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에 대하여

고기 한 점도 철학을 가지고 집어라

몽자크 2013. 9. 22. 16:30

<SBS스페셜> '고기'

재작년(2011) 이맘때쯤이다. <SBS스페셜>에서 '고기'를 주제로 2주 연속 방송을 내보냈다. '고기, 얼마까지 먹을 수 있나'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 1.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고기만 원하는 사람들의 식탐을 담은 영상. 많은 양의 고기 섭취가 얼마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신 읊어 대는 내레이션. 제작진은 '지나친 육식'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듯했다.

 

제작진의 의도와는 반대로 방송을 보던 나와 남편은, 오히려 화면 안에서 익어 가는 고기를 보며 겉잡을 수 없이 치솟는 식욕을 달래기 바빴다. 1부에서 적잖은 실망을 한 터라, 2부 역시 적당히 먹으라는 둥 뻔한 이야기를 하겠거니 싶어 본방을 지나쳤다. 다시보기로 대강의 내용을 훑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이야기다. 제작진은 묻는다. '통소비 어떠세요?'

 

현상보다 중요한 건 '뜻'

채식주의자로 15년을 살아 온 미국인 농부 워렌. 그녀는 건강상의 문제로 10년 전부터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건강상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고기를 먹되, 그 고기를 어디서, 어떻게 얻을 것인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었다. 책임감을 위해 모두가 가축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먹는 고기의 출처를 알고 먹는지의 여부는 중요하다."

 

<SBS스페셜>은 일종의 심리 실험을 진행했다. 일산의 한 초등학교. 생후 3개월 된 새끼 돼지가 교정 안에 놓인다. 주인은 27명의 6학년 한 반 친구들. 아이들은 돼지 우리를 직접 만들고 이름을 짓는다. 성은 '', 이름은 '우리'. 아이들은 식용 '우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돌아가며 밥도 주고, 등하교 때마다 인사를 나누는 친구 '우리'. 녀석이 음식으로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 중간 과정은 그 동안 아이들의 관심 밖이었다.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외면하고 싶은 도축 장면. 아이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영상을 통해 이를 똑똑히 지켜본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혼동하지 말자. 밥상머리에서 고기 반찬을 보고 비위 상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려는 어줍지 않은 채식주의 운동? 물론 아니다. '고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자'는 취지다. 아이들에게 돼지를 가까이서 돌보게 하고,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주자는 것. 그것이 제작진의 '고매한' 뜻이다. 취향 때문이든, 건강 때문이든, 고기를 먹는다면 워렌의 말처럼 고기의 출처를 분명히 알고 먹자는 얘기다.

 

Just Tip!

해당 방송이 전파를 탄 2011년 당시, 우리나라에도 사육 농가 등 고기에 대한 정보를 구매 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무식하게도 난 당시 해당 제도를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식재료를 대하는 '다른' 시각을 갖게 한 체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효과다.

 

식탁에서 '이 쌀 한 톨에 얼마나 많은 농부의 땀이 녹아 있는지 아느냐'며 백날 음식을 남기지 말자고 부르짖어 봤자,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마트에서 원산지, 부위, 등급별로 매겨진 가격만 보고 구입한 식재료는, 다 먹어 치우든, 남겨서 버리든, 금액적 가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먹는 생명체, 동식물에 대한 양심 따위를 논하는 게 아니다. 팁을 제시할 뿐이다. 더 맛있는 식사를 하고, 더 훈훈한 식사 시간을 누리며, 더 축복 받은 듯한 느낌의 인생을 살기 위한 팁!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본인의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직접들 느껴 보길 바란다.

  

 

고기, 통소비 어떠세요? | 2011-10-30 | SBS스페셜 Link

고기, 마까지 먹을 있나 | 2011-10-23 | SBS스페셜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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