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을 위해 여성과 아이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들, 그들의 비뚤어진 욕정이 자신을 겨눈다면?

 

홀로 기구나 장치를 이용해 성적 쾌감을 즐기다 맞게 되는 죽음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자기색정사. 자살도 병사도 아닌 일종의 '사고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한 해 최대 1,000여 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관련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조차 자살과 혼동하거나 타살로 오해할 만큼 개념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다.

 

타살이 아니면 자살로 결론, 자기색정사도 자살?

 

지난 달 서울에서 발생한 30 A 씨의 죽음을 두고 세 가지 의견이 제기됐다.

① 돌연사 (심장마비)

-       아파트 경비원: 와서 본 경찰이 심장마비라고 해 그런 줄 알고 있었다.

-       지인: 유족에게 돌연사라고만 들었다.

 

 자살

-       출동 경찰관: 타살 혐의가 없어 자살로 추정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게 자살한 경우는 처음 본다.

-       출동 소방관: 옷은 다 벗고 방독면만 쓰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금껏 그런 현장은 본 적이 없다.

 

③ 자기색정사

-       정성국  서울지방경찰정 검시관: 사건 현장에 유서가 없고 음란영상물을 보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구나 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성적 쾌감을 느끼다 사망한 사고사다. 유해가스를 마시며 성적 쾌락을 좇다 조절에 실패해 죽음에 이른 걸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런 자기색정사가 기본적으로 '이상 성행동'의 일종이라는 거다. 최근 연쇄 성폭행 및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범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상 성행동이다. 자기색정사의 원인인 이상 성행동이 외부로 향할 때 강간,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목과 손목 등이 밧줄에 묶여 숨진 채 발견된 영화배우 데이빗 캐러딘 역시 유족들은 밧줄을 근거로 타살을 주장, 일부 기자들은 자살로 추정했지만, 부검 결과 자기색정사로 밝혀졌다.

 

최근 부산에서 발견된 50 B 씨는 스카프로 목을 매고 자신의 성기에 이상한 흔적을 남긴 채 기괴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서 죽어 있었다. 그 역시 나체로 성적행동을 하고 있었고 유서는 없었다.

 

남의 얘기?

 

홀로 사는 남성들에게 주로 발생했던 자기색정사가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심지어 엄연한 아내가 있는 남편들까지 겨냥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남성의 사례만 집계됐지만, 외국의 경우 여성의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자기색정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 위험을 경고하는 동영상이 제작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기색정사는 정성국 검시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만 9건이 언급돼 있다. 영국 저널을 통해 한국에서의 사례를 처음 발표한 정 검시관은 한국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성국  서울지방경찰정 검시관 曰  최근 외국의 서적이나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다가 사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해당 사례를 충분히 알림으로써 이러한 모방 사망 사고를 막아야 한다.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 曰 

다년 간의 연구 결과 국민 백만 명 당 연간 0.2~0.5%가 자기색정사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목을 매 자살한 연예인을 따라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미 그런 면에서 서구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색정사를 통계상 수치처럼 극히 드문 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수사기관에 포착되지 않은 자기색정사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왜 정확한 통계가 없나?

스웨덴이나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일단 사체가 발견되면 보통 법의관들이 검사한 후 시스템 코딩 시 자기색정사로 기록해 두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 또는 검사가 목을 맨 현장을 보고 자살이라 판단하면 코딩(기록)을 하지 않아 기록에 근거한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는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사망자에게 타살 의심점이 없으면 부검을 의뢰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부검 시스템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타살 의심점이 있어 부검을 의뢰했다 하더라도 타살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면 자기색정사와 같은 사고사를 자살과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자살 계획이 없었던, 의도되지 않은 죽음은 자살과 분명 구별돼야 한다는 거다.

 

이응혁  경찰대학교 교수 曰  성적살인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 사실은 사고사임에도 불구하고 가학행위가 수반된 지인의 성적살인이 아닌가 해서 수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

 

정상과 비정상, 피학과 가학의 문제

 

자기색정사로 말로를 맞은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스카프나 밧줄로 목을 매거나 박스테이프 등으로 목을 압박하는 형태다. 비닐봉지나 방독면 등을 쓰고 무호흡 상태를 유지하다 질식사하는 경우, 부탄가스나 약물 등 유해물질 중독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강동우  성의학 전문의 曰  인간이 자위를 할 때 본인의 성적 쾌감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스럽고 긴장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있다. 무호흡, 저산소로 인한 뇌의 허혈(조직의 국부적 빈혈) 상태를 즐기기도 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행위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교감신경을 향진시키키도 한다.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 曰  뇌 혈류가 감소하면 평소에 본인이 꿈꿨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예수님을 본다든지 하는, 판타지를 경험하는데 이 같은 순간의 잘못된 쾌락을 위해 위험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여성의 속옷 역시 이들의 사고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 중 하나다. 의상도착증을 포함한 성도착증에는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관음증,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특정 신체부위에서 만족감을 얻는 절편음란증 등이 있다.

 

강동우  성의학 전문의 曰  자기색정사의 경우 성도착증과 관련된, 흔히 말하는 변태적 성적행위 또는 자위 시도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이상 성행동자들'이 탐닉의 대상을 소아기호증 같은 형태로 타인을 겨냥하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피학적 성향의 성도착자가 가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여성을 밧줄로 묶어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가 어린 시절 자해를 일삼았다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성국  서울지방경찰청 검시관 曰  피학과 가학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자기 피학은 언젠가 자기 가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둘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상한 복장의 사진을 올리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 주변에서 사전에 징후가 발견된 사례도 있다.

 

강동우  성의학 전문의 曰  일반인과 다른 위험스러운 자위 중독, 성도착증이 보일 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사고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이런 양상이 성중독으로 가는 위험신호이기 때문에 본인 및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갖가지 변태적 음란물과 비상식적인 성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범람하면서 성의 극치를 맛보려다 이상 성행동을 보이고, 결국 자신과 타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에 귀를 기울일 때다.

 

자기색정사 | 2012-10-28 | 탐사코드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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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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