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골 사람 - 우연수집가


​50쪽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개인주의적인 서양 게임과 공동체 문화가 깃든 한국 게임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포커는 이미 정해진 각자의 패를 들고 아닌 척 연기를 해야 하고 비밀이 많은 게임이다. 조용하고 냉정하다. 계산과 눈치와 배짱으로 승부를 가린다. 
반면에 윷놀이는 매번 윷을 던지는 나의 손놀림과 운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으며, 모든 패가 공개되어 있다. ...... 그리고 팀전도 가능하다. 개인전을 하더라도 일등을 잡기 위해 서로 연합하거나 희생플레이를 할 수 있다. 무엇을 숨길 필요도 없고 각자의 판단에 대해 옆에서 평가와 훈수와 오지랖이 더해져 말이 참 많은 게임이다. 
...... 또 포커는 패가 안 좋은 사람이 먼저 죽고 1등들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윷놀이는 반대로 1등이 된 사람이 꼴등들의 남은 경기를 지켜보는 게임이다.

73쪽
사람들이 모두 정해진 틀 속에서 비슷하게 살아간다면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경쟁이 생기고 인생이 8시처럼 팍팍해진다. 11시에 출근하는 회사, 2시에 출근하는 자영업자, 4시에 카페로 작업하러 가는 프리랜서처럼 다양한 삶으로 좀 더 분산될 필요가 있다.

160쪽
가게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건물주를 잘 만났는가, 이웃을 잘 만났는가 하는 사람 사이의 일이다. 

198쪽
현실을 해결한 다음 이상을 얻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말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어 미래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보여야 현재를 즐길 수 있고, 현재에 대한 만족이 있어야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은 한 몸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자영업의 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현실이 이상을 든든히 받쳐줄 테니까.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오전에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소설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이 현실을 다채롭게 할 설렘을 주니까.
유통을 하면서도 하루에 30분은 자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나만의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기 때문이고, 결국 현실의 어려움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것도 이상, 곧 '나만의 것'이니까.

203쪽
권선징악의 복잡한 시스템과 더불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원리를 또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바로 돈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때 돈이 벌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머리를 쓰지 않고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을 하다 보면 남들이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묻는다. 이게 바로 블루오션에 들어왔다는 증거다. 그리고 거기에서 덕후의 감성으로 주야장천 수영을 하다 보면 그 물에서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31쪽
무항생제 마크를 붙이려면 검사를 받는 시기에만 항생제를 주지 않으면 된다. ...... 나는 내가 먹는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다. 다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깜짝 놀랄 만한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된다. 연예인 찌라시보다 충격적이고, 미드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내가 먹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291쪽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도시의 경쟁에서 떠나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날마다 다른 풀이나 벌레들과 경쟁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없애야 한다는 사실을 매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느낌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스팔트로 덮인 깨끗한 도시에서는 그런 가책을 느낄 기회가 없다. 풀이나 벌레, 동물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의 씨를 이미 말려버렸기 때문이다. 빙초산으로 잡초를 죽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죽인 것들에게 미안해서 내 삶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331쪽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어디를 여행하느냐보다 누구와 여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무엇을 보기 위해 했던 여행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여행으로 바뀐다고. 결국은 자신이 가진 것들,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 여행한다고.

333쪽
회사와 가까운 곳보다는 취미와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어떻게 해서든 가게 되어 있지만 취미는 좋아하는 것인데도 이런 저런 핑계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지인들과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삶의 질에서 취미와 친구만큼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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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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