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함바집. 함바식당. 식당. 음식점. 요식업. 자영업.
도전한다. 시작한다. 진입한다.
2024년 7월 7일. <그밥집>(가명)에 방문했다. 송OO , 정OO , 그리고 나 김OO.
서동대로 OOO. 함바식당이다. 때는 장마. 추적추적 오다 말다 반복하는 비.
전경은 지저분한 편. 끈적이는 날씨 탓에 웬만큼 깨끗하지 않고는 청결한 인상을 받기 힘든 날이다.
1초 목격. 화장실. 무작정 들른 입장이기에 구석구석 염탐하기에는 멋쩍으니, 같은 핑계를 대서라도 보는둥마는둥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석정리 어머님 댁으로.
전날 있었던 이모, 삼촌들과의 모임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파했다고. 집앞 평상엔 피자박스가, 식탁엔 치킨포장이, 싱크대엔 맥주캔 소주병 등등이. 
20세인 줄. 피자 치킨 소주 맥주 새벽 4시. 그러나 이들의 평균 나이, 75세. 즐겨라 20대마냥. 누려라 송 씨 남매들마냥.

7월 7일 쉽니다, 써붙인 잠긴 문을 뒤로 하고 온 터.
OO, 정OO, 그리고 나 김OO은 다시 <그밥집>(가명)을 찾았다. 영업장과의 두 번째 만남. 
사장님이 보인다. 분주한 듯, 부산한 듯, 만사 귀찮은 듯, 무지 피곤한 듯.
컴컴하고 축축한 식당. 둘러봤다. 화분 여러 개, 담금주 여러 병, 티브이, 난잡한 메뉴판, 설거지 후 소쿠리에 담아 놓은 밥공기, 퇴식구에 남아 있는 그릇과 쟁반. 보는데도 지치는 기분. 하루 12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를 그, 곳.


사장님은 에어컨을 틀며 자리를 권했다. 차마 앉을 엄두도 못 내다 에어컨이 작동을 알리는 소리, 찬바람을 뿜는 기운에 대뜸 마음을 열고 사장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자부심과 피곤과 경륜과 허세가 들쭉날쭉. 역시 식당이란, 자영업이란, 쉽지 않은 거지.
고정 고객이, 대놓고 먹는 업체들이 이 정도라오, 사장님은 장부를 들추며 선을 보였다. 
맛없단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봉지'(업소용 반조리 제품)를 쓰는데 다들 잘 먹는다, 직접 만드는 순두부 다대기는 기꺼이 비법을 전수해주겠다, 순식간에 볶아 나가는 오징어볶음도 쏠쏠하다, 김치찌개에 김치는 반반 섞어 쓴다, 600포기 김장을 매년 직접 담근다, 쌀은 아무개 집에서 받는다 등등.
전쟁이라 했다. 몰리는 손님 쳐내기(실수 없이 응대 및 대접하기) 바빠 하소연할지언정 매출 걱정은 할 필요 없노란 얘기.

석정리 OO의 집에서 다녀온 후기를 나눴다. 
반신반의. 장부를 보이면서도 얼추 10%는 매출액을 부풀렸다. 송OO은 매의 눈으로 봐버렸다. 
다소 지저분한 식당 내부. 조금 더 심각해 보이는 주방. 바닥이 고르지 못해 기울어져 있는 냉장고. 어수선한 찬장. 좁은 조리대와 비좁은 작업 공간. 묵은 쪽방과 화장실.
곳곳이 손봐야 할 듯하나 시간도 비용도 넉넉지 않은 상황.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아름답고 희망찬 꿈이 오늘에 닥치면 찝찝하고 꿉꿉한 상황의 연속이라는 신비. 

내일을 기약하고 오늘은 그만 파하기로.
12시에 집을 나서 다시 집으로 향하기까지 불과 5시간. 5시간 만에 상가 계약 결정. 
오늘은 7월 7일. 2007년 7월 7일로부터 만 14년. 결혼 딱 14년 만에 자영업과 귀향, 동시 결정.

올초 정OO은 어디선가 점을 봤다고 했다. 올해 안에 계약서 쓸 일이 있을 거란 얘길 들었다고 했다. 정말 내일 계약서를 쓰려나, 그 점쟁이가 말한 계약서를? 
인생, 재밌다.

다음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는 거지.
각자 생각하는 게 있으니까.
송OO. 정OO. 김OO. 
송.정.연.

 

2024. 07. 07. 일요일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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