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가

 

우리 아이들, 어떻게 지키고 있나?

-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정도로 가르치고 있다.

- 모르는 사람에게 문 열어 주지 말고, 따라가지 말고, '안 돼요.', '싫어요.'라고 말하라고 일러 뒀다.

- 꼬임에 함부로 쫓아가지 말라는 정도? 말로는 안 따라간다고 하는데, 닥쳐 봐야 알 것 같다.

- 가급적이면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고, 심하게는 도와주지도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하라고 가르친 아이들. 그들의 실제 행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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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착각

 

1.  낯선 사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아이들. 아이들이 생각하는 낯선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아이들은 처음 보았을 때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낯선 사람'의 여부를 가리고 있었다. 선택의 기준은 단순, 명쾌하다.

 

이민휘 발달심리학 박사 曰 아이들은 주로 여자보다는 남자를, 잘생긴 외모보다는 못생긴 외모를, 밝고 웃는 표정보다는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낯선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김붕년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曰 대부분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인 대상은 만화나 동화, 드라마, 영화 등의 미디어에서 특정한 캐릭터, 즉 못된 성격, 거친 말투, 사나운 행동, 지저분한 겉모습 등으로 묘사된다. 정형화된 인물로 그려져야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에서도 이러한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들의 생각과 다르다. 미국 성범죄자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범죄자들의 얼굴을 보면, 미남형, 친구 어머니같이 생긴 중년 여성, 푸근한 옆집 아저씨 등과 같이 인종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지난 10여 년 간 발생한 납치·유괴 사건을 분석해 보면, 아이들이 미처 몰랐던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어디에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미국 어린이들이 그린 낯선 사람과 한국 어린이들이 그린 낯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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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따라가기

 

캔 우든 어린이안전 전문가, 유괴예방프로그램 개발, 2,500명 가량의 범죄자들의 인터뷰 기록 曰 범죄자들이 아이들을 유인할 때 사용하는 몇 가지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① 애정 표현

Affection Love

★ 우리나라에서의 유인 패턴

② 도움 요청

Assistance Lure

③ 애완동물 이용

Pet Lure

"데려다 줄 테니, 차에 탈래?"

④ 선물 이용

Bribery Lure

"글자를 모르는데 가르쳐 줄 수 있니?"

⑤ 위급상황 가장

Emergency Lure

"길 좀 가르쳐 줄 수 있니?"

⑥ 장난감 및 게임 이용

Fun & Games Lure

"귀여운 강아지를 돌봐줄 수 있니?"

⑦ 친숙한 이름 이용

Name Recognition Lure

"OO 사 줄게, 같이 가자."

⑧ 놀이 친구 가장

Friendship Lure

"물건 옮기는 거 도와줄래?"

⑨ 온라인 이용

Online Lure

"엄마, 아빠 아는 사람인데 같이 가자."

 

 

 

아이들은 따라가지 말라는 가르침을 어긴 게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몇 가지 수법들로 실험을 진행해 본 결과,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유난히 쉽게 유인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설문을 요구하거나 부모님의 지인을 사칭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曰 부모는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착한 아이가 되어야겠다는, 이른바 '굿보이 신드롬'을 갖게 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이 칭찬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 '낯선 사람 경계 모드'에서 '착한 아이 모드'로 바뀌면서 그 사람의 청을 들어준다.

 

어니 알렌 국립 실종 및 성착취 아동센터 NCMEC 대표 曰 몇 년 전 이런 사건이 있었다. 한 남자가 9살 난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자신을 엄마의 직장 동료라고 소개하면서, 엄마가 승진을 하게 되어 축하 선물을 사려고 하니 같이 선물을 골라 달라고 한 거다. 아이는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화를 받은 소녀는 기준과 규칙을 분명히 알고 있는 매우 똑똑한 아이였다. 그러나 남자는 그 여자아이의 고정관념에 있는 나쁜 사람의 모습과 들어맞지 않았다. 아이는 남자를 보고 바로 낯선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만 남자는 잘생겼고, 무섭지도 않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했다. 엄마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기 때문에 그를 즐겁게 도울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게 바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착각 바로잡기

 

모르는 사람은 무조건 도와주지 마라?

 

우리나라에서 했던 '상황 유인 실험'을 캔 우든씨와 함께 미국에서 진행해 봤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교포 2~3세 아이들에게 몸이 불편한 사람이 차로 같이 가 줄 것을 부탁한다. 어렸을 때부터 유괴 예방 교육을 받으며 자라 온 미국 아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낯선 사람의 차로 다가갔다.

 

직접 도와주는 대신 도와줄 사람을 부르러 간다.

 

캔 우든 曰 직접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대신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대부분의 날씨는 좋다. 하지만 가끔 허리케인, 토네이도, 눈보라처럼 위험한 날씨도 있다. 사람들도 가끔 위험한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지만, 토네이도 같은 위험한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주자.

 

아이들에게 꼭 알려야 할 것은 낯선 사람이 어떻게 생겼느냐가 아니다. 누구든지 다가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주기 전에 엄마, 아빠, 또는 선생님에게 가서 물어보라는 것이다. 핵심은,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 어른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레이먼드 밀텐버거 남플로리다대학 응용행동분석과 교수 曰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은 그룹은 대부분 따라갔다. 경찰에게 예방 교육을 받은 그룹 역시 대부분 따라갔다. 예방 교육 비디오를 시청한 그룹은 절반 정도만 따라갔다. 비디오 시청과 함께 실제 유인 상황을 연습한 그룹은? 대부분 따라가지 않고 선생님께 알렸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대강당에서 아이들을 앉혀 놓고 강의를 해봤자 효과도 없고, 시간만 버린다. 그런 식의 교육으로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길 바래서는 안 된다. 부모들에게 집에서 '역할 놀이'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연습해 보고 자극을 강화해 보고, 계속해서 반복하는 게 최선이다.

 

아동범죄 미스터리 | 2012-09-10 | EBS | 다큐프라임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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