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메이킹 -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8쪽
오늘날 세계는 알고리즘의 가능성에 도취했지만, 우리의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낡고 구식으로 느껴지는 절차인 비판적 사고로 돌아가야 한다.

20쪽
인문학은 우리에게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법을 가르친다.

36쪽
센스메이킹의 다섯 가지 원칙
1.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핀다.
2. 피상적 데이터thin data가 아니라 심층적 데이터thick data가 필요하다.
3.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4.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
5.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

40쪽
센스메이킹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문화적 체험으로, 신중하고 엄격한 자세를 전제로 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커다란 보상을 얻는다.

58쪽
빅데이터는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알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64쪽
'공유경제', '비약', '실패를 통한 전진', '린 스타트업' 등 실리콘 밸리에서 익히 들리는 구호들은 이제 주류 담화로 스며들었다. 그 내용은 다르지만 거기에 담긴 이념은 같다. 바로 무엇이든 기술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 해결책은 분명 혁신적이다. "X 부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축적된 작은 변화들을 바탕으로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며 회사를 창립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과거와 깔끔하게 결별하고 미래로 멀리 도약하는 단절로부터 출발한다.

66쪽
이런 사고방식은 인문학의 지적 전통과 상반된다.

75쪽
'마찰 없는 기술'의 위험은 우리를 위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좌우하는 양상에 있다. 데이터가 이미 확고한 전망이나 선호를 반영하는 내용을 떠먹여주는데 굳이 새로운 정보를 찾거나, 다른 것들을 배우거나, 논쟁 또는 앞서 받아들여진 사상의 한계를 밀어붙일 이유가 있을까?
저널리스트, 논평가, 정치 분석가들은 이를 '탈진실시대'라 부른다. 실리콘 밸리식 태도적극적으로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확인과 인정의 느낌을 주는 담화와 경험에 참여하는 것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97쪽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주장은 원자화된 관점에 맞서는 총체적 관점을 뒷받침한다.

111쪽
처음으로 클럽에 모여서 합주하는 재즈 음악가들을 생각해보라. 젊은 음악가들은 본인의 연습실에서 하던 대로 연주한다. 그들은 배타적이며, 오직 자신 그리고 완벽한 음악에 대한 '생각'을 토대로 연주한다. 그들은 규칙에 갇혀 있다. 반면 숙련된 음악가들, 대가들은 같이 모이는 순간 모든 이론과 예상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수천 시간의 연습을 거쳤지만(기술적 전문성은 언제나 당연하다) 클럽의 문을 열자마자 조율을 시작한다. 또한 실내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누가 공격적으로 연주하는지 또는 누가 약간 소심하게 연주하는지 귀 기울인다 .그리고 거리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시를 듣고 그 소리를 반복적인 모티브처럼 받아들인다.

143쪽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프로네시스, 즉 실용적 지혜는 이 점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그는 실용적 지혜를 지닌 사람은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문법'을 초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캐너번의 말을 들어보자. "데카르트식 사고의 노예가 될수록 육감과 목 통증 그리고 거북한 위장의 말을 덜 듣게 됩니다. ...... 우리는 하나의 역설 속에서 일하죠. 업계의 통념은 정보가 과학적일수록 좋다는 것이지만, 그러면 다른 형태로 접수되는 온갖 정보가 차단됩니다. ......"

152쪽
요즘 상황을 보면 철학자들이 안에서 세상을 공부하고 이해하기보다 높은 곳에서 비판하기를 너무 즐긴다. -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159쪽
자연과학적 관점과 현상학적 관점에서 시간의 개념을 비교해보자. 사람들은 "벌써 3시야?"라는 식으로 말한다. 시계는 당연히 매일 같은 시간에 오후 3시가 된다. 자연과학의 렌즈를 통할 때 시간은 고정되고 탈맥락화된다. 1초는 1초다. ......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시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관점은 완전히 정확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인위적이다. 인간적 또는 실존적 시간에서는 1초가 한 시간보다 길게 느껴질 수 있다.

161쪽
현상학은 당신이 센스메이킹을 할 때 가장 먼저 가야 할 지점이다. 나는 문화와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문제를 이해하려고 고민할 때, 그 문제를 하나의 현상으로 재설정한다. 그리고 동물원 밖으로 나가 초원에서 삶을 관찰한다.

167쪽
각 대상자에 대한 센스메이킹은 언제나 같은 목표를 추구했다. 바로 "그들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는지" 이해하는 것이었다.

171쪽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Being and Time>이라는 역작에서 기분을 단순한 인지적,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세계에 정신없이 몰두하는 가운데 "우리를 엄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187쪽
1972년에 인류학자인 마셜 살린즈Marchall Sahlins부정적 호혜성negative reciprocity, 균형적 호혜성balanced reciprosity, 일반적 호혜성generalized reciprosity이라는 세 가지 증여 방식을 제시했다. 부정적 호혜성은 더 많이 얻기 위해 주는 것이고, 균형적 호혜성은 똑같이 돌려받기 위해 주는 것이며, 일반적 호혜성은 장기적으로 더 돌려받을 것을 믿기에 즉각적으로 돌려받을 기대 없이 주는 것이다.

189쪽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우리 언어의 대다수가 단어 속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말에 초점을 맞추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생각하지 말고 보라"고 촉구했다.

