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하승수


30쪽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임금노동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필요하다. ...... 아무리 사회복지제도가 있다고 한들, 매번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31쪽 
또한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임금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임금노동 중에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일들도 많다.

32쪽
바티스트 밀롱도는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이 모두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일부의 경제적 부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려는 장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42쪽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자원으로 '횡재(windfall)​'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런 횡재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수익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당하다. 그래서 알래스카 주는 사용료를 걷기 시작했고, 그 돈으로 기금을 조성해서 기금의 운용수익은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런 의미의 공유는 법적인 형식의 문제를 떠난 것이다. 여기에서 '공유재'란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으로 봤을 때에 공동체의 것, 본래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것, 신이 창조한 것을 말한다. 현재 법적 형식이 사유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윤리적 철학적으로는 공유인 것이 많다.

51쪽
사실 토지의 가치라는 것은 토지 소유주가 만든 것이 아니다. 명동의 땅값이 비싼 것은 명동의 땅주인이 만든 게 아닌 것이다. 비싼 토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정부의 정책으로 상업적 '중심지'가 되거나 주거단지로 개발된 것이다. 그것을 토지 소유주가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 공공투자는 누구의 돈으로 하는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으로 한다. 즉 세금으로 투자했는데 그 열매는 토지를 사적으로 소유한 토호 세력과 권리금 장사치들이 챙긴다. (강도현, <골목사장 분투기>, 북인더갭, 2014, 130쪽)

59쪽
그리고 탄소부담금으로 걷힌 돈은 다른 곳에 쓰지 않고 100퍼센트 시민들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탄소부담금이 부과되면 당장 물가가 올라 가정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이 단체는 이렇게 배당금을 지급했을 때의 효과에 대해 계산을 해 보았다. 이렇게 배당금을 지급하면, 미국 가정 중의 66퍼센트는 탄소부담금 제도가 생기기 전보다 오히려 더 이득을 보게 된다.

65쪽
하버트 사이먼은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이다. ...... 그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개인이 이루는 성과는 90퍼센트 이상이 '축적된 사회자본'(과학적 지식이나 사회제도 등)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자기가 잘나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71쪽
기본소득은 다른 사회, 다른 삶을 상상하는 입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라는 말을 쓰지만, 지금의 사회를 보면 자유는 형식화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하는 노동시간,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과도하고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 속에 존재하는 차별과 억압, 그리고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불안과 불평등. 이 모든 것들이 중첩되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다른 삶'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모두들 이미 '주어진 틀' 내에서만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고, 사람들의 의식도 그런 시스템의 포로가 되어 있다. ......
'해방'이란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고, 사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 진정으로 자유의 기쁨을 누린다는 의미이다. 
나는 '해방'을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76쪽
미국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피터 반스Peter Barnes는 '모두를 위한 일자리'(완전고용)는 낡은 발상이라고 본다. 안정된 급여를 보장하는 일자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객관적 현실을 무시한 얘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모두를 위한 비노동소득'nonlabor income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득이 반드시 임금노동에서만 나온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유재로부터 배당을 받는 '비임금소득'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 방법만이 무너지는 중산층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81쪽
찾을 수 없는 임금노동 일자리를 찾으라고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도 억압이다. 저임금-불안정노동의 일자리, 또는 알바 자리 정도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고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요해야만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자유'란 없고, 강요된 노동만 있을 뿐이다.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은 임금노동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개인이 다양한 일(사회공동체를 위한 일을 포함해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없어지는 일자리'에 매달리게 하는 것보다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87쪽
"모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 박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나는 기본소득(시민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 모두가 사회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고, 모두가 존엄한 존재이므로, 모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89쪽
한편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각자에게 최소한의 기본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염병처럼 퍼지는 '불안'을 줄여줄 것이다. 
이런 불안은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사회불평등기원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꼭 이 모양이다.
부유한 정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다른 시민을 매수할 정도여서는 안 되며, 또 아무리 가난하다 할지라도 자신을 팔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95쪽
기본소득의 장점 중 하나가 조건이 없다는 것인데, 조건을 붙이려고 하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건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를 심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99쪽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은 미신에 불과하다. 경제성장은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를 의미하는 경제성장이 이뤄져도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조사결과들이 보여주고 있다. ......
문제는 경제성장주의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주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경제성장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는 데 있다.

100쪽
구체적으로는 '생태부담금, 생태배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낳는 온실가스 배출, 원전, 쓰레기(폐기물) 배출, 공장식 축산 등이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고, 결국에는 인간에게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행위들에 대해 제대로 된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들이 저질러져 온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 정당한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 이렇게 걷은 돈을 재원으로 시민들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시민배당)을 지급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시민들은 물가가 올라서 사는 게 힘들어진다는 걱정을 떨치게 될 것이다.

112쪽
지금 단계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세세한 숫자까지 정확하게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회운동이나 정치는 '가치'와 '비전'을 얘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한 전반적인 밑그림을 제시하면 된다. ......
어떤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따지면, 그 어떤 큰 변화도 불가능하다.


[네이버책]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하승수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이 책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고갈된 일자리, 불안정노동, 생태적 위기 등 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면서, 그와 관련한 의문들에 대해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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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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