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잡기-2024-020] 아무튼, 떡볶이 - 요조 - 별 셋 - 0506
16쪽
나는 진짜 무서운 것은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83쪽
하나같이 어설퍼서 다행이었다. 너무 실제 같았다면 나는 좀 많이 슬퍼졌을 것이다. 이 집들과 인형들의 분명한 조악함이 내가 슬픔에 몰입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어쩌면 이곳은 애초에 약간 어설프고 촌스러운 풍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들이 너무 깊이 슬퍼지지 않도록 말이다.
104쪽
그러나 그때는 헬로키티 같은 거나 귀여운 줄 알았지 인간의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귀여움에는 미처 눈을 뜨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김상희의 귀여움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나를 따돌리는 쟤가 난 왜 밉지 않을까'라고만 생각했다.
138쪽
의미에 집착하는 의미 중독자라고 나를 설명하지만 정작 내가 아침마다 경험하는 것은 생의 무의미함인 것처럼. ...... 의미와 무의미가 제멋대로 뒤엉키는 삶 속에서 '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다만 그것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밤이었다.
142쪽
떡볶이집 이야기만 나오면 부지불식간에 알은척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뭔가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사람은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재수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47쪽
예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맥주가 당기곤 했다. 그의 책을 읽고 도저히 못참겠는 기분으로 캔맥주를 찍, 하고 딸 때마다 이것이야말로 참 착실한 리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에게 있어 이 책의 최고의 리뷰는 이 책을 읽고 난 당신의 바로 다음 끼니가 떡볶이가 되는 일일 것이다.
[네이버 책] 아무튼, 떡볶이 - 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