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쪽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상대방을 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 자신의 신념을 '적'에게 돌처럼 던지는 대신 고통의 근원을 서로 나눌 때, 우리는 마음을 열고 커다란 분리를 연결하는 통로를 찾을 수 있다.

53쪽
민주주의는 긴장을 끌어안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삼권분립 및 상호 견제에서 주정부와 연방정부 사이의 줄다리기 그리고 두 당사자가 대립하도록 하는 사법제도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는 긴장에서 유발되는 에너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러일으키도록 의도되었다. 댐에 가득 찬 물의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힘으로 바꾸는 수력 발전소와 같은 사회적 과정을 통해 갈등의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다. ...... 이런 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것은 잘 단련된 마음에 의해서 가능하다.

54쪽
우리에게 필요한 공손함은 말을 조심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차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온다.

78쪽
나는 믿음만큼이나 논쟁에 가치를 둔다. 윌리엄 슬론 코핀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세 종류의 애국자가 있는데, 그 가운데 둘은 나쁜 것이고 하나는 좋은 것이다. 나쁜 애국자는 비판 없이 사랑만 하는 자들과 사랑 없이 비판만 하는 자들이다. 좋은 애국자는 자기 나라와 끊임없이 사랑싸움을 한다."

92쪽
누군가 내게 21세기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인에게 필요한 마음의 습관을 두 단어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뻔뻔스러움과 겸손함이라는 말을 고르겠다. 뻔뻔스러움이란 나에게 표출할 의견이 있고 그것을 발언할 권리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겸손함이란 내가 아는 진리가 언제나 부분적이고 전혀 진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을 분명하고 자신 있게 발언하는 것만큼 특별히 타인에게 열린 마음과 존중하는 태도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115쪽
일상생활은 비통함을 다루는 연습의 기회가 끊임없이 제공되는 영혼의 학교다. ...... 만일 삶에서 배울 수 있는 그 순간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려 한다면 마음은 마치 운동하지 않은 근육처럼 스트레스에 점점 더 취약해진다.

119쪽
여기에서는 우리 사이에서 가장 흔하고 민주주의를 좀먹는 두 가지 거짓 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소비주의와 희생양 만들기가 그것이다.

143쪽
문명화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우는 것을 포함한다. 신경안정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누그러진 긴장이 삶의 어떤 부분을 바꾸라는 요청일 수 있다는 것, 시간을 끌면서 논쟁을 하면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낯선 타자가 중요한 정보, 심지어 좋은 뉴스의 전달자일 수 있다는 것, 적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덜 마초적이고 더욱 신중하다면 보다 안전할 것, 우리가 그 긴장들을 참을성 있게 끌어안는다면 삶의 모든 수준에서 딜레마들을 더욱 훌륭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152쪽
정치는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앙집중화된 권력에 점점 의존하면서 삶이 사적 영역에 매몰되고 있다.

160쪽
어떤 사회구조든 내포하고 있는 세 가지 핵심 층위를 보면 그 역할이 분명해진다. 사적인 층위, 공적인 층위, 그리고 정치적인 층위가 그것이다. 그 세 층위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공적인 삶의 쇠퇴가 정치적 삶과 사적인 삶의 안녕과 행복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알 수 있다.

163쪽
거대 자본은 정치권력을 비호할 수 있고, 정치권력은 거대 자본을 비호할 수 있다. 그 결과 탄생하는 폐쇄 시스템은 우리 국민이 충분히 일관성 있게 권력에 대한 견제를 행사할 때만 책임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대신 그것은 우리가 건강한 공적인 삶에 접근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입할 때만 가능하다.

211쪽
학생들이 민주주의적으로 대접받고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과 가치에 그들이 생생하게 관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초대해야 한다.

215쪽
학생들은 배우는 무엇에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해서도 학습한다. 학생들은 충실한 정보로 가득 찬 민주적 가치에 관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교사가 그 정보를 받아쓰게 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달달 외워 시험에 적도록 한다면, 그들은 민주적인 가치를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그들은 독재의 추종자로 살아남는 것을 배우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그것을 이해하거나 믿는 것에 상관없이 정당의 강령을 읊조리는 것 말이다.

