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재능 - 재능의 양면 3

 

부친은 나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익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계산이 빠르지 못하고 제 잇속 챙기는 데 영 관심이 없어서야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성공은 커녕 제대로 먹고살 수는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정확한 지적이다. 성공보다 행복을 강조하고 행복하지 않은 성공은 의미가 없다는 게 실제 내 생각이다.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나만한 바보도 없다. 줄타기에도 영 젬병이다. 내 성공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다거나 윗선의 비위를 맞춰 가며 라인을 구축하는 데는 소질도, 관심도 없다. 일명 조직 생활 부적격자다.

 

잇속 챙기기, 줄타기에 취약하다는 건 조직 생활에서 지위를 높이는 데 분명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인 부친마저도 걱정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이 약점 때문에 부친을 흐뭇하게 한 일이 있었다. 지인 중에 돌연 친모의 사망으로 상속 문제에 휘말린 이가 있다. 그를 통해 처음으로 상속세가 40%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친의 재혼으로 친모의 유산을 갑자기 물려받게 된 그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나면 상속세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며 난감해 했다.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유산을 상속 받고 상속세를 부담할지, 아니면 모든 권리를 포기할지, 둘 중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법 체계를 처음 알게 된 남편과 나는 부친과 유산과 상속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평소 우리 부부가 생각하던 바를 전했다. 부친의 유산을 모두 동생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전혀 손대지 않기로 이미 둘이서 합의를 마쳤다고 했다. 부친이 어마어마한 재력가는 아니지만, 또 현재 50대 후반으로 아직 먼 훗날 얘기지만, 부모의 재산을 두고 동기간에 이러쿵저러쿵 험한 꼴 보이는 게 싫어서 그냥 다 동생을 줘 버리기로 한 것이다. 남편이나 나나 어차피 셈에 밝지도 않기 때문에 그게 뱃속 편할 거란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 동생에게도 이미 통보한 바 있다.

 

부친은 지금까지 내게 '자기 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 바보 짓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관념은 기본이다'라는 소리를 꾸준히 해 왔지만, 그 결정에 대해서만큼은 흐뭇하게 여기는 듯했다. 부모의 억대 유산을 한 푼도 탐내지 않고 동생 내외에게 선뜻 양보하겠다니 부모 입장에서 볼 때 꽤 훈훈해 보였던 것이다. 4형제 중의 둘째인 부친은 얼마 전 조부의 유산 분할 문제로 몇 년간 법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그런 일을 겪은 뒤라서인지 한시름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달라진 건 없었다. 내 경제관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같은 성향이 한동안은 부친을 안타깝게 했다가 며칠 전 그 순간만큼은 긍정적인 것으로 비춰졌다. 강점이든 약점이든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일화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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