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쪽 - 황인숙(시인) 추천사
말이 좋아 자영업자고 노마드지, 아무도 사 주지 않는 자기밖에 팔 것 없어 외로이 떠도는 세일즈맨들.
머리말
23쪽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제가 행복도 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약물 덕택에 행복감을 느끼는 응답자는 자기가 행복하다고 답할까? 아니면 기분을 다스리기 위해 약물에 의존한다는 사실 대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답할까?
24쪽
희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상태이자 갈망이다. 반면 낙천주의는 인지 상태이며 의식적인 기대이므로 누구든 수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 ...... 저절로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해진다. ...... 긍정적 사고는 개인 및 국가 차원의 성공과 결부된 미국적 행동 양식의 정수이지만 그 근원에 놓인 것은 무시무시한 불안감이다.
28쪽
소비자 문화는 더 많은 것을 원하도록 부추기고, 긍정적 사고는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으며,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한다면 실제로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 긍정적 사고는 영원한 성장이 숙명인 것처럼 꾸미거나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50쪽
긍정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유방암 환자들의 문화에서 지상명령과도 같이 군림하고 있어 불행하다고 느낄 경우엔 죄의식이 들 정도다.
51쪽
압도적인 긍정성이 지배하는 유방암 문화에서 순교자는 중요하지 않다. 명예와 박수갈채를 누리는 것은 생존자들이다.
102쪽
대개 뉴에이지 사상가나 철학적 기회주의자들이 양자물리학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결정론의 지루한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풀어 주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119쪽
1860년대에 에디(Marry Baker Deey)와 큄비(Phineas Parkhurst Quimby)가 만난 자리에서 오늘날 긍정적 사고라고 불리는 문화 현상의 막이 올랐다.
120쪽
신사상에서 질병은 완벽한 정신을 흩뜨리는 것으로, 또 정신 자체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128쪽
19세기의 크리스천 사이언스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칼뱅주의의 해석과 대립하면서 실제 종교 운동으로 대두되었다.
130쪽
신사상 유파 중 더 선견지명이 있는 쪽에서는 건강이라는 문제에서 벗어나 성공과 부의 촉진이라는 신선한 영역을 찾아냈다.
131쪽
긍정적 사고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칼뱅주의에 분명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일 텐데, 한편으로는 칼뱅주의의 유독한 요소를 보존하고 말았다는 최악의 일면이 함께 존재한다. ...... 칼뱅주의의 미국적 대안은 쾌락주의가 아니었고, 단순하게 감정의 자발성을 중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긍정적 사고 주창자들에게 감정이란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었으며 따라서 내면의 삶은 철저히 감시되어야 했다.
132쪽
옛 칼뱅주의와 새로운 긍정적 사고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연속성은 양쪽 모두 자기반성이라는 부단한 내면적 과제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 칼뱅주의는 사악한 성향을 이유로, 긍정적 사고는 '부정성'을 이유로 자아를 공격한다. ...... 그러려면 기묘한 자기소외가 요구된다. 과제의 대상인 자아가 있고, 그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
123쪽
1940년대에 벤자민 스폭Benjamin Spock의 '관용적' 육아법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훈련과 교정이 필요한 야만인으로 여겼다.
146쪽
동기 유발이 채찍으로 사용되면서 긍정적 사고는 순응적인 직원의 품질 보증서가 되었고, 1980년대 이후 다운사이징 국면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채찍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156쪽
기업은 본래 특정 과제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19세기에 운하나 철로 건설을 위해 면허장을 발부받아 특정한 사업을 수행했던 것이 기업의 유래다. '기업'이란 단어는 지금도 단순히 주주를 위해 돈을 번다는 것을 넘어 집단 과제와 관련된 조직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전후 시기의 기업들은 생산하는 제품 및 전반적인 사회 기여라는 관점에서 정체성을 규정했다. 하지만 1980년대 금융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주주의 이익이 모든 것을, 심지어 상품에 대한 자부심 마저 제치고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158쪽
위계질서의 꼭대기에 있는 CEO들은 급속히 변하는 세상사에 대해 올바른 직관과 육감을 가졌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는 새로운 자아상을 연출해 냈다. 구식 CEO들은 회사에서 뼈가 굵은 인물로 정상에 오르기 전에 여러 분야를 거치며 업무 전반에 통달했지만, 요즘엔 사업 분야와 무관해도 유명세를 내세워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쿠라나가 분석한 대로 CEO의 이미지는 유능한 관리자에서 지도자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현란한 지도자로 바뀌었다. 아무리 봐도 동기 유발 강사와 몹시 흡사하다.
189쪽
오스틴의 세계에서는 하느님마저 지지자의 역할을 할 뿐 필수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신비와 경외감은 사라지고 없다. 하느님의 존재는 집사장 내지 개인적 조력자로 격하되었다. 하느님은 나의 속도위반 딱지를 해결해 주고, 식당에서는 좋은 자리를 찾아 주고, 내가 책 계약을 딸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사소한 과업을 위해 하느님한테 기원하는 것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공손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204쪽
종교적 상징과 상은 사라지고 없다. 게다가 핵심 철학에서 기업과 교회는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긍정적 사고를 통해 바라는 것을 손에 넣으라고 한다.
224쪽
행복을 수행해야 할 과제로 본 것이야말로 긍정심리학에 남아 있는 칼뱅주의의 끈질긴 영향력을 보여 주는 징표다.
225쪽
그런데 이런 연구들은 대부분 상관관계만 제시할 뿐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다. 행복한 사람들이 건강한 것일까, 아니면 건강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일까?
229쪽
하지만 언론을 통해 대중에 전해진 연구 결과들은 긍정적인 감정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무위 결과(가학 실험에서 실험자가 통제하는 독립변인이 종속변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즉 가설을 지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말한다-옮긴이)'를 기피하는 언론의 오랜 편견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238쪽
바로 이 부분 '실행 불가능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장은 노예제 폐지에서 성차별 금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진보적 개혁에 반대하는 논리로 사용되어 온 말이다.
251쪽
미국인들은 독일인, 캐나다인, 핀란드인, 프랑스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덴마크인에 비해 계층의 상향 이동 가능성이 더 낮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라는, 기분을 풀어 주는 상쾌한 약을 복용하는 데 힘입어 신화는 강화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2006년에 비아냥을 약간 섞어 이렇게 진단했다. "기회와 상향 이동 가능성에 관한 강한 믿음은 미국인들이 불평등을 잘 감내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조사 대상 미국인의 대다수는 장래에 자신이 평균 소득 이상을 벌 것이라고 믿고 있다(이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79쪽
많은 긍정심리학자와 계속 늘어만 가는 '자칭 전문가'들이 합작해 '행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사이콜로지 투데이> 2009년 1월호)는 이렇게 밝혔다. "일부 자료에 의하면, 행복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동안 미국인들은 더 슬프고 불안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서 나오는 것들을 열심히 사들이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은 그다지 놀라운 발견도 아니다. 긍정적 사고는 끊임없는 경계의 필요성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경계의 방향을 내부로 돌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80쪽
코치들과 권위자들은 실제 세계의 문제를 실패에 대한 변명 거리로 치부해 버렸고, 긍정심리학자들은 자신들의 행복 방정식에서 환경 변수인 C가 갖는 비중을 가장 낮게 잡았다.
[다음 책] 긍정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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