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2580>은 지난 19일 방송에서 「차별금지, 넌 빼고?」라는 소제목 하에 최근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내 다양한 입장과 세계적 추세, 그리고 이 법안 상정이 무산된 배경을 보도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통해 밝혀진 바, 주 반대 세력은 보수적 기독교 측이었다. 방송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홈페이지에는 언론 횡포와 관련, 공개 사과를 요청하는 글이 올랐다. <2580>은 정말 한기총의 주장대로 편파적이고 폭력적이었을까?

 

기독교, 이런 차별에 찬성하는 건가

 

누가, 얼마나, 어떤 차별을 받고 있냐 하면

퇴근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업무를 보다 나왔지만 이들의 출구는 둘로 갈린다.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의 퇴근 규정이 달라서다. 단지 직원 카드 인식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마치 국제 공항에서나 있을 법한 몸 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한다. 무슨 위험 집단이나 되는 것처럼 따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치사하게 먹는 걸 가지고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다름 아닌 간식. 본사 직원만 먹을 수 있다. 건물 내 갖춰진 의료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협력업체 직원은 지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도 문전박대 당한다. 모르고 방문한 협력업체 직원은 민망하고 구차하기 짝이 없다.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미혼모 A . 가입한 미혼모 카페를 통해 며칠 전 황당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대가를 지불할 테니 만남을 갖자는, 성매매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져야 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들지만 꿋꿋하게 아이들을 지키며 살고 있는데, 막상 사회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한다. 일자리에서도 차별은 반복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대형 서점에서 정규직 전환 기회를 맞아 서류를 제출했다가 미혼모임이 알려지면서 비정규직 자리마저 박탈 당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황민우 군. 민우 군의 엄마는 베트남 출신이다. 그에 대한 뜨거웠던 관심만큼이나 사람들은 무섭게 악플을 달고 있다. 이제 겨우 9살인 민우 군은 의젓하게 '나에 대한 얘기는 몰라도 부모님에 대한 악성 댓글이 이렇게 달리니 좀 속상하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눈 깜짝할 사이 한 아역 스타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비호감으로 돌아섰다. 단지 그의 엄마가 베트남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엇을 어떻게 차별하지 말자는 거냐 하면

<2580>은 하청업체 직원, 미혼모,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자녀, 이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 주면서 사회적 편견이 이들에게 어떤 차별을 낳고 있는가를 생생히 전했다. 하청업체 직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휴일에 대해서는 본인도 수긍하고 있음을 함께 밝혔다. 세 경우 모두 누가 봐도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임이 분명하다는 거다. 간식과 몸 수색, 일반 스팸 메일이 아닌 카페를 통한 정보 획득 후 보내는 성매매 제안 메일, 어린이의 부모에 대한 악플. 이 같은 부당한 차별 행태는 언론이 마땅히 고발해야 할 대상이며, 국민 의식과 법적 제도 개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관련 법인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민족·지역, 인종, 언어, 용모 등 신체 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성적지향·성정체성, 학력, 사회적 신분, 고용 형태 등을 해당 범위로 꼽는다. 2007년부터 몇 번의 법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다가 올해 초 재차 발의되었지만 또다시 좌초된 상황이다.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전과'에 따른 차별 금지가 문제시된 것이다.

 

한기총의 반응

 

기독교가 앞장선 반대 물결

 

 

지난 3 19일 한 신문에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전면 광고로 실렸다. 법안에 서명한 국회의원 51명의 명단도 함께였다. 의원 사무실에는 하루 수백 통에 달하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일부 기독교 단체는 거리 집회를 갖거나 설교 중 법안을 언급했다. 실제 한 목사는 '성경은 구약시대 같으면 동성연애자들은 돌로 쳐서 죽이라고 했다. 우리는 정말로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어서는 아니 됨을 알아야 한다.'고 설교한다. 교인들은 법안 반대에 동참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2580>은 기독교 중에서도 다소 보수적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과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동성애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 말라는 법인데 이것이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다고 보는지'를 묻자 홍재철 목사는 '그것은 곧바로 말하면 동성연애를 허락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목사가 '절대로 동성애는 안 된다, 하지 마라, 불법이다'라고 설교했을 때 한 동성연애자가 상처를 받아 소송을 제기하고 설교를 녹음해 증거로 제출할 경우를 예로 들면서, 교리를 가르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방송의 내용은 공정했나 

<2580>은 이쯤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의 입장 소개를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목회자 중 법안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음을 알려 준다. '자고로 교회는 약자, 소수자에 대한 권리를 소중히 하고 그들을 섬겨야 한다'는 성문밖교회 고성기 목사의 입장이 그것이다. 고 목사는 '한국 교회 중에도 차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 소수자들에 대한 사랑과 보호를 주장하는 입장 또한 상당수'라고 말했다.

