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 - 제임스 서로위키


44쪽
페이지랭크는 쉽게 말해 인터넷상의 모든 웹 페이지에게 어떤 페이지가 특정 검색어와 가장 관련이 있는지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구글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페이지랭크는 방대한 링크 구조를 조직화 도구로 사용해서 웹의 독특한 민주주의적 특성을 이용한다. 기본적으로 구글은 A 페이지에서 B 페이지로의 링크를 하나의 투표로 생각한다. 즉 A 페이지가 B 페이지에게 투표했다고 보는 것이다. ......
...... 만일 작은 사이트들이 올바르게 투표하지 않는다면 구글의 검색 결과는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중이 중요하다.

51쪽
정말 중요한 것은 ...... 집단이 현명해지기 위한 다양성, 독립성, 분권화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63쪽
미시간 대학 정치학 교수인 스콧 페이지(Scott Page)는 다양성의 긍정적 효과를 찾아보기 위해 ......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 무작위로 선정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많은 돈을 들여 현명한 사람들만 뽑아 놓은 집단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더 낫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따라서 다양한 집단을 만들면 대체로 문제 해결 능력이 자동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 이 실험 결과의 핵심이다.

65쪽
우리는 전문성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66쪽
우리는 흔히 한 가지 지적인 일에 능한 사람은 다른 것에도 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관한 이런 선입견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소위 '전문성'의 비밀은 ...... 그 범위가 '놀라운 정도로 좁다'는 데 있다.

68쪽
다시 말하지만, 박식한 고차원의 분석가들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소용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추어들이 모여 수술을 하거나 항공기를 운항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단지 전문가가 아무리 박식하고 소양이 뛰어나도 최대한의 성과를 얻으려면, 전문가의 의견과 예측을 다른 사람들(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의견과 합쳐야 한다는 뜻이다. (집단이 클수록 판단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해 줄 단 한 사람을 찾아 '그 전문가만 따르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 한 개인이 집단보다 계속해서 더 나은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없다.

70쪽
우리는 왜 여전히 전문가들이 우리를 구원해 줄 거라는 생각에 매여 있는 것일까? 또 한 집단이 내놓은 추정치의 평균만 따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무시하는가? ...... 우리는 평균을 구하는 과정을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는, 혹은 적당히 타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71쪽
개인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거나 일관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인지적 다양성은 의사결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다양성은 집단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의 범위를 확장시켜 주며, 문제를 기발한 방법으로 해석하게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다양성은 집단이 영향력이나 권위,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 동질성이 강한 집단은 다양한 집단에 비해 더 쉽게 결집하며, 응집력이 높아질수록 외부 의견과 고립되고 집단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집단의 판단이 옳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73쪽
집단사고가 행해지는 곳에서 토의는 사람들의 생각을 여는 효과를 낳는 게 아니라 닫아버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런 점에서 제니스의 연구는 동질적 집단이 훌륭한 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동질적인 집단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구성원들이 동조화 압력을 받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 동조화 압력이 작용할 때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개인은 의견을 바꾸게 된다. 생각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집단 밖으로 밀려나는 것보다 의견을 바꾸는 쪽이 더 쉽기 때문이다.

79쪽
독립적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15쪽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하고 회사 직원들이 만들어 내는 윈도우와 달리 리눅스는 그 누구에게도 소유권이 없다. 리눅스의 작업 방식에서는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고 누구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을 지휘하는 직장상사도 없고, 사람들의 책임을 규정하는 조직의 차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관심 있는 부분에만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사실 겉으로 보면 계획성 없는 문제 해결 방식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방법은 놀랄 만큼 효과적이었고, 리눅스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유일한 도전자로 만들어 놓았다. 리눅스는 공식 조직이 없는 데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개발에 기여하므로 분명 분산화된 시스템이다. 분산화가 리눅스에 안겨 준 것은 다양성이다. 

