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패한다 - 필패 신드롬, 상사의 '권리'인가 '바보짓'인가 - 리더의 자질
필패 신드롬 Set-up-to-Fail Syndrome 必敗
반드시 패한다?
하나의 계기로 상사(이하 A)는 부하 직원(이하 B)의 능력에 의심을 품는다. A는 B의 업무를 좀 더 철저히 감독한다. B는 자존심이 상하고, 업무 의욕마저 잃는다. A는 B의 능력이 점점 더 의심스럽다. B의 업무에 더 많이 개입한다. B는 업무를 소홀히 하고, 급기야 A에게 반발한다. A는 B의 무능함을 확신한다.
필패 신드롬은 악순환의 일종이다. 상사로부터 무능한 직원으로 각인되면, 유능한 직원도 실제로 무능해지는 결과를 보인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상 또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사는 부하의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업무에 개입하는데, 그가 개입하면 할수록 부하는 오히려 더 무능하게 비춰진다. 수고가 더해질수록 결과가 나빠진다는 점에서 필패 신드롬은 '잔인한 사이클'이라고도 불린다.
필패 신드롬의 발단이 되는 '하나의 계기'에는 업무 성과나 조직 규정과 같이 객관적 기준이 적용되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상사의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결과는 더 심각해진다. 당사자인 부하 직원이 상사의 태도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사는 부하의 걸음걸이, 얼굴형, 체격, 식성, 헤어스타일 등 업무 외적 요인에 대한 거부감을 업무 능력과 의식적으로 연결 짓거나 또는 무의식적으로 혼동한다. 부하의 반발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불공정한 처사지만, 실제로 조직 내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단절은 어렵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필패 신드롬은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각 단계는 강력한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첫째, 상사는 더 이상 부하를 믿고 일을 맡기지 않는다. 사사건건 감시하고 개입한다. 자율성을 침해 당한 부하는 업무상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물론,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 여기서 두번 째 상황이 발생한다. 성과를 냈다고 해도, 상사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챈 경우에도 능력의 결과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연 또는 운으로 치부해 버린다. 세번 째 상황이 이어진다. 부하는 더 이상 상사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 상사의 자질에 의문을 갖는다. 그에게 인정 받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느낀다. 다시 첫 단계로 넘어간다. 상사는 계속해서 부하를 채근한다.
세번 째 단계에서 부하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극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사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면 돌파 내지는 설득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결과는 같다. 부하의 정면 돌파는 상사에게 권력에 대한 도전이자 반발로 여겨져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설득도 마찬가지다. 대개는 무능한 직원의 변명쯤으로 취급된다. 필패 신드롬은 공정하지 못한 상사에 의해 발생한다. 개인의 주관을 부하의 능력과 결부시키는 상사는 그렇지 않은 상사에 비해 현상을 더 많이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설득은? 당연히 안 먹힌다.
근절이 답이다
필패 신드롬은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린다. 상사와 부하 모두에게 감정상, 시간상 소모적인 일이다. 조직의 효율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문제의 뿌리부터 되짚어보자. 확증적 편향 (Confirmatory Bias).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필패 신드롬은 확증적 편향에서 기인해, 확증적 편향에 의해 이어진다. 강력한 인과관계 탓에 그 고리를 끊기란 쉽지 않다. 해결의 길은 예방에 있다. 우선, 상사는 확증적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부하를 평가하라는 말이다. 부하가 상사의 평을 수긍할 수 있을 때, 개선의 여지도 남는 법이다.
소통의 필요성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서로 간의 오해와 편견을 없애려면 지속적인 소통은 필수다. 필패 신드롬의 실마리인 '하나의 계기'는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에 대해 지레짐작하지 않는 자세다. 내막이 의심된다면 대화로 써 해소해야 한다. 대화가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부하는 상사가 마련한 소통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가 가진 의문을 성심껏, 진솔하게 풀어 줄 의무가 있다. 필패 신드롬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필패 신드롬 예방에는 부하보다 상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상사가 그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가 객관성 및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해당 부하가 사라져도 필패 신드롬은 반복된다. 어떤 부하도 그 앞에선 필패 신드롬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유는 또 있다. 조직, 또는 조직 내 조직의 성과는 곧 상사의 성과다. 원인은 부하가 제공했다 할지라도 결과는 상사의 몫으로 남는다. 필패 신드롬은 언뜻 상사의 권리처럼 보일 수 있다. 그의 취향대로 부하를 부려서다. 일시적으로 보면 그렇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스스로를 갉아먹는 짓이다. 조직을 해하는 짓이 그 조직의 리더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끌고자 하는 상사라면, 부디 필패 신드롬에 휘말리지 말기 바란다.
※ 베스트 직원이 최악으로... '필패 신드롬' | 2013-06-08 | 매일경제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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