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유튜브 게시일 2017. 03. 20
몽자크 투로 전하는 이원재 님의 강연.
이원재 왈
집에 가던 중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을 목격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경비원은 뭐하는 사람이지?
도둑 들지 않게 집을 지키는 분.
강도가 들어오면 막아주는 분.
'경비원'이란 단어가 말해준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경비원에 대해 연구에 돌입했다.
나(이원재)는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솔루션 디자이너다.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다.
경비원이 실제 경비 업무에 쏟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의 20%.
쓰레기 분리수거는 16%, 택배 관리가 20%쯤 된다.
경비원의 주 업무가 경비가 아닌 이유는 뭘까?
예전부터 그랬을까?
아니다.
무인경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키 카드, 코드 입력 등으로
아무나 출입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자상거래가 늘어
택배가 쏟아진다.
택배 업무가 많아졌다.
다른 일,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영원할까?
자동화, 기술변화로 우리의 일, 노동은 어떻게 바뀔까?
'아마존고'를 보자.
마트에서 물건을 집어 가방에 넣고 그대로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이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택시, 셔틀버스에 더 이상 기사가 필요 없어지는 상황.
육체노동만일까?
아니다.
변호사보다 더 법률자문을 잘하는 소프트웨어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기자보다 더 기사를 잘 쓰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출시됐다.
의사보다 수술을 잘하는 로봇까지!
자, 이제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이런 생각?
난 뭐 해서 먹고살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캐피털리즘도 아니고 소셜리즘도 아닌 '먹고사니즘'.
먹고사는 것을 가장 위에 놓고 생각하는 버릇.
오늘의 요지.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뭐 해서 먹고살지?
이 질문은 틀렸다. 질문을 바꿔보자.
그전에
일자리.
'일'이란 말과 '자리'란 말이 합쳐진 단어.
뭐가 떠오르나.
정장 입고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회사원?
공장에서 조립을 하는 노동자?
그렇다면 당신은 '자리'를 떠올린 것이다.
공무원 일자리도 자리, 인턴 일자리도 자리다.
정부에서도 일에 대한 정책이 아닌 '자리'에 대한 정책만을 편다.
어떤' 자리'를 만들겠다, 어떤 '자리'에 투자를 하겠다.
일이란 뭘까.
노동이란 뭘까.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고
한 달에 한번 월급 받는 것이 노동일까?
노동이란
남에게 유용한 것을 주기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
그것이 노동, 즉 '일'이다.
그 일을 담는 곳이 '일자리'다.
이 장면을 보자.
차승원은 어촌에서 음식을 만든다.
분명 남을 위해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단 한 푼도 돈을 받진 않는다.
이런 일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보다 많다.
엄마.
엄마는 항상 아이를 생각하며 유용한 것을 주기 위해 마음을 쓴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하루종일 기도하는 성직자.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일'이다.
공동체에 가치 있는 것을 주고 있다.
앞에서 질문을 바꿔보자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나는 어떤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로.
나는 남들에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
이게 바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정한 질문이다.
그 일들은 대체로 이런 일일 것이다.
첫째, '창조'하는 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계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
둘째, 남을 '돌보는' 일.
남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발견하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돌봐주는 일.
가사, 간병, 의료 등이 있을 수 있다.
셋째, 기계들이 만들어낸 정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운영'하는 일.
갈등을 조정하고 방향을 잡고 협상하는 일. 경영이다.
나는 환경과 세계,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렇게 접근하면 '일'에 대한 생각이
훨씬 편안하고 단순해질 것이다!
무인계산시스템이 상용화되어 계산원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그 분들이 정말 가치가 없을까?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매장 내 물건들에 대한 정보, 가격들에 대한 감각.
얼마든지 쇼핑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 차가 즐비하다.
차 안에는 정말 사람이 필요 없을까?
기기 조정이 어려운 노약자, 장애인, 어린아이들이 타는 차라면?
안전지킴이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일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제안한다.
기술혁신과 함께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면서
나는 남을 위해 뭘 할 수 있나
이 질문만 남겨보자.
너무 비현실적인 얘기 아니냐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일을 하는 조직들이 있다.
사회적기업이라 부르는 조직들.
기업이다. 물건을 생산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건을 생산한다.
장애인, 노인을 고용해 일하도록 한다.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투자한다.
협동조합도 있다.
경쟁이 아닌 협동을 위해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소속된 사람들이 1인 1표로 민주적 원리에 의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비영리시민단체.
생겨날 때부터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걸 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사회혁신가라고도 부른다.
그래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파트 경비원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자.
서울 석관동에 두산아파트가 있다.
주변 아파트들에서는 경비원을 하나둘 해고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들이 그곳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업무는 줄어들고 주민들은 돈을 쓰기 싫다.
그런데 두산아파트의 한 용기 있는 동대표가 나섰다.
"우리는 경비원 아저씨들과 같이 살 수 있다.
우리 아파트가 이 분들의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더 풍요롭고 따뜻해질 수 있다."
주민들은 믿고 따랐다.
그랬더니 경비원 아저씨가 칼을 갈기 시작했다.
이 집 저 집의 부엌칼을 갈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칼 가는 사람들이 동네를 돌며
'칼 갈아요'를 외치면서 집에 있는 칼을 갈아주곤 했다.
이젠 사라지고 없다.
그 부분이 비어 있다는 것을 경비원 아저씨가 찾아냈다.
어떻게?
일이 없으니까, 여유가 있으니까
주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게 항상 주민들의 고민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젠 경비원이 아니다.
이제 아파트 공동체의 도우미, '생활 컨설턴트'가 됐다.
뭐든지 다 해드린다.
이렇게
사람에게 '여유'가 있으면 어떻게 남을 도울 것인지 찾아내고 정의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새로운 일자리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들만 혁신가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만 혁신가가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방법으로 새롭게 고안해 내고
실천하는 사람들 모두
혁신가다.
이게 잘 되려면 기억할 것이 있다.
우리 모두가 혁신가가 되고 혁신의 편이 되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는
국가의 복지가 맡아줘야 한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우리는 그런 국가를 가져야만 한다.
남을 도우려는 조직들,
사회적기업, 비영리시민단체, 협동조합.
이런 곳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다.
우리는?
투표하고 감시하기, 그리고 계속해서 제안하기.
"우리에겐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는 복지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숨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우린 잘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웃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혁신가가 되고
혁신의 편에 설 수 있다.
[세바시 755회]
<당신은 혁신의 편입니까?>
이원재 경제평론가, 싱크탱크재단 여시재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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