116쪽
분산시스템은 시스템 내 모든 사람들의 정보를 통합하는 방안을 갖고 있을 때만 현명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130쪽
조정문제의 특징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생각하는 옳은 답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답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162쪽
그라소의 은퇴수당에 대한 분노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합리적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후통첨 게임에서 제안을 받는 측의 행동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분노를 경제학자 새뮤얼 볼스와 허버츠 진티스가 말한 '강력한 호혜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징벌로 어떤 실질적 이득을 얻지 못한다 해도 상대방의 나쁜 행동을 벌하고, 좋은 행동은 보상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합리적이든 아니든 강력한 호혜주의는 볼스와 진티스가 이름 붙인 대로 '친사회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좁은 의미의 자기 이익을 넘어 의도적이든 아니든 공동선에 기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호혜주의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이념 때문에 낮은 금액의 제안을 거부하고 그라소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시장 질서와 배치되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호혜주의는 이타주의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제안은 대체로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강력한 호혜주의 때문에 CEO를 고용할 때 후보자의 가치가 얼마인지 훨씬 엄격하게 따질 것이다. 이렇게 개별적으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라도 집단적으로는 합리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65쪽
우리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주고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협조를 유지시킨다. 엑셀로드는 협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처음부터 협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비협조적인 행동이 나타나면 곧바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도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하고, 관대하게 그리고 보복까지 활용하는" 것이다. ...... 사실 우리는 종종 분명한 보상이 없는데도 친사회적인 방향으로 행동한다. ...... 결국 좋은 사회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177쪽
건전한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공정한 거래에서 나오는 장기적 이득이 당장의 매력적인 단기 이득보다 낫다고 믿을 때 지속될 수 있다.

182쪽
문제는 실제 세금을 내든 안 내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는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배제 불가능한(비배타적) 재화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이름이 시사하듯 일부 사람들만 그 재화의 사용을 허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 따라서 순전히 자기 이익의 관점에서 정부 지출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할지라도, 내 몫을 내지 않고 싶은 동기를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 세금을 내든 안 내든 재화를 가질 수 있으므로, 무임 승차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무임 승차를 한다면 공공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238쪽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새로운 정보가 제시되어도 내용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보를 기존 정보에 맞춰 바꾸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접하기 어려운 정보가 제일 가치 있는 정보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극히 위험한 현상이다. 

244쪽
시장이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특정인이 힘이 있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집단에서는 아이디어가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그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지지해 줄 목소리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지 세력을 지혜나 통찰력이 아닌, 서열이나 말 많은 사람 순으로 선택하게 된다면 그 집단이 제대로 판단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 실제로는 지식과 많은 말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관계가 없다.

262쪽
사실 '임파워먼트'라는 말이 나온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실제로 20세기 후반 상당수 대기업이 이익분배제도를 만들고 노동자들에게 회사 현안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집단적 의사결정이라는 말은 사실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들 중에 실제로 그 말을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집단적 의사결정은 의견이 일치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 이론적으로는 의견 일치를 추구하다 보면 다수파가 반대파를 설득하려고 노력할 테니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 화합만 강조하다 보면 맥 빠진 토론 끝에 거의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론이 나오기 일쑤다. 서로 대립하는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하기는커녕 뻔한 말만 나와서 열띤 토론을 망치는 것이다. 오래된 격언처럼 만장일치만 강조하는 회의에서는 말도 낙타가 되어 나오기 십상이다.

264쪽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한 회사에 모아 놓은 이유는 함께 있을 때 생산성도 좋아지고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내려면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개개인이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자기 회사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회사를 살펴봐도 반대 의견이나 독자적인 분석에 보상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62년에 젊은 경영자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자. "직장에서 승진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수록 회사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결론이 나왔다. 

267쪽
최종 결정권자가 부하직원들이 자기 의사에 따를 때 완벽한 의견 일치가 이뤄진다는 환상에 빠지면 결국 다른 사람들은 모두 들러리로 전락한다. ......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의견 대립을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268쪽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은 아무 간부나 불러놓고 성과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첫째, 그 해 시장 전망이 안 좋다고 죽는 소리를 하면서 실적 예상치를 낮추는 동시에 성과 목표치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릴 것이다. 둘째, 일단 목표치를 낮게 정해둔 뒤에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회계장부까지 건드려가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뻥튀기할 것이다. (1990년대 말에 회사 경영자들이 월 스트리트의 기대치에 맞추려고 어떤 짓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젠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결과적으로 회사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상받는" 곳이 된다. 

