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국영수만이 살길이라는 학교에 12년간 매일같이 드나든 기억. 시즌 뒤에 붙는 숫자(시즌12는 열두 번째 시즌이라는 말인 동시에 재밌다는 뜻도 된다)만으로도 감동인 미드들을 넷플릭스에서 쉽게 골라 볼 수 있는 오늘. '모자란' 영어는 마음을 긁는다. 영어 공부 한 번 제대로 해 봐? 영어 공부야말로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는 평생 학습 최적의 대상이 아니더냐. 역시 매일의 루틴에 영어를 빠트릴 수 없지, 회화를 넣을까 단어를 넣을까. 어딜, 싹 다 넣어야 하고말고. 사랑의 매와 함께 배워 그런지 영어는 주기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각성을 촉구한다.

 

이에 질세라, 우리말도 시시로 마음을 흔든다. 간판, 책, 기사, 댓글, 인스타그램 등 여기저기서. 노래 가사에서도.

 

영어 없이 우리말로만 가사를 잘 쓴다는 이가 있다. 장기하. 그런 그도 들여다 보니 영어 욕심이 꽤 있단다. 교육과 매체의 영향력이란 이런 건가. 국영수의 나라 한국사람이라면 아티스트도 별수없는.

 

아무렴. 음악 영역에서만큼은 고수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가사'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가사는 마음의 표현이지 않나. 마음이 말이 되고, 말이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이 다시 마음에 가닿는다.'

 

장기하는 '우리말 가사'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의 마음을 말로 표현해서 다른 이의 마음에 감응을 일으키는 것이 더 큰 목표인 경우라면, 그리고 우리말로 가사를 쓸 생각이라면, 역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장기하가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뭐 상관없지 않나, 하고 써낸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여기엔 이상하게 예뻐 보이는 말들이 있다. 많다. 예쁘지 않은 장기하가 아무렇지 않게 들먹이는, 그래서 더 소중해 보이는 말들.

이따금. 실낱, 헤롱헤롱. 채도. 펄떡임. 해로움. 이크, 군더더기. 팔로(인스타그램).

그리고, 뿅.

 

어렵지도 드물지도 않은 말들이다. 다시 보게 되는 말들이다. '팔로'라니. 왠지 좀 되바라진 느낌의 '퐐로우(follow)'와는 달라도 꽤 다르지 않나. 

 

모국어가 영어인 '것'들이 부러웠다. 와우, 태어나 보니 떡하니, 세계 공용어. 

모국어가 한글인 사실이 반갑다. 젠장, 매력 '쩔'잖아. 이런 건 갖고 놀아야 돼. 

장기하 덕분에 새삼, '적극적인 말장난' 꿍꿍이에 들썩인다.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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