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 니컬러스 에플리


36쪽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지나친 자신감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 연구에서 연인이 사귄 시간의 길이와 정확성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60쪽
마음의 눈으로 보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는 단순히 거울에 비치는 이미지의 반영이 아니라, 적어도 일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형성해 온 연상의 결과다. 이제 사진에 찍힌 당신의 모습이 왜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았을 것이다.

61쪽
뇌 안에서 벌어지는 구성 과정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행동과 생각을 좌지우지하는 계기와 신경 작용의 개입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일부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66쪽
색은 눈에 보이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 뇌가 빛의 특정 주파수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색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아는 이유는 색맹인 사람들과 같은 일부 사람들이 동일한 파동을 다르게 해석해서 전혀 다른 색으로 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을 볼 수 있게 하는 뇌의 모든 구성 과정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색이 머릿속이 아닌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 놓인 사과가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신경 연결이 빚어낸 마법 같은 작용 때문이 아니라 사과가 빨간색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68쪽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당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혹은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자주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80쪽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까지는 아기들을 마취하지 않고 수술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의사들은 아기들에게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육감은 사용해야만 작동한다. 육감을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눈앞에 있는 완전한 인간의 마음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92쪽
신중한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자유 의지가 더 강하다고 대답한다.

99쪽
설문 조사 결과는 "난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주로 돈 때문에 일을 해."라고 말한다.

107쪽
마음 맹증은 선택된 몇 명에게만 생기는 증상이 아니다. 이러한 실수는 사회적 지능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니, 누구든지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다.

120쪽
심리학과 교수들은 우편실에 놓인 양심 상자에 자발적으로 돈을 넣고 차와 커피를 사 마셨는데, 이 양심 상자 위쪽에 10주 동안 꽃 사진과 사람의 눈이 찍힌 사진을 매주 번갈아 가며 붙여 두었다. 그랬더니 꽃 사진보다 눈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 평균 3배 더 돈을 지불했다. 당연히 아무도 교수들을 지켜보지 않았지만, 눈은 마치 생각하는 마음이 지켜보고 있는 양 교수들이 행동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127쪽
예측 불가능한 사물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마음이 행동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할 때는 마음 읽기가 수반된다.
당구공에서부터 허리케인, 인간 존재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추진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대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시작하고 멈추는지, 어떤 강도로 움직이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그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자. 물리학과 기상학과 뇌과학은 당구공과 허리케인과 인간의 행동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을 제공하지만, 마음이라는 존재는 고급 학위가 없어도 이 세 가지 모두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158쪽
우리는 자신이 세상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리는 정도 역시 과대평가하게 된다.

169쪽
이 예는 심리학자들이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고 부르는 것인데, 렌즈 문제의 또 다른 교과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이 저주인 이유는 일단 지식을 갖고 나면 지식을 갖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1쪽
신이 도덕적 나침반이라면 이 나침반은 어느 방향이 됐든 이미 마주하고 있는 믿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신은 마법 같은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모호한 존재일 뿐이다. 의원들이 헌법을 해석하면서 헌법을 제정한 건국 아버지들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건국 아버지나 국민이 지닌 믿음보다는 말하는 본인의 믿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모를 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게 된다.

186쪽
다른 사람의 관점을 상상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렌즈 문제가 극복되지는 않는다.

195쪽
뇌는 어떤 집단을 보면 자동적으로 각각의 개체가 아닌 그 집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린다. 

210쪽
협상 기술에 관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협상 테이블에 나온 양측이 완전히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것이 아니고 예상보다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비결이라고 배운다. 그러니 논쟁을 해결하려면 각자의 견해를 솔직하게 터놓음으로써 서로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양측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런 이상적인 방법이 거의 완벽하게 발휘된 경우를 1976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소유권 갈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안타깝게도 서로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협상이 이처럼 합리적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집단이 차이에 의해 정의되고 나면, 다양한 측면을 지닌, 사실은 간극이 그리 크지 않은 진짜 차이보다 상상하고 가정하고 예상한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  집단이 차이에 의해 정의되고 나면, 사람들은 인종이나 종교, 성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들과의 공통점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결과적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것조차 피한다. 집단이 차이에 의해 정의되고 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실제보다 더 극단적인 것으로 상상한다.

216쪽
많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능력과 관계된 선입견을 인지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 학생들 모두 시험을 보기 전에 표지에 몇 가지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나이, 학년, 전공 등). 여기에 이 실험의 핵심이 있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표지의 마지막에 인종을 묻는 문항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 문항이 빠져 있었다. 이 가벼운 조작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은 첫 페이지에 인종을 기입했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성적이 상당히 낮게 나왔다.

226쪽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졌다고 말하는 바보는 없을 테지만, 우리의 성공과 실패에 맥락의 힘이 기여한 바는 대개 길 위의 얼음보다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타인의 행동을 오독하기 쉬운 것이다.

229쪽
그러므로 넓은 맥락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과 행동은 서로 대응할 거라고 판단하지 않게 마련이다.

255쪽
더 큰 문제는, 타인의 관점을 오해하고 있다면 상대의 관점을 신중하게 생각할수록 오해의 결과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양쪽이 대치 관계에 있어 서로의 입장을 오해하기 쉬운 갈등 국면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갈등 국면은 관점 취하기가 그 해결책으로 가장 빈번하게 제시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261쪽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마음을 읽어 내려고 하거나 짐작하기보다 묻고 들어야 한다.

270쪽
관점을 물으려면 '왜'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

274쪽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비결은 상대의 보디랭귀지를 해독하는 능력이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끔 공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 (......)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을 때 인간의 감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더 많이 듣는 것이다. (......) 때로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 우리의 현명한 정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다.

 

[네이버 책]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 - 니컬러스 에플리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가능할까?너무 많은 인생의 불행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오해하는 데서 생겨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마음이 어떤지를 안다고 추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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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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