229쪽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면 승패가 있는 경기를 벌이게 된다. 그 결과가 내게 중요하다면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내 편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 이 경기의 규칙은 우리가 적대적으로 듣고 말하도록 강요하면서, 양쪽 사이의 긴장을 상승시켜 견딜 수 없게 만든다. ...... 합의로 의사결정을 할 때 이것 아니면 저것을 어설프게 선택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해서는 안 된다. 대신에 그 갈등이 더 커다란 종합적인 지점으로 우리를 열어줄 때까지 긴장을 붙들어야 한다. ...... 애당초 생각지도 못했던 훌륭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족하는 승자와 언짢은 패자의 두 집단으로 나누어지는 대신 공동체 의식이 깊어질 수 있다.

244쪽
우리가 정치 세계를 규정하는 배타적 권리를 미디어에게 부여할 때, 우리에게 결국 남는 것은 왜곡된 현실 감각과 망가진 마음의 습관이다. ...... 물론 우리 국민도 이러한 상황에 일부 책임이 있다. 미디어가 팔고 있는 것들의 시장을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짧은 주의력에 걸맞는 토막 소식을 좋아한다. ......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가본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견해와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의 출처만을 신뢰한다. 뜨거운 수사와 엄청난 과장이 불러일으키는 흥분 상태에 중독되었다. 둔해지거나 압도되면 그 고통에 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변명을 한다. 자신의 삶 속에 있는 실제 세계의 쟁점에 관심을 갖는 대신, 명성과 스캔들을 통해 남들의 일을 자기의 것인 양 느끼며 살아가길 선호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건강에 해로운 독극물질이 담긴 상품을 구매하는 이상적인 고객이다. 

246쪽
우리가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고자 한다면 대중매체가 아닌 개인적 경험에 의해 규정되는 개념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공간에서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247쪽
광란의 세계에서 훌륭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 번, 집이나 사무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디지털 기기의 전원을 끄고, 일을 내려놓고, 외적으로만이 아니라 내적으로도 스스로를 침묵시키고, 자기 안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잠시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연습에 깊이 들어갈수록 이따금 수도사가 된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절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더욱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뉴스는 천국 같은 것이든 지옥 같은 것이든 모두 마음 속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잘 알수록 세상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다.

272쪽
우리가 가상 공동체에 더 많이 머물수록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사적인 영역에 갇히게 된다. 이는 공적이고 정치적인 삶의 기반을 허문다.

284쪽
우리의 현재 모습과 되고자 하는 모습의 간극을 직면해야 한다.

291쪽
그들 모두 이해하게 된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게 가하는 어떠한 처벌도, 자신이 왜소해지는 것에 공모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가하는 처벌보다 더 클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분리된 채 살지 않겠다는 결정은 자신의 삶을 마음의 명령에 일치시킴으로써 음모를 종식시키겠다는 결정이다.

292쪽
분리된 삶을 안전하고 정상인 것으로 권유하는 문화에서는 사회운동을 점화하는 내면의 결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로자 파크스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잘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려다가 기가 꺾이기 쉽다. ...... 그들에게는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가까운 영혼이 필요하다.

295쪽
이 지구를 여행하는 동안 진정한 자아를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가는 것보다 더 깊은 영혼의 고통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295쪽
이러한 네 단계-더 이상 분리되어 살지 않겠다고 결정하기, 일치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비전을 가지고 공적인 장으로 나아가기, 처벌과 보상 시스템을 변형시키기-는 내가 연구한 모든 사회운동에서 발견된다.

296쪽
운동에 의해서 생성된 유기적인 회복은 또 다른 운동의 무대를 열어 주면서 결국 시들고 죽는다. ...... 그 간극은 언제나 벌어져 있고, 그것을 좁히려 시도하는 이들은 언제나 비통하다.

299쪽
냉소주의와 이상주의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똑같은 결과를 빚는다. 둘 다 비극적 간극에서 우리를 끌어냄으로써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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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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