190쪽
여기에 센스메이킹의 정점이 있다. 우리에게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부터 우러나오는 창의성 말이다.

201쪽
통찰은 열린 자세로 환경을 살피고, 다른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때 생겨난다. 창의적 통찰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영역에서 '우리를 통해' 나온다. ...... 유명한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Wolfgang Kohler창의성의 '3B'버스bus, 욕조bath, 침대bed를 제시했다 .이 세 곳은 대개 우리가 존재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환경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저절로 드러난다.

201쪽
하이데거는 이처럼 드러내거나 빛을 비추는 행위를 파이네스타이phainesthai라 부른다. ...... 고대 그리스에서 파이네스타이는 중간태middle voice로 사용된다. 중간태는 능동태도 아니고 수동태고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환경과 동화되어 우리의 실존을 구성하는 장치나 의미의 사슬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준다. 하이네스타이는 ......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지운다. 그래서 사물이 스스로 작용하지도 않고, 우리가 사물을 조작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우리가 사물과 소통할 때 파이네스타이가 이뤄진다. 이런 맥락에서 사물은 우리에 의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면 사물에 대한 통찰이 자신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227쪽
뇌는 단조로운 일에 매달릴 때 무의식을 자극해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 이 아이디어는 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시속 130킬로미터로 차를 몰 때 떠올랐다. 무의식은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생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휴식을 취하고 꽃향기를 맡아라. 그때 뇌가 당신이 매달린 문제를 풀거나 이전에는 고려치 않았던 해결책을 떠오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밴 볼드윈Ben Baldwin, 클리어핏 공동 창업자 겸 대표

229쪽
말할 필요도 없이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다. 우리의 뇌는 패턴을 엮고, 혼돈에서 질서를 창출하고, 확실성에 대한 감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무지'의 상태에서 오래 생산적으로 머물수록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256쪽
베스타게르는 뛰어난 요리사가 조리법을 대하듯 규칙을 대한다. 즉, 엄격하게만 임무를 고수하지 않고, 훨씬 유연하게 융통성을 발휘한다. ...... "제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느끼는 겁니다. 두 번째로 좋은 방법은 해당 지역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읽는 겁니다 .파리외곽에서 보낸 성장기에 대한 소설을 읽으면 어린 이민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죠. 이탈리아에서 살아가는 알바니아 난민들의 경험을 탐구하는 훌륭한 소설도 있습니다. 소설이라서 수치와 보고서보다 덜 과학적이라는 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소설은 인간의 경험을 묘사하며, 그래서 진실성을 얻습니다."

284쪽
실리콘 밸리식 태도는 하이데거가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특징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 문제점을 지닌다. 그에 따르면 모든 것은 가용하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같다. 모든 날, 시간, 초는 다른 날, 시간, 초와 같다. 우리는 운송체계를 통해 여기저기로 실려가는 톱니나 장치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교육체계는 대체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으며, 최적화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회계원을 만들기 위해 구축되었다. 기업과 정부는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였다가 쉽게 내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기관에서 같은 방법으로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우리의 존재를 너무나 유연하게 만들어서 조종하고 버리기도 너무나 쉽게 만들었다. 이것이 진전일까?

290쪽
이처럼 환자를 정량적 척도로 측정하는 고도로 최적화된 체계는 현대를 특징짓는 경영학적 관점의 정점이다.

294쪽
각 환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더 잘 알도록 권장하자 간호사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줄고 목적의식이 강화되었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 당연히 모두가 좋은 간호를 바라지만 계속 유지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오히려 경영학과 체계화된 지식을 토대로 한 간호에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로 치매 문제에서는 양질의 개인별로 특화된 간호가 더 저렴했다. ...... 우리가 조사한 모든 국가의 간호사와 경영진들에 따르면, 치매 환자에 대한 개인화된 간호는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준다. 또한 갈등을 줄여서 요양원의 전반적인 문화가 안정되고 평화로워지면 낙상과 욕창이 발생하는 횟수도 줄어든다. 그렇게 전체 시스템이 더 잘 돌아간다.

295쪽
시간과 비용에 대한 우리의 가정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299쪽
기술과 그 해결책을 다른 무엇보다 높이 떠받들 때 우리는 최고 수준의 인간 지성이 지닌 기민성과 뉘앙스를 보지 못하게 된다. 또한 기술을 우리보다 앞세울 때 다른 자료와 데이터를 통합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최적화는커녕 총체적 사고에서 나오는 지속 가능한 효율성을 놓치고 만다.

301쪽
우리는 문화의 유일한 해석자로서 자리매김할 때 우리 자신을 해방하고, 기술을 또 다른 도구로써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기술은 우리가 특별한 곳에 이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거기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

302쪽
스티브잡스는 "이 제품이 전부를 바꿀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대신 "이 제품이 일부를 바꿀 겁니다"라는 구호로 주문을 깨보자. 결국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교육은 그 무엇도 전부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02쪽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라. 당신이 사는 거리, 집, 학교에서 매일 일어나는 특별한 일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 또한 ...... 구글이 설계한 바둑 알고리즘만큼이나 경이롭고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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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인간의 관점이다!『센스메이킹』은 포드, 아디다스, 레고, 샤넬 등 세계적인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해온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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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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