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시킬 건 사교육이 아니라, 돈칠이 아니라, 가치관 정립
악동뮤지션의 등장은 '아이들의 교육' 및 '가족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악동 가족의 삶이 정답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목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다만 서로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함께 살펴보잔 얘기다.
아이들의 '성공'보다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
내 식대로 판단하고 가르치지 않는다
이성근 악동뮤지션 아버지 2003년 가을에 처음 친구 따라 여행 삼아 몽골에 갔었는데, 내가 여기서 뭔가 봉사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 돌아와 하던 일도 마무리 짓고 준비 기간을 가진 다음, 2008년도에 함께 몽골로 떠났다. 당시 찬혁이는 초등학교 6학년, 수현이는 3학년이었다.
몽골로 간 이후, 악동 남매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몽골 아이들의 영어 수준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던 것. 부모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고, 그로부터 1년 뒤 남매는 현지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따라잡았다.
이성근 악동뮤지션 아버지 처음에는 학교 시간표 그대로 집에서 똑같이 공부를 시켰다. 인터넷으로 하다 보면 유혹도 많아서 집에서 시키기가 쉽지는 않더라. 자꾸 꾀를 피우기에 엄하게 대했더니 점점 홈스쿨에 대해 흥미를 잃는 거다. 그래서 결국 내가 현실을 인정했다. '아이들에겐 잘못이 없구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거구나, 문제는 아이와 상황을 내 식대로 판단하고 가르치려는 나에게 있구나.'
'아이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자, 삶의 중요한 가치와 숨겨진 재능을 찾게 하자.' 이렇게 엄한 잣대를 내려놓자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 음악을 시작했고,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악동 부모는 자신들이 특별히 한 게 없다며 자녀 교육에 대한 질문에 쑥쓰러워 한다. 그리고 해외에 가는 것만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거라고 덧붙인다.
스스로 재밋거리를 찾게 한다
주세희 악동뮤지션 어머니 우리도 어렸을 때 놀면서 자라지 않았나. 노는 게 정말 좋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이 나이 때는 놀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학교 갔다와서는 노는 거라고 말해 줬다.
이성근 악동뮤지션 아버지 몽골 집에 TV가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재밋거리를 스스로 찾게 되고, 놀면서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 내더라.
이수현 악동뮤지션 보통 부모들이 많이 하는 '어느 대학 갈 거냐'는 질문 대신, '우리가 행복할 수 있으면 안 가도 좋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꼭 대학에 안 가도 되나 보다 생각했고,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해서 정말 공부를 안 했다. 맨날 놀았다. 근데 너무 놀다 보니 심심해지고, 그래도 공부는 하기 싫고, 그러던 차에 오빠가 집에 있던 기타를 집어들더니 치기 시작하는 거다. 나도 질세라 피아노를 쳐 댔다.
이성근 악동뮤지션 아버지 춤 추고 노래하고 피아노 치는 게 치루해지니까 뭔가 다른 걸 시작했는데 그게 콜라보레이션, 협주다. 협주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음을 만드는데, 우리도 들으면서 꽤 놀랐다. 그전에는 전혀 몰랐던 아이들의 재능이 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나더라.
사람에겐 ① 하고 싶은 일 ② 할 수 있는 일 ③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해야 되는 일이다.
- 악동뮤지션 남매의 아버지인 이성근 씨의 교육 방침 -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고 가르친다
양지영 서울그랜드합창단 상임반주자 3년 정도 남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부모의 교육 방침 자체가 아이들을 굉장히 풀어주는, 자유롭게 놔두는 분위기였다. 학원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배웠으면 좋겠다든지, 이런 걸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문제로 학원에 찾아오거나 개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악동 남매의 음악성엔 아버지의 영향도 컸을 거다. 실제 악동 아버지는 음반 제작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성근 악동뮤지션 아버지 십 대 후반에 기타를 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노래가 만들어지는 걸 경험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여유가 없어져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 그때 시절을 추억하면서 노래를 만들어 볼까 했더니 안 되더라. 그래서 '아, 이것도 때가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많이 아쉬웠다.
나는 선교사의 길을 가고 있지만, 절대 아이들에게 선교사가 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기독교의 세계관인 동시에 '보편적인 가치'. 이 세 가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다. 첫째, 겸손하라. 둘째,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마라. 셋째, 이웃과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라.
교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악동 남매에게 몰려든다. 조용히 예배드리려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기쁨 반, 걱정 반이다. 이런 인기에 대해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주세희 악동뮤지션 어머니 우리 생각에도 지금 굉장히 높이 올라가 있는데, 얼마든지, 언제든지 이 자리에 미련 두지 않고 낮은 자리로 내려올 수 있는, 그리고 그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기 때문에, 여기에 연연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최근 받은 거액의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지 물어봤다.
주세희 악동뮤지션 어머니 전부 좋은 일에 쓸 계획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바다. 특히 찬혁이가 그러길 바라고 있다. 자기네가 언제 그런 큰돈을 만져볼 수 있겠으며, 또 언제 그런 돈을 자기네 이름으로 좋은 일에 써 볼 수 있겠냐고 하더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못 세웠지만, 같이 의논해서 좋은 일에 쓰려고 한다.
'성공'을 위한 노력과 '행복'을 위한 노력은 분명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게 한다
밥을 다 먹은 찬혁이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이 일상이란다.
주세희 악동뮤지션 어머니 둘이 우리 앞에 딱 서더니 이것 좀 보라면서 개그도 하고, 콩트도 하고 춤도 추면서, 참 재밌어 하는 거다. 보는 우리도 참 즐거웠다.
그렇게 이어진 아이들의 장기자랑은 점차 가족만의 음악회가 되었다.
이찬혁 악동뮤지션 다시 몽골 가서, 나만의 공간에서 평화롭게 작곡하고 싶다. 여기선 뭔가 쫓기듯 작곡하는 느낌이다. 거기서 평화롭게 바람 쐬며 작곡하던 때가 그립다.
권정구 기타리스트, 음악학 박사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한마디로 말하면, '창의적 일탈'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화성학적 법칙으로 볼 때 맞지 않는 형태도 있기 때문에 '일탈'이지만, 그걸 정말 자연스럽고 기발하게 만들어 부르기 때문에 '창의적'이란 수식어가 어울린다.
보아 가수 발상이 정말 특이하다.
양현석 가수 겸 제작자 K팝스타 시즌2를 통틀어 진정한 아티스트는 이 남매이지 싶다.
박진영 가수 겸 제작자 이게 바로 싱어송라이터다. 이게 바로 듀엣이다. 저 어린 나이에, 코드를 모르면서도 저렇게 훌륭히 연주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 '악동' 창의력의 비밀 | 2013-04-23 | 현장21 Link
가치관에 대하여 MONZAQ