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콤비 - 자의의 진가 - 강제와 자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집밥'이란 말이 있다. 사전엔 없지만 거의 못 알아듣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히 쓰는 말이다. '집밥이 최고다', '집밥이 그립다'처럼 뒤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말이 붙는다.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준 밥이 맛있어서라기보다는,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어릴 적부터 먹어 오던 익숙한 맛이 생각날 때가 있어서다. 중요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사 먹는 밥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갔을 거란 생각이 깔려 있어서다. 조미료 하면 떠오르는 미원과 다시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집밥을 더 그립게 만든다.

 

올해는 조미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발단은 한 TV 프로그램. '착한 식당'을 찾아 전국을 누비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MSG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 반응이 거세지자, 뒤이어 다른 입장이 제기됐다. 또다른 방송에서 전문가의 의견, 국내외 공식적인 자료를 근거로 MSG가 전혀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정보를 들고나온 것이다.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착한 식당' 논란을 등에 업고 값비싼 조미료를 신나게 팔아먹던 대기업, 온갖 정성으로 조미료 없이 맛을 내는 데 성공한 그야말로 착한 식당, 그리고 수많은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들썩였다. 없는 살림에 아이들 건강이나마 지켜주자며 두 배나 되는 돈을 주고 유명 브랜드 양념을 사 먹이고, 값이 비싸고 거리가 멀어도 열심히 '착한 식당'을 찾아다니던 소비자들은 당연히 혼란스럽고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화학조미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조미료를 꺼린다. 과학적인 근거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도, 미원과 다시다는 왠지 달갑지가 않다.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건 공인된 연구 결과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조미료에 대한 반감을 없애라고 한다면 이는 명백한 강요다. 분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상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정보를 확인하고도 먹고 나면 여전히 속이 거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심적으로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으면,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도 그 사람에게만큼은 MSG가 해로운 성분인 것이다. 이견을 제기한 해당 프로그램에서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영양제라며 MSG를 캡슐에 담아 나누어 주고, 다음날 대상자들에게 캡슐의 효과를 물어본 것이다. 부정적인 답변은 거의 없었다. 영양제라고 소개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무반응 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더라고 답했다. 속이 거북했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결국 MSG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본인이 꺼리면 해로운 것, 아니면 무해한 것 내지는 이로운 것이 된다. MSG에 대한 상대의 거부감을 없애고 싶다면, 과학적인 자료를 들이댈 게 아니라 조미료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버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편이 백 배 효과적이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는 검증된 통계 자료도, 세계적인 연구 기관의 공식 발표도, 인정 받는 전문가의 의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하나같이 무용지물일 뿐이다. 본인이 직접 머리와 가슴으로 무해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MSG는 계속해서 속을 뒤집어 놓는 말썽거리가 되는 것이다.

 

'MSG가 몸에 전혀 해로울 게 없으니 신경 끄고 맛있게 먹자'는 생각이 절로 들면 몸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나는 잘 모르겠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하니 일단 먹어 보자'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속이 거북하다. 기꺼이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이 다른 결과를 가져온단 얘기다. 자의의 힘과 강제의 부작용은 분명한 사실을 뒤집어 놓을 만큼 실로 대단하다. 온갖 설득, 꼬임으로 MSG를 먹게 할 순 있지만, 속을 편안하게 만들 순 없다. 이것이 강제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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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엇박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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