273쪽
경영이론가인 제임스 후퍼스(James Hoopes)는 최근에 출간한 <거짓 예언자False Prophets>라는 책에서 상향식 의사결정을 강조하면서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홍보하는 회사들은 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경영전문지에 회사를 호평하는 기사가 실리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는 이미 상명하달식 구조가 DNA 속까지 뿌리 박혀 있기 때문에 제거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276쪽
문제는 사람들이 적임자 한 명을 최상층에 배치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했다는 데 있다. 

278쪽
이 글의 요점은 그런 최고경영자들이 바보라는 말이 아니다. 사실 그 사람들이 하룻밤에 똑똑한 사람에서 멍청한 사람으로 변했을 리는 없다. 그들은 끝까지 항상 현명하고 노련했다. 문제는 그들의 노련함으로도 언제나 올바른 해답을 얻어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311쪽
주식 가격은 '타인의존적' 판단이 모여서 형성될 때가 많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하는 것까지 고려해서 주식 가격을 평가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 과정을 미인대회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주식 투자는 인기 투표로 승자가 결정되는 미인대회와 같다. 미인대회 참가자들 백 명 정도를 두고 각자 여섯 명씩 선정하게 한 다음 전체 평가자의 의견과 가장 비슷하게 맞춘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방식이라고 하자. 그러면 자기가 보기에 가장 예쁜 얼굴보다는 남들 시선을 가장 끌 만한 얼굴을 골라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 관점에서 판단하게 된다."

322쪽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도 공공정보가 공개되어야 제대로 돌아가고 번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드레센과 트레너의 실험 결과처럼 공공정보를 공개할 때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과대 선전을 일삼는 것, 혹은 아예 해설하는 것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 언론은 이런 식으로 거품이 발생할 때 악순환의 고리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324쪽
군중이 폭발하려면 쉽게 난폭해지는 '과격한' 선동가와 함께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도 다수 있어야 한다. ...... 주식시장 거품도 원리는 동일하다.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산다고 따라 사들이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거품이 커질 여지도 줄어든다. 시장을 케인스가 말한 미인대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줄어들수록 시장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고 뿌리부터 튼튼해질 것이다.

■ 비인격적 신뢰 '자본주의' (169~173쪽)
몇 세기에 걸쳐 자본주의는 신뢰와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자기중심적 행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따. 진화로 인해 자연히 생산성이 증대하고 경제가 성장했다.
자본가들이 태생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런 발전이 가능했던 게 아니다. 바로 신뢰의 이득이 잠재적으로 매우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성공적인 시장 시스템을 보면서 그 이득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신뢰는 필수적이다. ...... 경제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선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약속을 믿는 근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은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 핵심적 부분이었다. 중세시대 사람들은 특정한 인종이나 지역 집단 내에 있는 사람들만 신뢰했다. ......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성실함과 꼼꼼함이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신뢰를 바탕으로 상행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서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이렇게 신뢰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과정에서 신뢰는 비인격적인(impersonal) 것이 되었다. 이전에는 신뢰가 사업의 일반적 전제라기보다는 주로 개인적, 또는 집단 내 관계의 산물이었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분파나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사전에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었던" 사람을 신뢰하는 행위를 합리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이런 관념 때문에 신뢰가 일상적인 사업 활동에까지 배어들게 되었다. 사고 파는 데 더 이상 개인적 관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상호교환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산업을 이끌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비인격성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으로 여긴다. 자본주의는 혈연이나 감정에 기반을 둔 관계가 아니라 오로지 마르크스가 '화폐의 연계(money nexus)'라고 부른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비인격성은 하나의 미덕이 된다. 신뢰의 근본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두터운 관계(가족이나 파벌, 이웃)'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만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유지할 수 없으며, 건강한 현대 경제(혹은 건강한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내야 하는 다양한 계약과 양립할 수 없다. 사실 두터운 관계는 많은 경우 경제 성장에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 관계는 동질성을 촉진할 뿐 아니라 개인적 교환을 바탕으로 하는 열린 시장에서의 교환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를 가족적, 인종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전통과 단절해야 한다. 경제학자 스테판 낵(Stephen Knack)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국가의 경제 수준에 이익이 되는 신뢰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간의 신뢰다. ......"


[네이버 책] 대중의 지혜 - 제임스 서로위키

 

대중의 지혜

평범한 다수가 탁월한 소수보다 현명하다!치열하게 '인재전쟁'을 치르는 기업에게 이 말은 아주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실험에 주목해보자. 현명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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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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