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알폰소 링기스


34쪽
모스크는 신성한 장소이다. 하지만 기도하기 위해 사막의 모래 위에 담요를 깔았다면 그곳 역시 모스크와 마찬가지로 신성하다. 모스크가 사막 위의 기도 장소보다 나은 점은 웅장한 예배당이 아니라 주변에 복합적인 시설까지 함께 지어졌다는 데 있다. 모스크 주위에는 학교와 병원, 과부나 고아, 그리고 정신병자들을 수용하는 시설 등이 있다.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도 있고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과 의복을 나눠주는 의료시설도 있다.​

43쪽
이 지역을 방문하면 당신도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바로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한 기관이다! 우리는 눈을 통해 스스로를 볼 수 없고, 자신의 눈 자체도 볼 수 없으며, 자신의 몸 전체를 볼 수도 없다. 가까이에 있는 도구나 장애물에, 소유할 수 있는 어떤 대상에 시선을 고정하면 우리의 눈은 약해지고 구속당한다. 거리감각이란 먼 곳에 있는 위대한 것을 감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눈은 몽상가이다.

49쪽
하지만 인간의 역사 가운데 순수하게 지식을 늘리는 데에만 쓰이는 역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긴 할까? 역사란 하나같이 현 세대를 위해 만들어지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사업을 위해 이용된다.

112쪽
신뢰 또한 상대의 용기가 믿음직해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부에서 용기가 샘솟기 때문에 발생한다. 신뢰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12쪽
포기는 단념에서 시작된다. 포기는 나태에서 시작된다. 무슨 결정을 내리든 나태라는 요소가 개입하면 포기가 시작된다. 기온이 높고 먼지투성이 길에다가 가이드가 끌고 온 당나귀가 비틀거린다는 이유로 그랜드 캐니언에 내려가지 않을 때 포기가 시작된다. 그들의 말을 이해 못해서 싸움이 날 수도 있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가지 않을 때 포기가 시작된다. 밤에 건초를 나르는 마차에 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차르 치하의 러시아에서 탈출하지  않을 때 포기가 시작된다.

113쪽
남성다움이란 다른 사람의 헛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남에게 헛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헛소리를 전파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190쪽
나는 호텔 방에 돌아가서 아까 샀던 해골 그릇을 응시했다. 호텔 지배인의 얘기에 따르면 옛날 이 지역은 고지라서 땅이 얼고 나무가 없어 매장과 화장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당시 티베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시신을 도시 위쪽 높은 곳으로 가져가서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는 독수리의 먹잇감으로 남겨두었다. 이곳에서는 그런 행위를 풍장이라고 불렀다. 

198쪽
우리에게는 아주 많이 받고 그만큼 돌려주는 자의 충동을 활성화하는 비전이 없다. 우리의 문화에는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환희 속으로 사람들을 입문시키는 의식이 없다. 

263쪽
거대한 세쿼이아의 웅장함은 우리의 자의식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그 앞에 서면 특히 우리가 세쿼이아를 가져다 쓰려고 했던 실용적인 목적들이 초라해지고 부끄러워진다. ...... 그동안 산과 관련해 축적해 놓은 관념과 정보들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산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흩어져버린다. 그런 순간은 덧없이 짧다. 일단 산을 떠나면 아무리 묘사해보려 해도 그 순간을 복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산에 갔건만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265쪽
침묵은 공허하지 않다. 그 안에서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은 감사가 차고도 넘치게 채워준다.



[네이버 책]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알폰소 링기스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알폰소 링기스는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들을 자신의 철학에 녹여내 논리를 펼치는 것으로 손꼽히는 철학자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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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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