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수건을 일부러 적셔 방에 걸어둔다. 너무 건조해서 조금이나마 습도를 높여보려는 시도다. 만 원짜리 온습도계가 달랑 만 원짜리라 정확하게 습도를 측정하지 못하는 탓인지, 숫자는, 위로하는 수준에 머문다. 38%에서 39%로 1% 상승. 차암, 어림없다.
여름엔 부득이 젖은 수건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다. 젖은 채로 쌓아뒀다간 세탁기를 돌려도 안 돌린 냄새를 풍긴다. 조금이나마 마른 상태로 만들어 빨래통에 넣으려다 보니, 그러나 차마 방에 두긴 찝찝하니, 세탁실에 몰빵이다. 이거 한두 개 걸어 둔다고 뭐 그리 습도가 더 오르겠나, 멋대로 짐작하며.
똑같이 수건 한 장을 걸면서도 기대가 다르다. 습도가 오르길 기대할 땐 더디 올라 성에 안 차고, 습도가 낮아지길 기대할 땐 한없이 치솟는 것 같아 불만이다. 간사한 인간이다.
더불어 성찰하는 인간이니, 이것도 낙이다.
2024. 07. 22.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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