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에서 깨달은 진리

 

용서의 의미

 

그동안 가해자를 용서하고 사형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왔다. 작업 중에 듣게 된 다양한 입장에 혼란을 겪는 다혜. '범인을 용서했지만 사형에는 찬성한다'고 말하는 유족이 있다. 다혜는 딸을 잃은 그녀의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한다.

 

"내 딸을 죽인 그를 용서했다. 10년 넘게 사형이 없지만, 반드시 집행되기를 바란다. 죄값은 치뤄야 하니까. 그걸 용서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되묻고 싶다. 대체 용서란 뭔가. 내 딸을 죽인 놈이 나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는 것? 그자를 용서하라고 주변에서 많이들 괴롭혔다. 마치 용서하지 않은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사람들은 피해자의 가족에겐 관심이 없다. 그날 수녀의 부탁에도 내가 마리아 자매(살인자의 어머니)를 안아 주지 않아 욕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아들에게 당한 피해자와 유족들이 떠올랐다. 나에겐 그를 용서할 권한이 없다. 그건 남의 용서를 '훔치는' 거다. 내 딸을 죽인 그놈을 다른 사람이 안아 주고 위로하면, 내 마음이 어떻겠나."

 

"범인이 반성은 하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고 궁금했다. 영세(천주교 세례) 받았다는 말에 나도 그가 회개한 줄 알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내 딸을 위해서 기도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영세 이후, 곧 감형 신청을 했더라.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그럴 순 없다. 감형 신청을 한다면 그가 아닌 내가 해야 한다. 그는 10년 동안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 우린 그 아이 하나였다. 남편과도 헤어졌다. 그놈에 대한 분노로 서로를 많이도 괴롭혔다. 내 딸을 죽인 그놈의 가족이 과연 우리보다 불행할까."

 

"이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분노 때문에 모르고 산다면, 지금 이 순간을 그토록 살고 싶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용서란 미움을 없애는 게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미움을 마음의 가장자리로 밀어넣는 거다. 서두르지 마라.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테니까. 그 시간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용서하지 않을 자유

 

다혜는 지금껏 죄를 지은 자, 용서를 원하는 자를 위한 영상을 만들었다. 범인을 용서한 피해자의 유족으로서, 그를 용서했다고 '착각'했다. 자신을 포함해 용서한 자들의 속내를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성급한 용서는 가짜라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겐 분명 용서하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용서만이 선하고 당연한 절차인 줄 알았다. 이제 다혜는 새롭게 작품을 만들려 한다. 간절히 용서를 구하는 자, 그래야 마땅한 자들이 봐야 할 작품을 기획한다.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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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1)

A Reason to Live 
8.2
감독
이정향
출연
송혜교, 남지현, 송창의, 기태영, 김지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19 분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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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메시지 MONZAQ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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