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에 대하여

부자와 인재가 만나면, 자본주의 플러스 민주주의는 '귀족주의'가 된다

몽자크 2013. 10. 22. 00:00

자본주의와 21세기의 만남

 

은행으로 향하는 21세기 인재들

 

유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직업군을 보면 당대에 어떤 분야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던 때, 창작 예술이 각광 받던 때, 각 시대마다 매력과 전망, 재미와 가치가 유행처럼 인재들을 사로잡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 많은 관련 기회가 주어져서이기도 했고, 모든 사람들이 해당 분야에 몰두함으로써 더 많은 인재 발굴의 기회가 주어져서이기도 했다.

 

요즘의 인재들은 어떤 분야에서 기량을 발휘할까? 마이클 무어는 말한다. 과학, 수학 영재들이 향하는 곳은 '연구소'가 아닌 '월가'라고. 이와는 대조적인 소크 박사의 이야기도 들려 준다. 소크 Jonas Edward Salk 박사는 1914년에 태어나 평생을 생물학 연구에 공헌한 세균학자로, 자신이 개발한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태양'에 대한 특허권과 비교하며 무료 공개를 당연시한 인물이다.

 

소크 박사 때와는 달리, 오늘날의 인재들은 다수가 금융권으로 진출한다. 21세기에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자본'이다. 인재들의 선택권도 그놈의 '자본'이 제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들은 그간 빌린 학자금을 갚기 위해 소위 '돈이 되는' 직업부터 물색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마이클 무어의 지적이다. "은행 빚을 가장 빨리 갚을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은행에서 일하는 것이다."

 

피를 빨아먹혀도, 돈 주는 부자 옆에 있어야 먹고사는 인재들

 

대대로 가난한 집안의 기대주는 여러 식솔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대대로 정재계의 유명 인사를 지내 온 가문의 햇병아리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이런저런 나름의 이유들로 돈 되는 자리를 꿰찬다. 결국 공익을 위해 쓰였던 인간의 재능이 자신과 소수의 부유층만을 위해 쓰이게 된다. 소수의 부유층만이 인재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고, 인재들만이 부유층의 거대 자본 형성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 과학을 발전시키려는,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의 공익에 이바지하려는 인재들은 가물에 콩 나듯 할 뿐 아니라, 측근들의 비난까지 짊어져야 한다. 21세기 자본주의의 현 주소다. 고도로 발달한 두뇌가 별로 창의적이지도 않고, 때론 파괴적이기까지 한 일에 쓰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명문대 졸업생들이 금융권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 전 금융감독관 윌리엄 블랙 William Black은 마이클 무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일을 하면 할수록 세상엔 해가 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우수한 인재들을 곁에 두고 자본의 횡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철저히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거대 자본은 브레인과 힘을 합쳐 '정당한 자본'으로 승격된다. 이에 접근하거나 흠집을 내고자 하는 다수를 발견하면, 그들은 '자유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구호를 외치며 '자본주의식 민주주의'로 다수를 벌한다. '법대로!'를 남발하는 그들은, 늘 당당하다.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뇌 - Link

대한민국 99%가 1%에게 밀리는 이유 - ① 희망 고문 ② 전쟁 공포 Link

같은 성경, 다른 해석 - 한국의 목사들 vs. 미국의 신부들 Link

'다수'보다 강한 '거액' - 민주주의를 잡아먹은 자본주의 Link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특별 기획>

돈이 없어 대출 받았는데, 대출 땜에 물가가 올랐으니 돈을 내라는 자본주의 Link

내가 빚을 청산하면 다른 누군가는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