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에 대하여

대한민국 99%가 1%에게 밀리는 이유 - ① 희망 고문 ② 전쟁 공포

몽자크 2013. 10. 19. 21:00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만남

 

애초부터 궁금했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궁합, 그 둘의 이상적인 결합.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는 해당 쟁점에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결론은 이렇다. ① 동일하게 주어지는 투표권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건 서민들이 '나도 언젠간 상위 1%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② 돈 중심의 자본주의와 다수 중심의 민주주의가 만나, 많은 돈을 가진 소수 자본가들 중심의 '귀족주의'가 탄생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추가하고픈 두 가지를 더한다. ③ 선거만 민주적일 뿐, 그 전후 과정은 모두 자본주의적이다. ④ 모든 사람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으로 나누는 한국 교회가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을 방해한다. 미국 주교는 '약자 및 서민층'을 지지하지만, 한국 목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독교인'을 지지한다.

 

99% 1%에 밀리는 이유

 

99%의 투표권

 

마이클 무어는 부자들의 속내에 대해 귀띔해 준다. 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다름 아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투표권'이라는 사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부를 증식한 상위 1%의 부유층이 민주주의라는 벽에 부딪혀 99%의 서민들이 바라는 대로 본인들의 자산을 세금 등의 명목으로 사회와 나눠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수록 중산층의 대다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사회 구성원의 극소수가 부를 장악한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선거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서민들은 그들 중심의 정치를 구현할 만한 인물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게 상식적인 행보다. 적어도 국민 대부분이 경제난에 허덕일 땐 그렇다.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바라는 건 소수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로 자본주의의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99%의 꿈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상식과 다르게 흘러간다.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클 무어가 지적한 대로, '99%의 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위 1%의 부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서다. 본인들도 언젠가는, 혹은 자손들만큼은 반드시, 앞으로 부를 누리며 우위를 점하고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이 사회를 갈아엎기를 망설인다는 거다.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석이다. 서민들 역시 자신이 부유층 대열에 합류한다면, 사회 및 서민들과 부를 나눌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당연한 거 아니냐며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은 좀 다르다. 현재의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국민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회라면, 우리는 지금 같은 경제난을 겪어도 싸다. 부유층을 비난할 자격도, 빈부격차가 해소되기를 바랄 자격도 없다. '나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회는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99%의 공포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폐단을 막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남북이 분단돼 있다는 것. 경제 정책 못지 않게 후보의 대북 관련 입장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을 치른 지 고작 60여 년이 지난 지금, 전쟁 자체에 대한 공포, 북한에 대한 반감만으로 지지 노선을 결정하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다. 부자들은 그들의 부를 나누게 될까 봐, 서민들은 다시 전쟁이라도 발발할까 봐, 각자 다른 이유로 같은 후보를 지지한다.  

 

아무리 가난이 대물림된다고 해도, 6·25가 일어났던 50년대보다는 덜 끔찍하다는 위안. 이는 정작 그들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간과하게 만든다. 북한을 꼼짝 못하게 할 위인이라면, 부의 분배, 서민 경제의 부흥, 약자와 소수자 중심의 복지 따위에는 다소 소홀하더라도 무조건 그를 뽑고 보겠다는 전쟁 경험 세대들의 의지. 생각보다 완강하다. 전쟁과 북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자본의 세력은 이를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뇌 -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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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특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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