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고된 노동으로 뇌출혈

 

3 민재가 의식을 잃은 채, 23일째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담당 의사는 '뇌출혈로 인한 뇌손상이 심해서 사망하지 않더라도 식물인간으로 지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쓰러진 곳은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내 기숙사.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작업 시간은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7시 반까지. 현행법상 주말에는 미성년자에게 일을 시킬 수 없게 돼 있지만, 주말, 야간 할 것 없이 작업은 계속됐다. 미성년자 근로의 법적 기준은 주당 46시간. 해당 공장은 이를 훨씬 초과해, 주당 최대 58시간이나 일을 시켰다고 한다. 돈을 버는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은 20만 명 이상. 문제는 이 공장처럼 법을 어겨 가며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노동을 시키는가 하면, 아예 돈을 떼먹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악마의 아르바이트

 

지하철역 주변에 아직 앳되 보이는 남녀 20~30명이 모여 있다. 대형버스 두 대와 승합차가 도착하자 줄줄이 올라탄다. 어두컴컴한 밤길을 달린 지 10분쯤 지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 도착.

 

먼저 배송지역에 따라 사람을 나눈다. 운반 장치가 움직임과 동시에 일제히 작업이 시작된다. 세 사람이 한 팀으로 움직이며 택배 물건을 분류하고, 바코드를 찍고, 차에 싣는 것까지 마무리한다. 이 물류센터에서 하룻밤에 처리하는 택배 물량은 대형트럭 130대 분량으로, 일이 많다보니 쉴 틈도 없다. 일을 시작한 지 4시간 반이 지나면 팀마다 돌아가며 주어지는 15분의 야식 시간에 서둘러 밥을 먹는다. 야식 시간 15분을 빼고,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쉬는 시간은 없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다 보니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가운데 상당수가 미성년자다. 일이 고된 데다 특히 날을 새야하기 때문에 일명 악마의 아르바이트라고 불리지만,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이 하루 일당 5만 원을 벌기 위해 몰리고 있다.

 

물론 만18세 미성년자들에게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일을 시키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물류센터 사무실 게시판에도 미성년자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일할 사람을 뽑을 때엔 미성년자라고 나이를 밝혀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곡예 아르바이트

 

18살 정 모 군이 오토바이를 몰고 어디론가 향한다. 출발부터 역주행으로 달리더니 차선을 몇 개씩 넘나들고, 신호는 아예 무시하기 일쑤다. 오토바이를 몰고 도착한 곳은 피자가게. 여기서 피자를 받아 주문한 사람에게 다시 배달한다. 정 군은 이렇게 여러 가게들의 배달만을 맡아 주는 배달 전문 대행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신종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의 경우, 보통 30분 내 서너 곳을 배달하기 때문에 위험하게 곡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업체에서 배달일을 하는 이들도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다. 특히 정 군 같은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 많다. 일은 보통 낮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계속된다. 법이 금지한 야간근로를 시킨 데다 미성년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최대 근무시간을 다섯 시간 이상 넘긴 것. 정 군을 고용해 배달을 시킨 업체 사장은 미성년자들에게 밤에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 자체를 몰랐다고 말한다.

 

임금 체불

 

더 심각한 건 미성년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혹독하게 일을 하고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고등학교 1학년인 세 명의 여고생. 이들은 얼마 전 전단지 수백 장을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를 찾아가겠다'는 등 협박을 당했다고 한다. 이렇게 돈을 떼어도 청소년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 못 받는 돈이 소액이다 보니 신고를 해도 조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절차도 복잡하다.

 

교사 曰  아이들이 직접 출두해야 하는 시스템은 신고율을 낮출 수 밖에 없다. 막상 신고를 하더라도 관할 구역을 이유로 이리저리 옮겨지는 등 해결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다.

 

학교로부터 정식으로 소개 받은 일자리  (특성화 고교 학생들의 현장실습)

 

3이었던 지난 해 한 중소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이 모 군은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했지만, 받는 돈은 시간 당 최저임금인 4,320원에도 한참 못 미쳤다. 낮은 임금도 문제였지만 더 참기 힘든 건 실습생에 대한 처우였다. 80㎡ 정도의 소형 아파트에 무려 8명이 살다 보니 화장실도 마음 편히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군은 현장실습을 다 마치지 못 하고 넉 달만에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

 

이 모 군 曰  첫 달에는 시간당 3,700, 다음 달에는 인상된 금액인 3,900원을 받았다. 실습생은 그렇게 받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 조선족 한 분, 베트남 분 한 분, 학교 선배 한 분, 나를 포함한 실습생 다섯, 이렇게 8명이 함께 지냈다. 씻지도 못 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어른 노동자들과 달리, 이들 청소년은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당하기 쉬운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다. 어른들도 힘든 철야근무낮밤 맞교대를 하는가 하면 실수라도 하게 되면 모멸감이 느껴질 정도로 호된 질책을 받는다. 심지어 여학생들의 경우, 회식자리에서 술을 권하거나 노래방에서 춤을 추라는 등의 성희롱을 당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이 모 군 曰  그냥 싼 맛에 쓰는 것 같다.

이런 일이 늘어난 데에는 '현장실습 기업을 엄격히 심의하도록 규정''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이 몇 년 전부터 사실상 폐기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실습을 얼마나 보냈느냐에 따라 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열악한 사업장에까지 학생들을 보내게 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성주 정책국장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현 정부에 들어 현장실습을 학교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높은 취업률을 요구하다 보니 서로 경쟁체제가 되고, 묻지마 현장실습처럼 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특성화고 교사  1 5천만 원 정도의 예산을 추가 지원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1억 원 이상의 지원금은 학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액수다.

 

학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나서는 10대들의 인권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일하는 아이들 | 2012-01-08 | 시사매거진2580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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