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교회에서 여신도가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일이 희한하게 꼬였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던 목사가 어느 순간 태도를 바꾸더니 고소한 여신도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목사의 역공에 도리어 여신도가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고통 받고 있다. , 어째서 '가해 남성'이 아닌 '피해 여성'이 비난을 받게 된 걸까?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 목사 고소했더니 마귀가 역사해서 저런단다

 

사건의 전말

 

당시 16살이었던 피해자를 성추행한 사람은 바로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40세 부목사다.

 

피해자 24, 여신도  교회 수련회 중 있었던 일이다. 자다가 눈을 뜨니 부목사가 옆에서 수치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 소리도 못 지르고 빨리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유치원 때부터 봐 온 정말 좋으신 목사님이었는데, 그렇게 믿었던 사람한테 그런 일을 당하니 수치심과 배신감이 너무 컸다.

 

피해자의 어머니  수련회에 다녀온 딸에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목사 가족을 찾아가 항의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 아이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우리 식구들 모두 8년이라는 세월을 정말 숨죽이고 살았다.

 

피해자 24, 여신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 풍채가 비슷한 사람만 봐도 소름이 끼친다.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피아노를 치다가도 그때 장면이 떠올라 악보를 전부 까먹어 치지도 못하고 내려온 것만 수차례다.

 

결국 피해자는 대학 진학에 연거푸 실패해 3수를 한 반면, 유학을 다녀온 가해자는 아버지 자리를 넘겨받아 담임목사가 되었다. 생각만 해도 무서웠던 사람이 목사로 부임하자 피해자의 고민은 커졌다. 그리고 영화 <도가니>를 본 후 8년 만에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 먹었다.

 

피해자 24, 여신도  책이나 영화를 보면 장애우들도 당당히 맞서 싸우는데 내가 왜 바보같이 이러고 있어야 되나 싶어어떻게 해서든 벌을 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사건 당시 부목사  (2012 1 13일 전화 통화 중) 미안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 난 니가 용서하기 전까지는 성()이라는 단어도 입에 못 올리고, 설교도 못 할 거다. 미안하다.

 

가해자는 직접 피해자를 찾아와 사과했다. 신도들 앞에서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목사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불과 3일 만에 이를 번복한다.

 

[설교 중]

가해자 사건 당시 부목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퇴했다. 그런데, '결국 니가 인정을 하는구나' 하면서 뒤에서 조롱을 하더라. 그렇다. 인정했다. 하지 않았지만 했다고 인정했다.

원로목사, 가해 목사 아버지  마귀가 역사하면 미친 사람처럼 되는 거다. 장로(피해자 아버지) '아멘'하는 거 봐라. 악을 쓰고 '아멘'을 하고 있다. 미쳐서 그렇다.

피해자의 언니  수련회에서 성추행하는 목사가 미친 거 아닌가?

신도1  조용히 해라! 성추행 당한 게 자랑인가?

원로목사, 가해 목사 아버지  장로(피해자 아버지) 모가지를 잡아서 끌어내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전말

 

뒤늦게 가해자를 성추행으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공소시효는 이미 끝난 상황.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있는데, 목사 측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라는 경찰 수사 의견이 담긴 '불기소 결정서'를 교회 게시판에 붙이며 피해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24, 여신도  밖으로 유출되면 안 되는 문서인데 무혐의란 단어가 들어간 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빼내 교회 게시판에 붙인 거다. 당시 경찰서를 찾아 항의하자 담당형사는 자신의 수사 의견이 윗선에서 바뀌었다고만 하더라.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형사는 물론 형사과장도 인터뷰를 거절했다. 가해자에게 아무 생각 없이 수사 의견이 담긴 문건을 발급해 준 검찰 역시 마찬가지.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의 2차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먼저 유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는 신도들을 고의로 왕따시킨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도2  '목사가 아니라 그녀가 먼저 그랬다더라, 걔가 남자를 좋아한다더라, 끌어안으면 다른 애들은 뿌리치고 싫다고 하는데 걔는 오히려 좋아하면서 웃었다더라' 등등의 얘기가 있다.

 

신도3  한 신도가 성추행 사건을 어디서 들었는지 목사를 쫓아다니며 여자 조심하라고 했더니, 2006년인가 목사 측이 그 신도를 출교시켜 버렸다.

 

현재 가해 목사는 일부 신도들의 고발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지만, 수시로 신도들 앞에 나타나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해자 사건 당시 부목사  별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애 아버지가 우리 교회 다른 여자 애랑 몇 번 엮으려다가 안 되니까 자기 딸을 엮은 거다. 나는 아무 죄가 없다.

 

피해자 24, 여신도  우리 아빠가 교회를 뺏으려고 딸을 팔아먹었다는둥, 그런 식으로 소문을 냈다. 목사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며 우리더러 '이단이다, 악마다, 미쳤다'고 한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건 주위의 시선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목사의 성폭력만큼이나 무서웠던 건 주위의 왜곡된 시선이다.

 

피해자의 어머니  지금 내 딸이 내 눈 앞에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에도 한 여대생이 엄마한테 말도 못하고 자살하지 않았나. 주변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최근 일어난 다른 성폭행 사건. 피해자는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를 괴롭힌 댓글들이다.

:        그러게 왜 애초에 유부남과 관계를 한 건지...? 자업자득이라 생각된다. 별로 동정이 안 간다.

:        니가 여대생이면 38살짜리 아저씨랑 관계 맺겠냐?

:        근데 이런 경우에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는 건가? 내연관계라고 해도?

 

박미랑 교수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성범죄 피해를 당한 이후, 피해자가 즉각적인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적 치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신고를 안 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 그런일이 있기는 했던 걸까?' 이런 식이다. 이때 가해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꾸며 낸다.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의 모습이다.

 

김영란 여성인권상담사  성폭력 피해자는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수치감에 시달린다. 그러다 주변에 알려져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되면,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기 쉽다.

 

우리나라 성범죄자, 100명 중 1명만 감옥에 간다

 

*  조사 대상: 성범죄알림e에 등록된 2,168명의 양형 기록

*  조사 일시: 20128월 말

10%

전체 성범죄자 중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

 6%

성인 대상 성범죄자 중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

 2%

호텔,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 중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

 0%

장애인 대상 성범죄자 중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

 

성폭력을 당한 성인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 12.3% (2010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

이중 6%가 실형을 산다면 성범죄자 1,000명 중 7명 꼴로 감옥에 간다는 얘기

 

경찰 관계자  대부분 합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다. 강간의 경우 겉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범죄이기 때문에 보통 합의로 마무리한다. 합의만 되면 그냥 나와 버린다. 유치장 문 열고 바로!

 

미국에서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합의가 없다.

 

성범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 역시 절실하다.

 

뒤바뀐 가해자 | 2012-09-09 | 탐사코드J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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