 

평신도의 목소리를 담은 대목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의 공정성 유지 노력이 엿보인다. 4 4색의 다양성을 고려했다. '보수적인 편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부터 '개인의 질환이기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따돌리기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수의 사랑으로 본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네 가지 수준의 찬반 입장을 고루 전한 것이다.

 

한기총의 주장은 타당한가 

이에 대해 한기총의 홈페이지에는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언론 횡포에 대한 공개 사과 요청'의 글이 올랐다. 먼저, '처음부터 차별금지법 찬성을 전제하고 있는' 제작진의 입장을 비판했다. 물론 개인 또는 단체는 자신의 입장에서 언론의 보도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이 비난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비난이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2580>은 제작진의 취지와 의도를 최대한 공정하게 전달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은 해당 글에서 '기독교를 박해하고자 하는 언론의 폭력'으로 프로그램을 매도하고 있다.

 

한기총은 이어서 '한기총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것으로 잘못 그려진 점'을 지적한다. 교리에 따라 과거 우리나라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한 기독교 역사를 들어 이를 반박했다. 기독교가 얼마나 세상과 단절돼 있는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방송은 분명 기독교의 반대 입장과 관련해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적 약자가 아닌, 한기총 회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성적 지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보도했다. '사회적 약자를 탄압'한다는 식의 뉘앙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해당 단체와의 입장이 부정적으로 비춰진 점에 대해 분개하는 모습이란 참 어처구니없는 반응이다. '전반적' 문제가 아닌 '동성애에 관한 한' 문제시되고 있다고 한정한 컨텐츠의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그 오해를 버젓이 홈페이지 '새소식'란에 게재해 두었다. '부분으로 전체를 확대 해석하여 오류를 범하게 하는 사악한 편집 의도'라는 표현 역시 시청자의 수준을 무시한 발언이다.

 

세 번째 주장에서는 '종교는 종교의 교리대로 자신의 믿음을 대사회적으로 선포할 수 있는 것'이라 적고 있다. 역시나 우매한 발언이다. 불공정한 보도란 이 같은 한기총의 목소리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편집 과정에서 한기총의 '동성애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삭제하는 것이야말로 공정성에 위배되는 보도인 것이다. <2580>은 한기총의 '선포를 대사회적으로 공개'했다. 공정성을 위해서였다. 정보화 시대에 공정성의 실현은 기본적으로 '정보 공개'에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여전히 전 세계 93% 나라들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에도 자의적 해석이 깔려 있다. 법안을 발의한 최원식 의원의 친절한 설명, 즉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지 '기존의 법체계를 바꾸자거나 동성애를 합법화하자는 게 아니'라는 인터뷰가 함께 방송됐음에도 '동성 결혼 합법화 추세'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법안의 취지와 핵심부터 올바르게 파악하라 조언하고 싶다.

 

한기총이 게시한 글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 지역, 용모 등의 신체조건, 혼인 여부,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벙죔전력, 보호처분,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의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합리적인 차별을 반대한다.' 이 부분에는 대단한 오류가 있다. '오타'로 지나치고 이해하기에는 본질적인 의심을 자아낸다. 바로 '합리적인 차별' 대목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불합리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안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인 차별을 반대한다'는 실수를 범할 수 있는가. 이쯤 되면 한기총이 법안의 취지를 애초부터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 보인다.

 

현명한 교리 실천 

성경은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어느 교리든 마찬가지다. 누구도 시대적 상황이 교리의 실천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에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방송에 소개된 한 목사의 '구약시대 같으면 동성애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했다'는 대목만 떠올려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문자 그대로를 교리로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는 이는 없다. 신앙이 깊지 못해 동성애자를  돌로 쳐 죽이지 않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기독교는 동성애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기독교의 근원지인 서구 사회에서도 정책적으로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의 단 한 국가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가 없음'을 근거로 제시하며 '한기총만의 한국 기독교 교리'를 내세워선 안 된다. 왜 미국과 아시아를 기회주의적으로 갖다 쓰는가.

 

<차별금지법> 제안이유 주요내용 Link 

차별 금지! 빼고? | 2013-05-19 | 시사매거진2580 Link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게시글 Link

 

 

Posted by 몽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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