 MONZ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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