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경, 다른 해석 - 한국의 목사들 vs. 미국의 신부들
같은 성경, 다른 해석
교회의 선동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는 요주의 인물들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거부감만큼이나 강력한 힘, 바로 모든 사람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으로 나누는 우리나라 개신교 목사들이다. 한동안 성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실제로 교회 목사들은 설교 중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마구 쏟아낸다. 이유는 하나다. 해당 후보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가 교회 '장로'라더라 하는 얘기는 선거철마다 교회 안에 파다하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교회일수록 노골적이다. 기독교방송 CBS는 라디오는 물론 TV까지 동원해 이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전국으로 퍼뜨린다. 대형 교회의 수많은 신도들뿐 아니라, 전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 확고한, 지지 노선이 분명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목사들이 벌이는 제2의 선거운동에 동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정치인마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으로 양분함에 따라, 소중한 한 표를 엉뚱한 데 써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일개 목사가 지지하는 후보를 그대로 따라 찍을 수 있냐는, 위 이야기는 상당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목사들이 호소하는 방식을 일부 인용한다. "진정 이 나라에 하나님의 역사가 충만하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주님의 종을 지도자 자리에 앉혀야 합니다. 믿으시면 아멘하시기 바랍니다. 믿습니까?"
미국 가톨릭 신부들
미국의 가톨릭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 목사들과 사뭇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만난 신부들은 자본주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본주의는 공익, 동정심, 선에 반하는 '악'이다. 세계 주요 종교의 교리들과 전혀 맞지 않는다. 경전, 특히 성경에서 말하는 불의에 해당한다. 하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뿌리를 뽑을 거란 해석도 가능하다. 자본주의는 잘못된 것으로, 근절돼야만 한다." - 딕 프레스톤 신부 Father Dick Preston
"자본주의는 부도덕하고 추잡하고, 극악무도하다. 자본주의가 무서운 건 '선전'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피해자가 될 사람들을 계속해서 설득한다. 그들이 자본주의를 선호하고 지지하도록 만든다. 이게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유지시켜 온 힘이다." - 피터 도허티 신부 Father Peter Dougherty
"자본주의는 모두의 행복과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체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예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누가복음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가난한 자는 복을 받고, 부유한 자는 화를 입을 지니'" - 토마스 검블턴 주교 Bishop Thomas Gumbleton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우니라. (마태복음 19:23)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리라 (마태복음 19:30)
가장 보잘 것 없는 자에게 한 일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 (마태복음 25:40)
마이클 무어의 어릴 적 꿈은 신부였다고 한다. 그들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이 인상 깊어서였단다.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헌신하는 성직자들. 실제로 마이클 무어는 영화에 이 같은 장면을 담아 보여 준다. 가진 자의 횡포에 맞서는 시민들이 모인 자리. 한 신부가 그 현장에 달려가 시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러분 모두 정말 힘드시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이 시련이 젊은이들에게 갚진 교훈이 된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부당한 일에 맞서 정의를 실천하고 계신 겁니다. 어린 시절 저는 제가 살던 시카고 남동부에서 제강소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이웃들이 상처 받고 궁핍해졌지만, 그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분과 함께할 겁니다. 저흰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국 교회 목사들
우리나라는에서는 참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한국 교회 목사들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개입은 커녕 단순한 입장 표명조차 꽤나 세속적이고 저급한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신의 뜻에 맞게 사람들을 이끌고 사람들의 안녕을 도모하는 게 종교인데도, 다분히 사회적인 일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들은 평소 중립 혹은 노코멘트로만 일관한다. 마치 선거철 표를 의식해 말을 아끼는 정치인들의 꼼수를 보는 듯하다.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해 본인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종교인들의 과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손봉호 교수나 소득신고를 권장하는 이진오 목사, 유기된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종락 목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헐벗고 굶주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돈과 땀을 쏟아 가며 자기가 믿는 신을 전파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약자와 소수자 편에 서서 이웃의 인권을 보호할 여력은 없는 모양이다.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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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특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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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에 대하여 MONZ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