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8쪽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다.​ 

21쪽
어른들은 이렇다.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게 아주 너그러워야 한다.

46쪽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왕은 계속했다.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네가 만일 네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리라.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니라."

57쪽
"물론이지. 아무도 맡아 놓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네가 발견했다고 쳐봐. 그럼 그건 네 것이야. 아무도 맡아 놓지 않은 섬 하나를 네가 봤다고 쳐봐. 그럼 그건 네 거야. 어떤 생각을 네가 맨 처음 했다고 쳐. 그럼 넌 특허를 낼 수 있어. 그 생각은 네가 맡아 놓은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보다 먼저 별을 갖겠다고 맘먹은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별은 내 소유야."
"그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그걸로 뭘 하는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관리하지. 별을 세고 또 세는 거야. 어려운 일이지. 그러나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착실한 사람이야!" 사업가가 말했다.
어린 왕자는 그래도 시원치가 않았다. 
"내가 머플러를 하나 가졌다면 나는 그걸 목에 감고 다닐 수 있어요. 내가 꽃을 하나 가졌다면 그걸 꺾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그러나 아저씨는 별들을 딸 수 없잖아요."
"없지. 그러나 은행에 맡겨 둘 수는 있어."
"그게 무슨 말인데요?"
"그건 작은 종이에 내가 가진 별들의 숫자를 적는다는 말이지. 그 다음 나는 그 종이를 서랍 속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 두는 거야."
"그게 다예요?"
"그럼 됐지!"
'그거 재미있다.'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꼭 시 같다. 하지만 별로 중대한 일은 아니군.'
어린 왕자는 중대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어른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요." 그는 다시 말했다. "나는 꽃을 하나 가졌는데 날마다 물을 줘요. 화산 세 개를 가졌는데 주일마다 청소를 해요. 불 꺼진 화산도 같이 청소하니까요. 지금은 죽은 화산이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화산한테도 이롭고 꽃한테도 이롭지만, 아저씨는 별들한테 이로울 게 없어요."

59쪽
'아주 재미있는 일인데. 재미있으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72쪽
지구에서 사람들이 차지하는 자리는 아주 작다. 지구에 사는 20억의 주민이 무슨 모임에서처럼 좀 좁혀 서기만 하면 가로 20마일, 세로 20마일의 광장 하나에 어렵지 않게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태평양의 가장 작은 섬 하나에 전 인류를 몰아넣을 수도 있으리라.
물론 어른들은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바오바브나무처럼 커다랗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계산을 좀 해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그냥 기뻐할 것이다. 그렇다고 여러분들까지 그 지루한 일에 시간을 허비할 것은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 

73쪽
어린 왕자는 돌 위에 앉아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어느 날 저마다 자기 별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하려고 저렇게 별들이 반짝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어...... 하지만 얼마나 먼 곳인데!"

84쪽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92쪽
"살던 곳에서 만족하지 못했나요?"
"사람들은 사는 곳에서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지." 전철수가 말했다. 그러자 세 번째 급행열차가 불을 환하게 켜고 천둥소리를 냈다. 
"이 사람들은 먼젓번 여행자들을 쫓아가는 건가요?"
"그들은 아무것도 쫓지 않는단다." 전철수가 말했다. "그 안에서 잠을 자지 않으면 하품이나 잔뜩 하는 거지. 어린애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박고 있어."
"어린애들만 자기들이 뭘 찾는지 알고 있어요. 어린애들은 헝겊 인형에 시간을 바치고, 그래서 인형은 아주 중요한 것이 되는 거예요. 그걸 빼앗기면 소리 내어 울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99쪽
"사람들은 부랴부랴 급행열차에 뛰어들지만 자기들이 찾는 게 무언지도 이제는 모르고 있어. 그래서 안절부절못하고 뱅뱅 도는 거야......" 어린 왕자는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100쪽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까지 들어 올렸다. 그는 눈을 감고 마셨다. 명절이나 되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 물은 보통 음료수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그 물은, 별빛을 받고 걸어온 발걸음과 도르래의 노래와 내 팔의 노력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에도 이처럼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 자정 미사의 음악, 다정한 미소들이 바로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빛나게 했다. 
"아저씨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원 하나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고 있어......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찾지는 못해......"
"찾지 못하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장미꽃 한 송이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을 텐데......"

94쪽
"아저씨는 왜 이런 것을 팔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지." 장사꾼이 말했다. "전문가들이 계산을 했어. 일주일에 53분이 절약된단다."
"그럼 그 53분으로 뭘 하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나라면,' 어린 왕자는 혼자 생각했다. '내가 그 53분을 써야 한다면, 아주 천천히 샘터로 걸어가겠다......'

97쪽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
"그래."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
......
그의 반쯤 벌린 입술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보고 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어린 왕자> 해설 - 황현산

 

126쪽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가 긴 편력 끝에 순진함을 지불하고 얻은 소득이었다.

 


[네이버책]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어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 정확하고도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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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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