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사는 집은?... 우리를 괴롭히는 건 '그림의 떡'이다!

 

시장은 전쟁터

 

네이버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국내 제일의 포털 사이트다. 광고 하나 걸자면 피 튀기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TV를 비롯한 모든 광고가 그렇듯이 치열한 경쟁은 '돈 내고 돈 먹기'로 이어지고, 결국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한다. 실제 네이버 광고를 보면, 내용은 자극적, 비약적이며 규모는 블록버스터급이다.

 

몇 번의 낚싯밥에 낚인 뒤로는 애먼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아예 시작페이지를 다른 사이트로 바꿔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네이버의 노력과 결실을 높이 평가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순간 업그레이드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N드라이브, me, 메모, 이메일을 비롯한 검색 시스템은 네이버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핵심 멤버다. 자연히 네이버 홈을 하루에 한 번은 거친다. 광고는 물론 광고성 기사, 광고성 포스팅,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뚝심을 고수한 채.

 

그들이 사는 집

 

그러던 와중에, 얼마 전 잠시 '일탈'을 범했다. 네이버 전면 '오픈캐스트'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사진을 발견한 거다. 주제는 '인테리어'. 영화 속 주인공의 집은 댈 것도 아니다. 완벽한 '상황 설정'에 그림 같은 '색감'. 사진을 따라가 봤다.

 

인테리어 카테고리가 열렸다. 모델하우스나 촬영 세트가 아닌 실제 거주지임을 강조라도 하듯, 실내는 다소 불규칙적이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연스럽게 꾸려져 있다. 게시자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이미지는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한 프리랜서 작가의 집이라고 한다. 픽션, 논픽션, 동화, 만화, 조각, 캘리그라피? 어떤 작가인지는 알 수 없다. 다양한 컬러 및 이미지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니, 궁금증만 더한다.

 

인테리어는 주거인의 직업과 소재지의 특성을 반영한다.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작품'이 아닌 '실제 생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랑스럽다'는 말만 반복하는, 지극히 감정적인 코멘트를 접하자 돌연 비판 의식이 발동한다. 프리랜서라면 작업실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을 텐데, 어떻게 직업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을 수 있나. '산네피오르(Sandefjord, 노르웨이 내 중간 크기의 도시)'에 위치한 집이라는 사실이나마 밝혀 주어 황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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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쓴이는 가구 디자이너로 짐작된다. 인테리어 카테고리에 게시된 다른 포스팅들 역시, 위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이국적이고 낭만적이다. 블로그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밝고 생동감 넘친다. '정보 공유 및 업체 홍보'라는 블로그의 목적에 맞게 매우 효과적으로 꾸며져 있다. 두둑한 지갑을 들고 실내 장식 리뉴얼을 계획 중인 이들이라면 풍부하고 세련된 볼거리에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우리가 사는 집

 

문제는 그 이외의 '서민들'이다. 창을 닫았을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섰을 때, 오늘따라 눈앞의 현실이, 자신의 처지가 유난히 짜증날지 모른다. 독립? 실제로는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에서 키 작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눈만 붙였다가 빠져나오는 신세다. 모니터에 보이는 그림 같은 원룸으로의 독립에 대한 꿈은 애저녁에 접었다. 서민들의 머리에 스치는 건 '부익부 빈익빈'. 한숨이 절로 나지 않겠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기 좋은 이미지를 내걸어야 한다. 그로 인해 한숨 짓는 서민들에 대한 책임은 게시자에게 있지 않다. 그들은 합목적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다. 서민들의 문제도 아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베짱이처럼 놀고먹어서가 아니라, 날 때부터 가진 게 적은 탓에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 가기 때문이다.

 

책임은 '사회'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득권층'에게 있다. '마태 효과'가 미치지 않는 영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우리나라 가진 자들의 '나눔'에 대한 각성, 정말 죽기 전엔 볼 수 없는 걸까. 그래도 나는 바란다. '먹음직스런 그림의 떡'을 보고 '절망'이 아닌 ''을 떠올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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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그림자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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