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영화 서울의 봄.
이천이십삼년 크리스마스.
극장에서 오들오들.
떨떠름한 장칼국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극장에서. 오랜만이니까. 신기하니까. 의자도, 펜스도, 온도도, 입구도.
검표원 따위 없는 탁 트인 입구를 지나고 널직한 계단울 거쳐 폰에 찍힌 내 자리 번호를 찾는데, 넉넉하다 못해 휑한 공기. 의자에 앉으면 등받이랑 발받침을 위아래로 왔다갔다 장난칠 수 있다. 완벽에 가까운 각도를 찾겠다며 열두 번쯤 윙윙댄다. 펜스 덕분에 앞 좌석에 미안해하지 않고도 다리를 있는 대로 쭉 뻗을 수도,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들어올릴 수도 있다. 두툼한 패딩은 처치 곤란 아닐까 싶었지만, 옆 사람 것도 맡아주고 싶을 만큼 한기가 가득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팔다리를 번갈아가며 싸매느라 바빴다. 조조라 졸지 말란 차원이었을까. 바깥 공기와의 일맥상통을 추구한 걸까.
수년 만에 찾은 극장의 달라진 모습에 알딸딸하고, 외부만큼 썰렁한 극장 온도에 얼떨떨했다. 원 없이 두리번거리자 은행, 신차 광고는 폰 에티켓, 비상구 위치 안내로 넘어갔다. 영화 시작.
그해 서울의 봄을 본 나는, 실소하였다. 사사로운 감정이 난무하는 모습에, 고작 한 걸음조차 물리지 못하는 모습에.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엄청난 목표를 세우고 저지른 만행이 아닌 것 같다. 한직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였을 뿐이고, 자리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고, 자존심이 상했을 뿐이고, 그 김에 오기를 부렸을 뿐. 어이없게도 그뿐인 것 같다. 실소가 터진다.
밀려나는 이유를 헤아려 봤다면 어땠을까. 자존심이 상할 일인가. 오기로 들이받을 일인가. 역공을 펼 일인가. 실소가 터진다.
모임은 언제나 훌륭하다. 출입문만 열려 있다면. 문 닫고 불 끄면 곤란하다. 철회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은 필요하다. 함께하다 발을 빼는 건 그저 자기 길을 가는 것이지 배신도 변절도 아니다. 다만 몇 발짝 같이 갔을 뿐이데 돌이킬 수 없다고 주저않는 나약한 노장들. 실소가 터진다.
시스템과 사람. 둘 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시스템의 구멍을 사람이 메꾸고 사람의 잘못을 시스템이 뒷받침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삐끗하면 재앙이다.
믿는 쪽은 패하고 의심 끝에 약속을 번복하는 쪽은 승한다. 씁쓸하지만, 역시 현실이다.
오랜만에, 어이없어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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