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라이터스>(2007)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의 이야기는 실화다. 원작은 실제 주인공 에린 그루웰(Erin Gruwell, 1969)이 쓴 논픽션 「The Freedom Writers Diary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1999). 감독 리차드 라그라브네스(Richard LaGravenese, 미국)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라그라브네스는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해, 현재 감독과 작가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피셔 킹>(1991),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P.S 아이 러브 유>(2007) 등을 들 수 있다.

 

줄거리

 

미국 롱비치에 위치한 윌슨고등학교. 한때 우수한 학생들과 높은 교육 수준으로 유명했지만, 지역 내 고등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현재는 문제아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교사로 처음 부임한 에린 그루웰(힐러리 스웽크 분). 평소 인종 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그런 점에서 더 의욕이 솟구친다. 그런데 교실 내 분위기는 생각했던 것과 영 딴판이다. 아이들은 통제불능. 그루웰은 국어(영어)교사로서의 기지를 발휘해 문학을 통해, 맨 처음 '안네의 일기'로 아이들의 마음 문을 연다.

 

그루웰은 사비를 들여 아이들에게 책과 노트를 선물하고, 파티를 준비한다. 퇴근 후에는 속옷 매장,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며 비용을 충당한다. 일에 집중할수록 남편과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결국 이혼을 통보하는 남편 캐시(패트릭 뎀시 분). 아이들에 대한 선생의 진심은 그들을 변화시킨다. 스스로 총기를 버리고, 거리의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간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졸업조차 불투명했던 아이들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도 진학한다. 일부는 대학교수가 된다. 

 

<프리덤 라이터스>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그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

 

그루웰  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게 됐고, 그 일이 정말 좋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면서, 내 삶의 의미도 깨달았어. 그런 일이 흔할 것 같아?

 

사람들은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를 구분 지으려 한다. 선생은 학생을 돕는 사람, 자원봉사자는 그 대상을 돕는 사람, 양부모는 입양아를 돕는 사람 등등. 사실 모든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 어떤 사람도 모든 영역에 있어 완벽할 순 없다. 늘 부족하다. 끊임없이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도우러 갔다가 도움을 받고 왔다고. 그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가족 및 측근들이 보기엔 그루웰 역시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아이들을 도우려 애쓰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가 아이들로부터 받는 도움은 그 이상이었다. 아이들과의 다양한 경험을 감격스럽게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행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루웰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안네가 죽음을 맞게 되는 '안네의 일기'의 결말을 두고 그루웰을 다그치는 한 학생의 돌발 질문. 그녀가 당황해하는 사이, 다른 학생이 답변을 대신한다.

 

정답을 내놓지 못하는 선생과 정답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선생. 어느 쪽이 더 무능할까? 당연히 후자다. 그루웰은 아이들이 그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가 도와 가며 문제를 풀어 가도록 이끌어 준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행운아

 

그루웰  저희 아버진 시민운동에 연루되셨던 분입니다. 십대 때 TV에서 본 LA 폭동을 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원래는 법대에 진학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법정에서 보호하려고 하는 건 이미 싸움에서 진 거나 다름없다. ... 전 진짜 싸움은 학교, 교실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루웰 선생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 스스로 변하도록 할 수 있었던 건, 정교한 심리전이나 치밀한 전략 때문이 아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인종 문제, 소외 계층에 대한 애착이 이뤄 낸 쾌거다. 때는 1990년대. LA폭동 등으로 한창 인종 차별이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때다. 실질적인 소셜 믹스 방안이 필요했다. 인식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루웰처럼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제 해결에 선도적이었다. 이는 그들 스스로의 행복과 사회의 융합에 이바지하는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루웰은 '능력자'이자 '행운아'. 그녀가 교사로서 훌륭한 인격을 갖췄다고 해서, 어떤 직업에서든 성공했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녀가 계획대로 법률가의 길을 택했어도, 지금처럼 인정 받으며 더불어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그루웰은 잘잘못을 가리거나 그들의 입장에서 잘못을 변호하기 이전에, '애초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아이들을 바로잡아 주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었다. 탁월한 능력을 인생의 행복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행운아다.

 

윌링 워커홀릭

 

캐시      나랑 그 학생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뭘 택하겠어?

그루웰  날 사랑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걸 물어?

 

그루웰에겐 사생활이 없어 보인다. 생활의 중심이 '학교 업무'. 수업이 끝나면 부업에 돌입한다. 부업은 본업을 위한 수단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기 위해선 가욋돈이 필요하다. 누구도 강요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남편과 부친은 그녀를 말렸다. 그녀 스스로 원해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다. 사생활이 없다는 건 그녀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움직였고, 그래서 행복했다.

 

성인이 되어 꾸린 가정, '부모, 형제'가 아닌 '배우자와 자녀'는 일에만 열중하는 생활 방식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 그루웰의 남편도 그 점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한다. 그루웰은 사생활과 일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거나, 혹은 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INTJ에겐 이 같은 성향이 있다. 100% 공감한다.) 남편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그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다. 본인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아도, 항상 머릿속은 일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왜곡된 심리나 증후군의 결과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루웰은 그녀 자체의 성향인 듯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분명 '즐기고' 있다.

 

'나와 일,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연인 또는 배우자의 닦달. 일중독을 즐기는 사람(willing worker)에겐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조금은 한심하고 답답하다.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이 또 있을까?

 

혹자는 그루웰의 인생에 대해, 일에서는 성공했지만 결혼에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생각은 좀 다르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결혼에 '실패'하진 않았다고 본다. 이혼은 결혼의 실패가 아니다. 불행한 부부 생활이야말로 결혼의 실패다. 그루웰은 짧게나마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녀의 결혼 생활은 4년 간 이어졌다.)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녀에겐 남편과 꾸린 가정보다 일이 소중했기에 이혼을 받아들였다. 그루웰로서는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일에 다시 몰두하면서 너끈히 극복할 수 있었다.

 

영웅

 

안네의 일기를 세상에 알린 '미프 히스'. 아이들은 히스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루웰은 아이들이 쓴 편지를 히스에게 부친다. 히스를 학교로 초청한 거다. 히스와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커스(제이슨 핀 Jason Finn )가 히스에게 말한다.

 

마커스  전 영웅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히스, 당신은 제 영웅이에요.

히스      ... 아니에요, 젊은이. 난 영웅이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게 다에요. ... 다들 알겠지만, 우리는 다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중요한 건 평범한 비서나 주부, 청소년들 모두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캄캄하고 아득한 곳에 불을 밝혀 빛이 될 수 있다는 거죠. ... 여러분들이 보내 준 편지를 읽었어요. 그루웰 선생님께서 여러분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도 들려 줬구요.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입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영웅이었어요. 여러분의 얼굴 하나 하나를 전부 가슴 깊이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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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 [미프 히스] Link

미프 히스 공식홈(영어) Link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

Freedom Writers 
9.3
감독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출연
힐러리 스웽크, 패트릭 뎀시, 스콧 글렌, 이멜다 스턴톤, 에이프릴 L. 헤르난데스
정보
드라마 | 독일, 미국 | 122 분 | -
글쓴이 평점  

 

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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