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

 

당신은 중산층?

 

C   30세 남, 결혼 3년 차, 중견기업 대리급 사원, 월 소득 250만 원  중산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삶의 여유도 있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어야 중산층 아닌가. 제일 중요한 건 돈에 쪼들리지 않아야 되는데 내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대출금으로 소득의 50%가 빠져나간다. 신혼부부의 경우 집만 해결이 돼도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다.

 

D   30세 여, C의 아내  솔직히 남질 않는다. 마이너스일 때도 있다. 그럼 다음 달에 벌어서 메꾸고 또 메꾸고, 그렇게 계속 쳇바퀴 돌 듯 생활하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중산층

 

정부는 OECD 기준에 따라 중산층 통계를 발표했다.

중위 소득의 50~150%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중위 소득은 월 350만 원.

따라서 한 달 소득175만 원에서 525만 원 사이인 가구모두 중산층이 된다.

 

C 씨는 아니라고 하지만, 공식 통계상으론 '대한민국 중산층'이 맞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E . 한 대형마트의 완구·문구 코너에서 12년 넘게 일하고 있다. 지난해 주임이 된 E 씨의 월급은 180만 원.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그녀도 한달에 175만 원 이상 벌기 때문에 엄연한 중산층이다. 하지만 E 씨는 펄쩍 뛴다. "중산층? 중산층이 웬말인가! 말도 안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은 2011년 기준 64%. 정부의 중산층 통계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정부가 중산층을 단순히 소득 한 가지 기준으로만 잡고 있어서다.  

 

기준이 되는 '중위 소득'의 개념은 이렇다.

 

한 달 소득100만 원, 1만 원, 0원인 세 사람이 있다.

이들 소득의 평균 액수50만 원이다.

그런데 중위 소득세 명 중에서 중간에 있는 만 원이 된다.

여기서 만 원 버는 사람이 중산층으로 간주되는 일종의 착시가 생기는 것이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평균과 중위소득의 격차가 50만 원부터 1만 원까지 엄청나게 벌어진다. 이런 경우는 소득 분배가 굉장히 나빠졌다고 볼 수 있다.

 

외국 vs 우리나라

 

지난해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중산층의 기준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 네티즌

월급 500만 원 이상, 대출금 없는 중형 아파트와 2000cc급 이상의 자동차가 있고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

 

외국의 경우 눈에 띄는 점은 소득 외에 '삶의 질'을 따지는 요인이 포함돼 있다는 것

 

 

<프랑스 중산층 기준> 퐁피두 전 대통령

 

<영국 중산층 기준> 옥스포드 대학

-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  페어 플레이를 한다.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한다.

-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다.

 

 

 

 

G   38세 여,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OO아파트 거주, 아이들에게 독서토론과 논술 지도 중, 초등학생 딸 둘, 월 평균소득 약 400만 원  남편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닌데도 대출이자, 교육비, 생활비 등을 따져보면 내가 돈을 안 벌면 안 되겠더라. 아이들 교육비라도 보태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투기 목적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자 주거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수천 내지 1억 원쯤 떨어졌다. 그냥 이자를 월세라고 생각하고 매달 내면서 살고 있다.

 

매월 고정지출 비용을 빼면 실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많아야 월 20만 원이다. 특히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지만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만큼 손해가 늘어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밖에 몰라서가 아니라,

집값이나 교육비 등 기본적으로 써야 할 돈이 계속 늘어나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예를 들어 전에는 내가 500만 원을 벌어 그중 400만 원을 쓰고 100만 원을 저축했다면, 이제는 똑같이 500만 원을 벌어도 은행에 150만 원씩 다달이 이자를 내기 때문에, 전에 400만 원 쓰던 걸 지금은 350만 원밖에 못 쓰는 거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를 중산층이라 할 수 있겠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중산층, 저소득층, 바닥...

 

작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5년 간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5%를 넘었다. 응답자의 98%는 앞으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질 거라고 전망했다.

 

B   42세 여  완전 바닥까지 떨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항상 불안하다.

 

김동렬 수석 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우리 사회의 소득분배가 나빠지고, 삶의 질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새 정부는 '중산층 70%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작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산층의 중요성을 외쳤다. 중산층이 얇아져 사회가 양극화되면 지출이 줄어 경제에도 타격이지만, 국가 전체의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큰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소득격차에 의해 정치적 견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 견해가 많이 벌어지게 되면 사회갈등도 높아질 뿐 아니라, 갈등으로 인해 정책의 조율도 힘들어진다.

 

중산층 70% 공약, 잊은 건 아니시겠죠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먹을 것, 살 집, 배움의 기회를 보장 받는다면 중산층에 해당한다'는 식의 기준을 만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명진 교수  고려대 사회학과  세대별로 특화된 제도를 시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청년에게는 여러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년에게는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재교육 등의 지원 시스템을 통해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20~30대에게는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를, 빈곤층으로 탈락하기 쉬운 50~60대에게는 낙하산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또 월 수입으로 줄 세우지 말고 삶의 질을 고려해 중산층의 기준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새 정부는 중산층 70% 시대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수치로서의 중산층과 체감하는 중산층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출발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일 것이다.

 

중산층의 조건 | 2013-02-24 | 시사매거진2580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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